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3천명 촉탁계약직 쓰고 버리는 현대차

[인터뷰] 현대차 촉탁계약직 해고자 박점환 씨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3천명이나 되는 촉탁직 쓰고 버리는 현대차...정규직과 차별 심해"
"당분간은 촉탁직 문제해결에 집중할 생각"


현대차에서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다 올해 초 해고된 박점환(25)씨를 처음 본 건 14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였다. “젊은 청년들을...무분별하게...쓰고 버리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를 쥐고 그가 한 말은 본인 소개까지 총 세 문장. 그에게 울먹이는 줄 알았다고 하자 그는 “그때 사람들이 많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울산에 현대차가 있는 지도 입사 이전엔 몰랐다는 그가 어쩌다 노조도 없이 혼자 투쟁하게 됐을까. 어색했던 기자회견에서의 모습은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촉탁계약직 문제가 그의 투쟁으로 주목 받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17일 오전 울산 북구 염포동 한 빵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말투엔 대구 사투리가 묻어났고, 대답은 대개 짧고, 솔직했다. (이하, 기자는 ‘최’, 박점환 씨는 ‘박’)

  현대차 촉탁계약직 해고자 박점환 씨. [출처: 울산저널 최나영 기자]

최= 현대차에는 언제 어떻게 입사했나?
박= 2012년 군 전역을 한 뒤 대구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다 2013년 회사촉탁계약에 지원해 합격했다. 입사 전 회사 관계자에게 처우에 대해 물었는데 관계자는 “신입사원 1년차랑 처우는 똑같고, 높은 사람들한테 잘 보이고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고, 2년이 다 돼 가자 잘렸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지금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촉탁직은 한 명도 없었다. 또 올해 1월 31일 잘리기 전까지 23개월 동안 일하면서 16번의 근로계약서를 썼다. 일한 지 한 달가량 지나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일도 있었다.

최= 근무환경은 어땠나?
박= 급여는 정규직 1년차와 똑같다. 그런데 근무환경이 많이 달랐다. 정규직은 한 자리에 있기 지겨우니까 4시간씩 자리를 바꿔가면서 일하는데 우리(촉탁직)는 한 자리에 박혀서 일한다. 쉬는 시간도 정규직은 4시간씩 반타작 하는데, 촉탁직은 2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게 끝인 경우가 많다. 일하고 나면 몸이 엄청 힘들다.

일 자체도 달랐다. 힘들거나 더 위험한 일을 촉탁직이 했다. 정규직이 천천히 가는 천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에서 일할 때 촉탁직은 셔틀 같이 떠다니는 거라던가, 대차 등을 탔다. 불량이 나올 때도 정규직은 ‘키퍼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한다. 우리는 불량이 나오면 잘릴까봐 벌벌 떨었다. 차별이 엄청 심했다. 또 작업 공간 위에 안마기, 냉장고 등이 있는 휴게실이 있는데, 거기선 정규직만 쉴 수 있었다. 우리도 올라가면 되긴 하는데 정규직만 있으니까 우리가 올라가긴 좀 그렇다. 우리는 구석 같은 데서 쉬어야 했다. 같은 공간 바로 옆에서 일하는데 쉬는 시간이랑 쉬는 공간이 다 다르니까 속상했다. 그리고 정규직과는 달리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연·월차는 잘 못 썼다. 산재 신청도 거의 못 하고, 다쳐도 아픈 곳을 부여잡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 다른 매체에 쓴 글 중에 알바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던데. 무슨 뜻인가?
박= 알바는 보통 정규직 아들 아니면 지인이 들어온다. 그래서 알바는 쉬운데 다 들어가고 우리는 어려운데 들어간다. 알바가 일하다가 다치면 우리한테 엄청 뭐라 한다. 알바 시급이 1시간에 9천원이라고 하던데 쉬는 시간도 많고 잘 챙겨준다.

최= 그러면 같은 공간에서 일해도 정규직과 사이가 좋진 않을 것 같다.
박= 잘해주는 사람들은 정규직이라도 아들처럼 대해준다. 그런데 그냥 없는 척 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떠나기 때문이다. 또 일하면서 각 반의 반장들이나 정규직 형들에게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들었다. 우리가 빠져버리면 어려운 자리에 자기들이 가야 하니까 그런 거다. 정규직 전환이 안 된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을 땐 좀 그랬다.

최= 정규직 노조활동은 어떻게 생각하나?
박= 임단협 등 현대차 노조활동을 좋게 보진 않는다. 촉탁직은 어떻게 보면 사내하청보다 더 약자다. 더 약자부터 해결하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촉탁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조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촉탁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은 안 하는 것 같다. 노조 안에서도 처우가 너무 다르다.

최= 촉탁직 고용불안이 심하지만, 그래도 입사 경쟁률이 높지 않나?
박= 돈을 많이 주니까. 2년 하면 1억씩 벌고 나간다 하더라. 대구에서 일할 땐 하루 10시간씩 일했는데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받았다. 임금으로 치면 촉탁이라도 현대에서 일하는 게 낫다. 그런데 임금문제 보다도 몇 천 명이 계속 잘리니깐 그게 문제다.

최= 촉탁직이 일 하다 해고되면 이후 주로 어디에서 일하나?
박= 해고 직후엔 실업급여 받고 논다는 사람도 있고, 보통은 중공업간다고 하더라. 2하청 같은데 들어가기도 하고, ‘빽’ 있는 사람은 1하청에도 들어가더라.

최= 현재 촉탁직 해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박= 지금은 하루에 한 시간씩 두 번 출퇴근 시간에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늘도 2공장 앞에서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1인 시위를 했다. 오후 3시 30분쯤에도 시위를 할 거다. 처음엔 정문에서 했다가 다음엔 명촌에서 하는 등 돌아다니면서 하고 있다. 일정은 내가 정한다. 출근하는 시간이라 했는데 오늘은 장소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사람이 별로 없더라. 다음 주는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에서 2직 때 도와준다고 했다.

최= 시위는 언제부터 하게 됐나? 노조도 없는데 힘들지 않나?
박= 잘리기 전 1월 초 쯤에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비정규직지회 등에 노조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촉탁직은 노동조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처음엔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 촉탁직 형들 10명 정도가 같이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자른다는 입장으로 이야기를 해서 다들 갑자기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하기로 했다. 이후 일부 노조는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활동은 거의 혼자 한다. 가장 많이 도와준 단체는 울산해고자협의회다. 14일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다른 노조에서 도와줬다. 시위 혼자 하는 건 할 만 하다.

최= 시위를 하면 나중에 취직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싸우려 하는가?
박= 나중에 취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일단 계속 사람들은 잘려나가고, 주위에 잘리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나서게 됐다. 우리를 대신해 도와주는 사람도 딱히 없고.

최=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인가? 혹은 평소에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나?
박= 그런 건 아니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노동운동에도 전혀 관심 없었다. 나도 잘리고 나도 불이익을 받으니까 하는 거다. 그냥 했다. 해야 되니까 하는 거다.

최= 촉탁직들이 함께 투쟁하지 않는 것이 서운하진 않나?
박= 그 사람들 입장은 이해한다. 나는 이미 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하는 거다. 또 해고자들도 이게 시간이 엄청 걸리는 문제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책임져야 할 가정도 없기 때문에 싸우는 거다.

최= 14일 기자 회견 때 세 마디 했지 않는가. 감정에 북받쳐 울먹였던 건가?
박= 그게 아니고 사람들이 많아서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랬다. ‘뭐라 해야 하지? 이거 계약직 없어져야 하는데..’ 이러면서.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앞에 사람이 있고 기자회견은 처음이다 보니까 뭐 그랬다. (웃음)

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했는데 기각됐더라.
박= 촉탁직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했다. 파견법에도 안 걸리는 거기 때문에. 파견법엔 안 걸리는데 3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계속 잘려나가는 게 문제다.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은 8월에 난다고 했다. 그런데 승소해도 아마 회사에서 잘 안 받아들일 거다. 사내하청도 불법파견 판결이 났는데 안 받아들이지 않나.

최= 회사가 촉탁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 회사는 최근에도 한전 부지를 10조에 샀지 않는가. 그런 것은 사면서 노동자들은 생각 안 하는지 모르겠다. 현대차가 대기업인데 사람들 자꾸 자르니까 이미지도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자본이 충분히 되는데도 계속 썼다 버렸다 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 사람을 기계 부품보다도 못한 취급을 한다. 기계 부품은 쓰다 고장 나면 고쳐서 다시 쓰기라도 하지.

최= 원래 현대차에 취직하고 싶었던 건가? 입사 전 촉탁직 처우에 대해선 몰랐나?
박= 원래 전공은 전자과라서 삼성이나 LG에 가려했는데, 울산에 친척도 있고 작은 할아버지가 권유하기도 하셔서 여기 원서를 냈다. 처우가 이렇다는 건 전혀 몰랐다. 현대차가 울산에 있는지도 몰랐고, 현대차가 대기업이니까 이미지가 좋았다.

최= 울산이란 도시에 살아보니까 처음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른가?
박= 엄청 다르다. 처음엔 잘 사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만날 싸움(집회) 같은 거 하고.

최= 울산 하면 어떤 생각이 나나?
박= 파업하는 도시... 최악. 현대차 때문에 최악이다.

최= 시위는 언제까지 하나? 앞으로의 계획은?
박= 해봐야 안다. 언제까지 할 거라고 딱히 정해진 건 없다. 대법까지 간다 했는데, 한참 기다려야 한다. 일단 지금은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고. 다른 일은 시간이 좀 지나서 알아보려 한다.
덧붙이는 말

최나영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 작업복

    정리해고법이 있는 한 현자지부의 조합주의적 배신은 또 나올 것이다. 가두 정치활동은 활동가 조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활동가들이 제기한 가투 총파업에 한 몸처럼 단결하지 않는 한, 또다른 현자 이경훈 집행부는 국민노총 오욕의 역사처럼 민주노총을 비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라!!

  • 작업복

    청년층에게 회사경험은 촉탁계약직 차별부터 노동조합은 통상해고부터 받아들이게 만드는 현대자동차 회사관행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