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 진보대통합 놓고 격론

②‘노사정위’ 참여엔 모두 비판적...후보 간 질의, ‘우회적 비판’부터 ‘항의’까지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의 첫 임원 직선제에 출마한 4팀의 후보자들의 두 번째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후보자들을 3개의 공통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며, 후보자들 간의 질의 및 답변, 기자들 질의응답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토론회 공통 주제는 지난 1차 토론회에서 일부 언급됐던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방안을 비롯해 △정권 퇴진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방안 △정파운동과 노동운동의 전망 등 3가지로 선정됐다.

후보자간 상호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총파업 및 투쟁의 시기를 둘러싸고 각 선본이 다소 이견을 보였고, 타 선본의 정책공약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언론사별 질의응답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진보대통합 및 노동자정치세력화, 노사정대화, 세월호 투쟁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2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반 가량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에서 진행됐다. 토론자는 각 선본 위원장 후보와 수석부위원장 후보, 사무총장 후보 중 1인이 참석했다. 기호 1번에서는 정용건 위원장 후보-이재웅 사무총장 후보, 기호 2번에서는 한상균 위원장 후보-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기호 3번에서는 허영구 위원장 후보-신현창 사무총장 후보, 기호 4번에서는 전재환 위원장 후보-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각각 토론자로 참석했다.



가장 치열한 ‘후보 간 질의’, ‘우회적 비판’부터 ‘항의’까지

후보 간 상호 질의 토론에서는 파업 전술 등과 관련한 공방도 오고갔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선본 측에 ‘2016~2017년 총대선 국면의 투쟁 공약’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선본의 투쟁 전략은 2016~2017년에 투쟁 하겠다는 것인데, 2012년에도 동일한 투쟁전략을 내놨던 세력이 4번 선본이다. 이는 선거용 아니냐. 실패한 대통합, 야권연대가 또 나와 우려스럽다. 박근혜와 맞서는 총파업 전선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렵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전재환 후보는 “총파업과 관련한 내 생각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매년 총파업을 선언해 왔지만 잘 안됐다. 정세적 조건이 있으면 파업해야 한다는 의미만 가지고 내부 주체적 판단을 하지 않으면 뻥파업이 된다.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 작년 철도투쟁처럼 준비된 투쟁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승리했던 경험이 있다. 노개투 투쟁을 교훈 삼아 준비된 투쟁을 하자”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전재환 선본은 우회적으로 한상균 후보 측에 지지 의사를 밝힌 일부 현장조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허영구 후보가 지난 1차 토론회 당시 결선에 올라가지 못할 경우, 2번 한상균 후보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금속노조 탈퇴와 정치파업 반대를 이야기했던 모 회사 현장조직 대표가 지회장과 회동해 원색적인 유인물을 현장에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 정치파업에 반대하는 현장조직이 지지를 표명한 후보에게 연대하는 것이 맞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영구 후보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 하지만 만약 당선되지 않았을 경우, 유사한 정책이 있는 쪽을 지지한다는 이야기지 통합 등의 개념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단위, 영역의 노동자들이 우리를 지지해 준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줘서 기호 4번 후보님께 감사드린다. 다만 (그들에게) 왜 지지하느냐 물어야지, 후보에게 왜 지지 받고 있느냐고 항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허영구 후보는 스스로를 ‘통합후보’라고 내세우는 전재환 후보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허 후보는 “4번 후보 진영이 통합후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분열후보냐. 4개 후보조가 나와 있는데도 계속 통합후보라 주장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항의했다. 전재환 후보는 “통합지도부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은데, 허영구, 한상균 후보 측은 후보 통합논의를 안했나. 후보 조정이 안 돼서 따로 나온 것 아니냐. 우리는 조정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민주노총을 만들고, 의견그룹의 만연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허영구, 정용건 후보는 한상균 후보 측에 총파업 전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총파업이 몇 년간 성사되지 못한 것은 사업 자체가 페이퍼 투쟁이었고, 알리바이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애초에 총파업이 시행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총파업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분노와 집행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조합원의 분노는 준비 돼 있다. 지도부의 의지를 2번 선본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대통합 둘러싸고 이견 차이 커...통합해야VS다양성 인정해야

진보정치의 재편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도 각 후보 간 온도차는 크게 드러났다. 정용건 후보는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면서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후보조가 당선될 경우 통합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진보통합이 불가능할 경우, 민주노총이 직접 노동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정용건 후보는 “진보정당을 이대로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다. 시간을 가지고 내년 10월 정도까지는 통합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특히 통합을 위해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후보조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편파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우선 지도부가 조합원, 국민에게 진보정치를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해야 진보정당 통합이 가능하다. 만약 통합한다면 같이 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민주노총이 직접 노동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용건 후보는 “진보정당 재편은 명확하다.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진보정당들이 하나가 돼 통합하면 되고, 계급정당을 지향하는 세력의 경우 다양성을 존중해 공간을 열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허영구 후보는 진보정당 통합문제보다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노동자 정치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후보는 “우리나라 진보정당은 계속 보수 양당체제의 이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몇 석을 위한 운동과, 이를 위해 당을 통합하고 원내교섭 단체를 만든다. 그런 방식은 안 된다. 다시 당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투쟁할 수 있는 학습들이 이뤄져야 한다. 투쟁과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교육이 토대가 되면 당은 그 다음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재환 후보는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진보대통합을 제시했다. 전 후보는 “민주노총이 중심에서 진보정치 재정립을 시키지 않으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본다. 진보대통합은 진보정당 뿐 아니라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제 세력과 재정립 돼야 한다”며 “통합한다고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과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크게 묶어 큰 덩어리 내에서 의견과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다양성이 인정되고, 패권을 배제하는 시스템을 갖춘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다”며 “다만 계급정당을 추진하는, 진보정당과는 구분된 후보 입장에서 볼 때는 진보정당 재정립 이야기가 불편한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상균 후보는 “무너진 진보정당 문제를 또 다시 현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나. 특히 (진보정당 분열에 대해) 우리 정파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조직이 없다. 솔직해져야 한다. 자기반성이 없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대다수 선본들 ‘노사정위’ 참여 비판적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후보들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같이 했다.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로 한 대화의 자리에는 나갈 수 없다. 민주노총이 중심으로 끌어내는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 정권과 자본이 마련한 자리에 곁다리로 갈 수는 없다”며 “그렇다면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내년 정권과의 전면전이 필요하다. 하나하나의 부문 싸움으로는 돌파할 수 없으며, 중앙전선이 필요하다. 산별, 지역별로 총파업 실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재환 후보는 “노사정위 참여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철도파업, 공무원연금 개악 등에 대해 노동자들이 대화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해도 일방적으로 대화를 무시했다. 이러면서 노사정위에는 들어오라고 한다”며 “노사정위에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지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제는 다뤄지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의 정치전술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 하에 노사정위 참여 문제를 거론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허영구 후보는 노사정위 불참을 넘어, 노사정위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후보는 “노사정위 해체를 주장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이 빠진 채 한국노총이나 제반단체가 들어가며 상절적 노사정위를 강제하고 있다.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이 토론, 논쟁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사정위의)합의를 통해 입법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상설적 노사정위를 해체해야 한다. 노사정이 대등하게 간사 합의에 의해 국민적으로 토론하는 공간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이제 노사정위에 들어오라는 소리도 별로 하고 있지 않다. 들어오건 말건 관심이 없다. 이는 얼마만큼 노자 관계에서 밀려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조합원과 국민이 동의하는 싸움을 만들고, 노자간 대결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가이다. 우리가 힘이 있고 당겨올 것이 있으면 개입하고 아니면 폐기하는 전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29일에는, 마지막 합동토론회가 열린다. 선거운동은 내달 2일 종료되며, 12월 3일~9일까지 투표가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