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하나님의 이름으로 동성애 혐오 폭력난동

보수교인·어버이연합 난동에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 끝내 눈물
차별에 숨죽이다 1년 한 번 거리 서도 경찰보호 받아야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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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동성애자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퀴어 퍼레이드를 맨 앞에서 이끌던 손수레 주변에 함께 서있던 몇몇 스텝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멈춘 퍼레이드 참가자는 이내 웃음을 보였지만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냥 좀 분했어요”라고 웃으면서도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네요”라고 짧게 말했다. 이들에게 서러운 눈물이 나게 만든 사람들은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회원들과 보수 기독교 단체 교인들이었다.

  퀴어 퍼레이드 선두 손수레를 막아선 보수 단체 회원들

  아수라장이 된 퍼레이드. 맨 앞에 보수 교인들 2-300여 명이 누워 있고,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중간에 있다.

7일 오후 4시 반 부터 15회 퀴어 문화축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퍼레이드가 5천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촌 일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를 드러낸 보수 기독교인들과 어버이연합 등 300여명이 막아 20여 미터도 못가서 멈췄다.

특히 보수 교인들이 주축이 된 선봉대 30여명이 퍼레이드 선두를 이끌던 퍼포먼스 손수레에 달려들어 물을 뿌리고 손수레 손잡이를 붙잡고 밀었다. 손수레 위엔 두 명의 참가자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고, 한 스텝이 올라가 보수단체 회원들의 난입을 막았다. 순식간에 퍼레이드는 아수라장이 됐고, 한 보수단체 회원은 손수레 밑에 들어가기도 했다.

신고 된 합법 행진을 막아서자 경찰이 강하게 제지했지만 보수 교인들은 20여 분간 극렬 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20대에서 6-70대까지 다양했으며, 경찰이 폴리스라인 바깥으로 내보내도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다. 한 교인은 “하나님 믿으세요”라는 어깨띠를 매고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다른 교인들에게 수레와 직접 대치하는 곳으로 오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보수 교인들이 길을 내주지 않자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시작하는 찬송가를 부르며 동성애 혐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이 손수레 주변 선봉대를 폴리스라인 밖으로 내 보내자 다시 퍼레이드는 10여 미터 정도 앞으로 나갔지만, 이번엔 300여명의 보수 교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누워 기도를 드리며 도로를 막고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보수 단체들은 아침부터 합법적인 집회 신고 장소 곳곳에 미리 현수막을 걸어 놓는 등 조직적인 방해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퍼레이드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주한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이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의 의미를 담아 부스행사와 퍼레이드에 함께 해 보수 단체들의 난동이 사실상 외교적 결례를 범한 셈이 됐다.



“기독교가 저렇게까지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시민 김 모 씨는 “나는 어느 쪽도 아니지만, 기독교가 저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반대야 할 수 있지만 저렇게 퍼레이드를 막고 난동을 부리는 것은 심하다”고 혀를 찼다.

한 퍼레이드 스텝은 “서로 생각이 다르지만 이해할 건 이해해야 하는데 결국 충돌이 벌어져 안타깝다. 분노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은 기도하며 누워있는 보수 교인들 사이에 들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NO”를 연신 외치며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호소하기도 했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한국에서도 동성결혼이 진행되면서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폭력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제도화되는 게 보이자 저쪽에서 혐오를 조직적으로 조장하기 시작했다”며 “애초 굉장한 반대를 예상 했지만 너무 폭력을 드러내고 비열하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저런 식의 적개심은 더욱 심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영 사무국장은 이어 “다른 나라는 퍼레이드 반대를 조직해 나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흔치 않다”며 “작년 필리핀 퀴어 퍼레이드에 갔는데 거기 기독교인들은 피켓을 들고 서있는 수준이었고 퀴어들과 인사도 나누고 했다. 이런 경우는 러시아 정도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은 기도하며 누워있는 보수 교인들 사이에 들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NO”를 연신 외치며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호소하기도 했다.


퍼레이드 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동성애자 인권연대 병권 활동가는 “우리사회는 무지개처럼 다양하다. 성소수자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를 함께 외쳤다.

이날 퍼레이드는 결국 4-50여미터 거리에 달하는 경찰의 폴리스 라인에 둘러싸여 진행됐지만 퍼레이드 차량에 오른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피켓을 들며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퀴어 퍼레이드는 매년 6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다. 퀴어 퍼레이드의 유래는 1969년 6월 뉴욕의 게이바 ‘스톤월’에 경찰이 들이닥쳐 성소수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단속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분노한 사람들이 격렬히 시위를 벌였고, 이듬 해 이 사건을 기념하며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당당하게 거리행진을 시작한 것이 전 세계로 퍼졌다.

앞서 이날 퀴어 문화축제는 오후 2시 개막행사부터 시작했다. 개막행사 무대에 참가한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퍼레이드 스텝들은 “일본에선 4월 27일 1만 5천명이 모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며 “올해 처음 한국 행사에 참가했는데 많은 분들이 모여 놀랐다. 양국의 동성애자들이 더욱 연대해 동성애자들이 행복해지도록 함께 걷자”고 말했다.

보수 기독교인들은 개막행사 도중에도 피켓을 들고 동성애 혐오를 조장했다. 피켓을 들고 있던 한 교인은 “동성애를 하면 남자가 며느리로 들어온다. 나라가 망한다”며 “오늘 퍼레이드 행사를 막을 생각은 없다. 그냥 조용히 피켓만 들고 반대하다 갈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곧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 무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멀리서

    세월호 참사때문에 월드컵경기도 보이콧 하는 시점인데.... 퀴어축제를 당연히 지지하지만 올해에는 좀 자중했었으면 좋았을것을...

  • 세밀

    기사에도 나온 것처럼 퀴어퍼레이드는 사회적 차별에 맞선 항의 행동으로부터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한국의 퀴어퍼레이드도 이런 항의 행동 성격의 연장이죠. 이런 퀴어퍼레이드를 월드컵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

    기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날 퍼레이드 공식 무대의 시작에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들과 희생자들, 가족들과 퀴어들을 포함하여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목하는 묵념을 했습니다. 그리고 퍼레이드 행사 부스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서명가판이 진행되었으며, 퍼레이드에 참여한 분들이 서명을 하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퀴어퍼레이드 행사 주최 측과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 속에서 이 퍼레이드를 기획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