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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한 달 앞두고 노동장관 만난 민주노총...“최후통첩”

간극 확인한 노정 면담, 민주노총 4월 총파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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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총파업을 선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한상균, 민주노총)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났다. 민주노총이 노동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13년 6월 초, 방하남 전 장관과의 면담 이후 1년 9개월 여 만이다. 같은 해 12월,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침탈 사건을 계기로 노정관계가 경색되면서 민주노총은 사과가 전제되지 않은 노정 면담을 거부해 왔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노동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한 배경은 정권 측에 경고 및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거듭 민주노총 침탈 사건에 대한 사과와 노사정위 논의 중단,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 등을 요구하며 날을 세웠다. 반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의 ‘대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청년 일자리 문제와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노조’의 역할을 강조하며 민주노총을 압박했다.


고용노동부, ‘청년일자리’ 언급하며 ‘노사정위 들어와야’ 요구

24일 오후 1시 20분 경,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실무진들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실을 찾았다.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을 딱 한 달 앞둔 시점이다. 고용노동부는 한상균 집행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해 온 바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딱딱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이영주 사무총장, 김종인 부위원장 등은 포토타임에 앞서 악수를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악수를 하지 않겠다. 정면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겠다’고 밝혔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첫 대면부터 “2013년 12월 민주노총 침탈에 대해 정권과 노동부의 사과가 없었다”고 비판하며 “그럼에도 책임자인 이기권 장관을 만난 이유는 이 시기의 노동자 요구를 정권에 전달해야 한다는 큰 결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면담 분위기만큼이나 입장의 간극은 컸다. 민주노총은 총연맹 침탈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그리고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전제로 한 대화를 요구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논의 틀에 우선 들어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면담이)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나는 계기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며 “저나 노동계가 늘 만나 대화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창구를 마련해 국민 방향에 맞는 노사정관계와 노동운동의 방향을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기권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청년일자리’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대기업 노동조합도 언급했다. 최근 정부와 보수언론 등은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청년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여론화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은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는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청년 일자리를 위한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기권 장관도 이번 면담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머리를 맞대면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만들고, 근로자들이 성실하게 일하면 60세가 넘어서도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노사정 대화는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기업 소속(노조)이 많다.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사실상 노동계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조선일보>의 경우 청년실업과 관련한 기획기사를 몇 편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노동시장 격차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있는)유노조 같은 기득권 노동자들의 과감한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일자리 독점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귀족, 강성노조가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고 기업투자까지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보수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민주노총, “노사정위 중단 없이 노동부와 대화 못 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요구...4월 총파업 예고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노사정위 논의가 사실상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연장, 파견규제 완화, 불법파견 합법화, 통상임금 축소, 법정노동시간 연장, 해고요건 완화, 임금삭감 체계 도입 등을 관철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을 위해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면담에서 노동부 측에 ‘노사정위 논의 즉각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노사정위 논의 중단 없이 노동부와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한상균 위원장은 “2천 만 노동자의 요구는 더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노사정위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재벌만을 위한 반노동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3달간의 노사정위는 협의가 아닌 협박의 시간이었다. 공익위원들은 기계적인 중립조차 상실했다. 사회적 기만이다.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거듭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공개 면담에서 노동부 측에 △민주노총 침탈과 관련한 사과 표명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 등을 요구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이상 요구를 비롯해 민주노총 총파업 4대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2월 25일, 62개 시민사회진영 총파업 기자회견을 통해 3월 31일까지 대정부 요구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면담에 앞서 “지금까지 한 달 기다렸다. (오늘 면담은) 2월 25일 민주노총 요구에 대해 노동부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면담을 정권에 대한 ‘최후 통첩’이라 밝히며, 정부가 면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4월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한상균 위원장은 비공개 면담 이후 기자 브리핑에서 “노동자와 대통령의 면담은 지극히 정당하다. 시한 내에 면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결의한 노조와 시민들은 잘못된 재벌 정책을 바로잡는 강력한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오늘 최후통첩 이후 총파업을 더 힘 있게 조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영주 사무총장도 “오늘 면담은 박근혜 정권과 대화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회였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없이 노동부와의 대화만을 요구하는 현 상황을 봤을 때, 이후 정권과 어떠한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전 조직이 총력을 다해 4월 총파업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측도 면담 이후 브리핑을 통해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중요한 요구 조건이자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침탈 관련 사과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런 것들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통과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민주노총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4월 총파업 관련해서는 “지금 시기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