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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할 때 박근혜・엄성섭처럼 해봐라"

서울교육연수원, '이정희, 문재인 비하 강의'에 항의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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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한 초등교원 대상 연수에서 장 아무개 강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PPT화면을 연수생에게 보여주고 있다. [출처: 제보자]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수원이 진행한 초등교원 대상 연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엄성섭 앵커처럼 말해 보라’는 지시에 따라 연수생들이 실습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연수생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면서 항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3일 초등수업혁신 강의요원 연수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눈을 내리니 친밀감이...이정희는...”

21일, 해당 강의를 직접 들은 연수생들에 따르면 강사로 나선 장 아무개 씨(전 아나운서)는 지난 13일 오후 ‘전략적 강의 스킬’이란 주제의 강의를 3시간 동안 진행했다. 강의를 들은 이들은 수석교사, 교감, 교장 등 중견급 초등교원 90여 명이었다.

이 강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고 한다.

강사는 PPT화면에 지난 2012년 대선 토론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모습을 보여준 뒤 박 대통령의 시선 처리를 따라 배우도록 했다. 다음은 연수생들이 증언한 강사의 발언 내용이다.

“여자 1호(박근혜)가 눈을 아래로 내리고 있다. 어머니와 같은 친밀감이 있다. 여자 3호(이정희)는 눈을 위로 뜨니 도전적이다. 가운데 남자 2호(문재인)는 존재감이 하나도 없었다.”

이날 강의에서 박 대통령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것은 엄성섭 앵커의 <뉴스특보> 동영상을 통해서다. 엄 앵커는 지난 3월 “쓰레기” 발언으로 막말 뉴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강사는 이 엄 앵커의 발언 방식을 “누루기 강조법”의 사례라고 하면서 동영상으로 보여준 뒤, 특유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도록 했다. 다음은 강사가 따라하도록 한 발언 내용이다.

“TV조선 뉴스 특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결과를 가지고 대한민국에 귀환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방미를 한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연수자료집에도 실린 엄성섭 앵커의 발언 내용. [출처: 제보자]

이 강의를 들은 한 교사는 “미래혁신교육을 가르치는 줄 알고 갔더니 박 대통령의 시선처리를 따라하게 하고 다른 정치인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면서 “해당 강사가 의도적으로 그런 자료를 썼다고 본다. 연수원이 이런 기본 검증도 없이 강사를 쓸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교사에게 ‘막말 TV조선 앵커’ 발성법 따라하라니”

또 다른 교사도 “수업혁신을 한다고 초등 교원들을 불러놓고, 막말을 한 TV조선 앵커의 발성법을 따라 하라니 제 정신이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강의를 진행한 장 아무개 씨는 “연수생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장면이기 때문에 대선토론회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면서 “엄 앵커의 뉴스장면 또한 TV조선 뉴스가 아니라 공중파 연예방송에 나온 엄 앵커의 모습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박 대통령에 대해 ‘어머니와 같은’이란 표현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연수원은 “미리 PPT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해당 강사 또한 더 이상 연수에 부르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