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주인 없는 KT의 구조조정, 노동자가 나서야

[기고] ‘죽음의 기업’ KT를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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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의 대규모 특별명예퇴직에 대한 문제점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명퇴대상에 오른 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여 밤잠을 제대로 못 자며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조차 경영진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전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명예퇴직에 동의한 현 노조는 어용노조라며 불신임을 받고 있고, 현장에서는 재교섭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KT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동자가 공감하는 결실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 참소리]

첫째, 이번 구조조정계획은 사회통념에 벗어난 무리한 의사결정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구조조정이란 경영상의 긴박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불가피하여야 하고, 사용자가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CEO 출신 황창규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재 KT가 처한 위기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KT를 새롭게 변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상식과 법규에 맞게 업무에 전념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낙하산과 다름없는 인사이다. 삼성 출신인 그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에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 출신을 앉히고, 삼성출신 인사를 지속해서 영입하여 조직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왜 하필이면 삼성출신 외부인사만 데려오는가?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무노조경영으로 소문난 비민주적 기업이다. 전적으로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다. 삼성의 기업문화와 의사결정구조를 KT에 심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다. 무노조경영이 얼마나 무서운가? “월급만 많이 받으면 좋다”는 금전만능주의에 젖어서는 건전한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 동료를 믿기 어려워 눈치를 보면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직장을 생각해 보라. 또, 정성복 전 부회장을 포함해 횡령과 배임에 연루된 자들, 이른바 ‘이석채 사람’을 경영자문으로 위촉하여 고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회사에 누를 끼친 이들이 왜 그대로 남아 있는가?

전임 이석채 회장의 비리경영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도 미흡했다. 상층부 임원만 물갈이했을 뿐, 실무부서의 책임자급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런 하급 인사조치로 경영쇄신은 불가능하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도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무책임한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게 KT가 여태까지 보여준 행태라고 고객들은 호소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KT의 대응자세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해바라기문화가 만연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며, 이를 하루빨리 실천하는 것이 정도경영의 지름길이다.

또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명분과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타 통신사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를 줄여 경영개선을 하겠다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KT는 과거 유선중심의 기업이었다. 우리나라 통신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런 서비스가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력이 필요하였으며, 오늘의 KT가 있기까지 유무형의 기여를 하였다. 지금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경영개선을 위해 인력감축의 필요성이 불가피하나 이런 직원들의 기여도를 무시하고 무선중심의 타 통신사와 비교하여 단편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무능한 경영진이 적자기업을 만들고, ‘인건비 줄이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설득력 없는 구조조정안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니, 안팎으로 화살을 맞는 것은 당연하다. 현 경영진은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해 직원들을 내몰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받으며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고민한 것인지 묻고 싶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것이다. 유휴인력이 많아서 줄여야 한다면 이렇게까지 방치한 경영진 책임 아닌가? 이제 와서 그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직원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둘째, KT 현 노동조합 집행부의 부당한 의사결정이다. 현 노조는 그 정체성을 의심받는 행태가 그동안 많이 노출되었다. 사측의 ‘상시적 정리해고제’를 합의해주고 조합원 신분보장을 취약하게 하였으며, 횡령· 배임혐의로 여론의 몰매를 맞은 이석채 전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측의 잔혹한 노무관리로 인해 많은 조합원의 자살, 사고사에 대해서도 시종 방관해 왔다. 이런 행태들을 보면 구조조정안 동의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과연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지 의심스럽다. 명퇴설명회에서 노조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구조조정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다 혼쭐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조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장받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만든 단체이다. 그런데 집행부가 부당한 의사결정으로 다수의 조합원으로부터 항의와 비판을 받는다면 이에 대한 신임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의 동의를 사전에 받지 않은 구조조정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 노조집행부도 노동자의 한사람이며, 동료 조합원과 생사고락을 함께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와 다른 행태를 보인다면 어용노조일 수밖에 없다.

셋째, KT의 잔혹한 노무관리가 없어져야 한다. 이러한 작태가 지금도 횡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노동후진국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순위는 148개국 중 25위지만 노동시장효율성은 78위, 노사협력은 132위를 기록할 정도로 노동부문은 후진적이다.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는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KT는 “죽음의 기업”이란 오명이 붙는가 말이다. 이른바 CP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동자를 괴롭혔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KT그룹 직원과 58세 이하 명퇴자 중 45명이 죽었다. KT는 지난 1998년 5184명, 1999년 3672명, 2000년 814명, 2001년 1398명, 2003년 5505명, 2008년 550명, 2009년 5992명을 내보냈다. 이처럼 직원을 대거 내보낸 기업은 우리나라에 없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희생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를 우려하는 보도기사도 나온다.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법과 제도는 있어도 유명무실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2008년 KT의 분사 당시 선발 조건 [출처: 뉴스민]

KT는 2008년 10월 민영화를 염두에 둔 구조조정을 위한 Ktis 분사를 추진하면서, '전출 직원에게 분사 후 3년 고용을 보장'하고, '3년 근무 후에도 지속적으로 근무 가능하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에게 맡겼던 VOC(voice of customers) 업무를 본사로 회수하고 자회사인 Ktis와 담합하여 정리해고하는 사기극을 벌였다.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할 수 없다'는 기간제법 제4조 2항을 어기고, '근로조건 변경은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4항도 위반하였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생존권'마저 침해하여 '가학적 인사관리'라는 악명이 붙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근로자를 외면하였다. 지난해 1심 판결에서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법원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법이념과는 동떨어진 판단을 내려 그들은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서 근로자 을의 생존권을 짓밟은 부끄러운 사례이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KT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갑을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합의서에 동의하고서 KT의 구태의연한 불성실 자세로 임해 현재까지 실적은 전혀 없다.

그리고 위 사건과 관련하여 노조 불법집회를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Ktis는 근로자를 해고한 후,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피고는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내가면서 행정소송까지 강행하는 몰지각한 작태를 보여주었으나, KT는 패소당했다.

끝으로 이번 구조조정에 대하여 KT직원이 확고한 직업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맞서길 당부하고 싶다.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온 것은 KT 노동자 공동책임이기도 하다. 그릇된 경영을 획책하거나, 합세하며 추종한 것도 모두 잘못된 것이다. 과거를 탓해봐야 소용없다. 이제는 과감한 사고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KT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회사를 위해 일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회사에 불이익을 준 자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고, 애사심을 가진 직원이 많아지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당당히 나서야 한다. 더 이상 KT가 매스컴에서 좋지 않은 기사로 보도되는 걸 원치 않는다. 특히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CEO부터 직원, 그리고 노조도 과거에서 벗어나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갖고 국가와 사회에 인정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도록 힘쓸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