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세월호 집회, 행진 가로막는 경찰...시민과 충돌

“경찰이 오히려 불법 저질러” 시민들 반발...청와대 방면 도심 행진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세월호 유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행진을 진행했지만 경찰 병력에 가로막혔다. 시민들은 경찰에 항의하며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청와대로 가기위해 광화문에서 서대문 방향을 통해 새문안 교회 사이로 이동하는 일부 참가자들 [사진/ 김용욱 기자]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사회는 경찰이 합법적인 집회와 평화 행진조차 가로막고 있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가 서울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광화문 광장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을 내려 국민대책회의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민대책회의는 30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3천 여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국민대회에 집결했다고 밝혔다. 집회 직전부터 경찰은 광화문 광장 외곽에 경찰 차벽을 설치하며 시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집회가 개최된 직후에도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의 충돌이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시민이 실신하기도 했다.

  청와대로 가려는 참가자들의 깃발을 경찰이 빼앗아 가자 참가자들이 깃발을 되돌려 달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청와대로 향하는 한 시민을 연행하기 위해 20여분 동안 경찰이 감금하자 시민들이 구출하고 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집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6시 15분 경 부터는 집회 참가자들이 9일 째 유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경찰 병력으로 둘러싸고 행진을 막았으며 또 다시 몸싸움이 발생했다. 충돌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오후 8시까지 유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자들과 학생, 그리고 시민 등 약 5백 여 명은 오후 6시 45분 경 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서대문 방면 도로를 점거하고 기습 행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노동자 한 명을 둘러싸고 연행을 시도했으며 시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광화문 도로 행진을 벌이던 일부 학생 및 노동자, 시민들은 경희궁 4길 도로를 점거하며 행진 보장을 요구했으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혔다. 경복궁 역 인근에서도 청와대 행진을 벌이던 시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약 50여 명의 시민들은 경복궁역에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한편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조속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경찰은 집회 도중 수차례 ‘불법적으로 광화문 광장을 점거해 미신고 불법집회를 벌이고 있다’며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이에 주최 측은 “서울시로부터 광화문 광장 사용을 허가 받아 사용료도 지불했으며, 허가 공문도 갖고 있다. 경찰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반발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국민대회 도중 한 보수 인사가 '세월호 여행사고가 어찌 유공자인가', '악한 정치인들 세월호 이용말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민대회장에 난입하려 하자 한 노인이 제지했다.[사진/ 김용욱 기자]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집회 전부터 경찰이 경찰차로 시민들을 밀어붙였고, 이제는 집회를 불법이라며 호도하고 있다”며 “법을 어기고 있는 쪽은 경찰이다. 경찰은 시민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야당은 거듭 국민들을 무시했고, 여당은 지금에 와서야 면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특별법이 근거 없는 마타도어로 더럽혀지고 있다”며 “하지만 특별법 제정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의 죽음과 국민들의 성원은 헛된 일이 된다. 가족들도 힘을 내겠다. 국민 여러분도 힘을 내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를 향해 달려가는 참가자들 [사진/ 김용욱 기자]

이날 진도 팽목항에서 부터 20여 일간 약 600km의 행진을 진행한 순례단도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10명의 실종자 사진을 등에 부착하고 도보행진을 벌여왔다. 오현선 호남신학대학교 교수는 “20여 일 간 도보 행진을 진행하며 10명의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생명 존중 사회를 회복할 때까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순례단은 10명의 실종자 사진이 부착된 조끼를 유가족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한 명의 실종자까지 모두 돌아올 때 까지, 실종자 가족들과 한 길을 가겠다.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끝까지 함께 해 달라”며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때 까지 함께 행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호중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경찰은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힘을 두려워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모여야 한다”며 “우리에게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힘으로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안전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