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 끊어

가족, 노조 등 유서 남겨...협의 끝에 가족장 치르기로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광안센터에서 근무하던 IT수리기사 정 모(45) 씨가 19일 오후 1시경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운대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발견됐고 자살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 따르면 정씨는 19일 새벽 2시30분경 수명의 동료와 광안센터사장 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정씨는 이 메시지에서 동료들에게 “한때나마 타센터 직원들과 행복한 꿈을 잠시 꾼 것만 해도 추억거리가 되네...”라며 “이제 나는 내 갈 길로 가련다”고 심경을 전했다.

노조는 정씨가 유서에서 노조활동을 끝까지 하지 못한 처지와 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를 토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씨는 2004년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입사해 해운대센터, 광안센터 등에서 IT수리 기사로 일해 왔다. 이후 지난 해 7월 14일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되면서 노조에 가입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나섰다. 정씨는 같은 해 7월 삼성서비스지회 노조간부인 대의원으로 선출돼 활발히 노조 활동을 하다, 10월경 대의원을 사퇴했다.

노조는 “고인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가입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힘썼다”며 “그러나 고인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해 노조활동을 중단했으며 최근 두 달 동안 이어진 서울 노숙투쟁을 안타까워하며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어왔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유장현 교육선전부장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안타깝고 슬픈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서비스기사가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측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가족과 노조 등에게 남긴 고인의 유서 4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와 유가족 양측 간 협의 결과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노조는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는 19일 오후 고인을 모신 병원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유가족들과도 만났다”며 “노조는 ‘내 신변에 관련해서 조합에서 관여 안했으면 한다’는 고인의 유서 내용과 동료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의 뜻을 존중하고 유가족과 협의 결과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홍형 조직부장은 “노조는 유가족과 협의한 끝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간부, 조합원들이 20일부터 집단 조문을 시작하며 장례 일정에 계속 결합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시신은 19일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좋은 강안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10시이며, 장지는 정관 추모공원이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