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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노키아 몰락 속에 비친 절대기업 ‘삼성’과 한국

[소셜파워] 기업국가냐, 사회화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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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당의 총선 승리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우리에겐 북유럽 복지국가의 하나로만 알려진 핀란드, 그러나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면서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 이에 지친 핀란드 국민들은 지난 4월 19일 총선에서 50대 정치신인이자 IT 백만장자 출신의 유하 시필레를 새 총리로 선택했다. 그가 이끄는 중도당은 총 200석 중 49석을 차지해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반유럽연합 성향의 극우정당 핀란드인당도 38석으로 2위에 올랐다. 집권당이던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과 연정 파트너였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각각 37석, 34석을 획득해 3위와 4위로 추락했다. 이름하야 ‘경제심판론’이 먹힌 것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의제는 ‘경제’였다. 시필레는 “핀란드를 제2의 그리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을 경영하듯 정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마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던 지난 MB정부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예산을 삭감하고 사회보장비용을 절감해 지출과 부채를 줄여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시장 규제를 느슨히 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도 약속했다.  

그러나 핀란드 경제가 이 상황이 된 원인은 국민 대표기업 노키아의 몰락 때문이다. 핀란드 사회의 사회보장비용이 많아서도 아니고 노동시장에 덜 친화적이어서도 아니다. 핀란드의 기업 활동 자유도는 미국이나 영국과 맞먹을 정도이고, 덴마크처럼 노동유연성도 대단히 높다. 이미 친기업적 국가이다. 핀란드 국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IT업계에서 성공한 그의 재력이 몰락한 노키아에 대한 향수를 불렀기 때문이다. 마치 속된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나가 삼성 간판을 보면 애국심을 느낀다”라고 자평하는 것과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 몰락 속에 비쳐진 ‘절대기업 삼성’과 한국의 현실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매우 컸다. 2007년 까지만 해도 핀란드 경제 성장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전체 수출의 20%, 핀란드 전체 R&D 투자의 30%, 법인세의 23%를 차지했다. 그러나 노키아는 애플의 스마트폰 등장으로 신규시장 진입에 뒤쳐지면서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키아의 휴대폰 부문은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팔려나갔다. 이러한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의 동반침체를 불러들였는데,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핀란드는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또한 실업률도 10%를 넘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핀란드가 이런 경제상황으로 몰린 데에는 노키아의 실패 뿐 만 아니라, 대외 의존적인 경제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제지산업은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 종이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핀란드 전 총리 아렉산더 스터브가 “우리는 IT산업과 산림업이라는 두 개의 기둥을 갖고 있었다”면서 “아이폰이 노키아를 몰아냈고 아이패드가 종이 수요를 감소시켜 산림업을 퇴조시켰다”며 스티브잡스를 원망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또한 최근 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와의 무역이 줄어든 것도 휘청거리던 핀란드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핀란드는 에너지 소비량의 7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그중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의 절반 이상 및 전기수입량의 3분의 2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더구나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구조 때문에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러한 핀란드의 경제 상황을 보면, 한국 경제 현실과 유사한 면이 의외로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삼성과 같은 특정기업에 대한 경제편중, 수출중심의 산업구조, 높은 에너지 대외의존도, 급격한 노령화 속도 등등, 그래서 노키아에 몰락 속에 비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규제완화냐 ‘생산의 사회화’냐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핀란드는 노키아가 망한 빈자리를 중소기업이 채우고 있다며 중소기업 국가론의 모범처럼 얘기됐다. 차라리 노키아가 망한 것이 다행일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노키아의 빈자리를 중소기업이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핀란드 정부의 정책방향도 중소기업 강화라기보다는 더 많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주는 데 있었다. 핀란드와 한국 모두, 기업 활동을 극대화시키는데 ‘올인’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핀란드 시플레 신임총리의 규제완화 선거공약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로 인한 모든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공언한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기업규제 때문에 두 나라가 경제위기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수출중심의 산업편중, 대외의존적 경제구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변화 때문이다. 이것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서비스산업의 육성이라는 것은 강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가계부채로 허덕이는 한국에서 서비스수요를 창출할 여력은 거의 없다. 돈 없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봐야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될 뿐이다. 그래서 수년째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외치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핀란드의 모습을 보면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조차 여유롭게 느껴진다. 삼성이라도 ‘공화국’이었는데, 이제는 절대왕정과도 같은 ‘절대기업국가’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의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사업부진이 조금만 심각해져도 삼성을 위한 전국가적인 동원체제가 작동할 것이다. 이른바, ‘삼성 살리기’의 광풍이 몰아친다. “삼성없는 한국경제가 얼마나 어려워 질 것인가, 그러니 삼성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더 많은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핀란드처럼 되지 않으려면 삼성을 지켜야 한다.” 삼성의 몰락은 곧 국가의 몰락이며,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왕정의 외침과도 같이 삼성이 곧 국가인 절대기업에 의한 ‘기업국가’를 목도하고 있다.

규제한다고 규제되지도 않고, 타협하자고 타협되지도 않는 재벌이다. 재벌은 단순한 기업구조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체제이며 생산체계다. 이제야말로 재벌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생산체계를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자. 갈수록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기업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재벌을 국유화하고 시장수익을 사회화하는 첫걸음을 떼자. 백척간두에서 진일보를!

민주적 사회화를 통한 대안찾기에 나서며

[소셜파워] 연재를 시작합니다

세계경제위기를 거쳐 자본주의는 장기간의 불황에 빠졌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이어 일본과 유로존의 양적완화,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구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경제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 철강, 건설업종은 공식적으로 불황을 선언하고 나섰고 신용평가사들은 연일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있다. 회사 사장과 심지어 노조까지 나서서 정부에 “정책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한다. 제조업의 불황은 확산일로에 있으면서 도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국가의 개입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또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이 투여되고 부실을 털고 난 후 이를 다시 재벌에게 되팔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 워크아웃 후 진행된 매각은 모두 재벌 아니면, 론스타와 같은 초국적 (금융)자본에게 매각되었다. 누구의 배만 불리고 있는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25조원의 매출이익을 남겼지만 임금은 동결시켰다. 재벌기업이 돈을 벌어도 고용은 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임시직 노동자의 임금부터 삭감당하고 있다. 투자할 데가 없는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으로 돈을 쌓아 놓고 있더니 돈을 풀라는 압박에 주주 배당만 천문학적으로 늘려 놓았다. 그러는 사이 부자들의 부는 더할나위 없이 커졌지만, 노동자 서민의 가계부에는 부채만이 커져가고 있다.

빚을 내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주택 값 상승은 요원한 문제고 늘어나는 이자부담 속에서 금리가 더 오르지 않기만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성장은 물론 안정적인 지속가능성 마저도 의심이 되는 상황에 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재벌의 경제지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 있고, 주택에 목매 있던 노후의 삶은 이제야 세계 최하위 수준의 복지제도임을 깨닫고 세계최고의 노인빈곤률에 절망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 우리는 지금도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손실의 사회화’의 참 모습과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그리고 금융당국이 어떻게 재벌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집행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내 본다. 또 ‘민주적 사회화’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 볼 것이다. 더불어 장기불황 속에서 온갖 ‘성장론’의 허구적 병폐와 세금주도 복지국가론의 허망함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장기불황의 늪으로 들어간 한국경제에서 ‘민주적 사회화’를 통한 대안 찾기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소셜파워다. 힘을 내요, 소셜파월~ (참세상 연구소 준비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