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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의 월드컵, “그 노점 아주머닌 어디로 가셨나요?”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빈민들 생계 빼앗아 초국적 기업에 독점마케팅권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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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에는 관심이 없어요.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브라질 남단 살바도르 폰테노바 경기장 인근에서 노점을 했던 한 상인이 말했다. 폰테노바 경기장에선 21일 프랑스 대 스위스 전이 열리며 관광객 수천명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거리 상인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노점을 펼 수가 없었다.

최근 <아메리카21>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에선 아무도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의 허락 없이는 월드컵 기간 경기장과 팬대회 반경 2km 내에서 영업, 판매, 광고 행위를 할 수 없다.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특별구역이 설치됐지만 판매권은 연간 수천만 달러를 후원한 비자, 소니, 현대 그리고 버드와이저, 맥도날드와 같은 초국적 기업 등 피파 파트너와 스폰서가 독점하고 있다. 지역 상인도 판매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파의 후원자나 파트너가 아닐 경우에는 피파의 상징이나 이름도 사용할 수 없다. 특별 구역 내에서 노점은 금지됐다.

  한 여성이 브라질의 전통적인 노점상 ‘바이아나’들의 영업권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http://atarde.uol.com.br/ 화면캡처]

<아메리카21>에 의하면, 브라질 정부는 지난 2012년 제정된 ‘월드컵구역법 11조’로 이러한 규칙을 정했다. 법을 위반하는 자는 최고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월드컵은 한 달이지만 이 규정은 올해 말인 12월 31일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법을 통해 피파는 초국적 기업에 상표권과 독점 마케팅권을 판매한다.

그러나 노점상들은 대번에 생계 기반을 잃었다. 국제환경단체 ‘에코월드’에 따르면, 월드컵구역법 시행 후 10만 이상의 노점이 브라질 전국 경기장과 팬대회 주변에서 철거됐고 지역 상인과 노점은 크게 위축됐다.

뿐만 아니라 이 정책은 브라질 도시의 정경과 지역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살바도르에서는 전통적으로 흰색의 화려한 옷을 입고 노점을 하는 여성, ‘바이아나’들이 흰 콩과 양파로 소금 간을 해서 먹는 서아프리카식 머핀 ‘아카라제’를 판매하며 노예무역으로인해 형성된 브라질 서민들의 전통이 배인 거리 풍경을 자아냈었다. 그러나 이제 관광객들의 시선은 피파 후원사들이 사로잡고 있다.

  ‘바이아나’의 모습 [출처: cljornal.com.br 화면캡처]

핫도그를 파는 나탈리는 <아메리카21>에 “시당국은 보상을 위해서는 아무일도 하지 않아요”라며 “정부가 지역 주민이 월드컵으로 이익을 얻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살바도르 노점상들은 지난 4월 시위에 나섰지만 바이아나 6명만이 예외적인 판매허가권을 받았을 뿐이다.

사정은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노점상연합회 대표자 중 한명인 마리아 카르무는 <알자지라>에 “지역 파티와 축제의 시기이니까 더욱 비공식 노동자들은 사람들에게 상품을 팔아서 추가적인 소득을 얻길 원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우의 마라카낭 경기장 주변에선 심지어 노점의 이동조차 금지하고 있다. 카르무는 리우에만 약 6만 명의 비공식 노동자가 있다고 추정했다.

노점상들을 몰아낸 ‘월드컵구역법’은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특별구역을 지정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사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 케이프타운 지역 건축가 킬리언 도허티는 “케이프타운에서는 많은 이들이 비공식 경제 활동으로 살아왔는데 이 때문에 지역주민은 소득과 생계에서 거대한 손실을 내야 했다”고 <알자지라>에 회고한다.

피파는 월드컵 중계권 및 독점 마케팅권 판매로 지난해에만 13억8600만달러(약 1조4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브라질 월드컵 경기로는 약 20억 달러(약 2조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