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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을 모든 노동자에게

[기획연재] 비정규직 사회헌장(14)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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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이하 비없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시되고, 기업의 이윤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 문제제기하기 위해,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법적인 권리를 뛰어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길에 함께하기 위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참세상과 함께 사회헌장의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그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합니다.

“13조.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은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권리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험 적용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실업을 당했을 때 실업부조도 제공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더 많이 보호해야 할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일부를 제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ILO에서도 당연하게 인정한 가사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각종 사회보험 적용률도 비정규직은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법적 권리에서 제외되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노조를 만들고 싸우고 있습니다.

또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쉽게 해고됩니다. 해고제한 조항도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되었을 때 그 노동자들의 삶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용보험에 들지 못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작은 사업장이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보험에 들지 못한 노동자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실업부조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모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국심사자격인증원은 ISO 경영시스템 심사원 자격인증 업무를 관장하는 국내 유일한 기관으로서, 품질 환경 안전보건 정보보안 식품안전 경영시스템 분야의 인증심사원 자격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에는 직원 3명에 조합원 3명이었고, 2007년 싸움을 할 때에는 전체 직원이 4명이었습니다. 현재는 2명이 조합원인, 작은 사업장의 작은 노조입니다.

2007년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으로 싸움이 있었습니다. 인증원은 비영리법인인데, 원장은 비영리 법인인 인증원을 일반 회사와 같이 이윤위주로 운영하고자 했고, 직원들은 비영리법인 답게 회사를 운영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명의 조합원(당시 부장)이 사측으로부터 보직해임이라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인증원 원장이 이전에 사장으로 있던 네빌클락이라는 기업의 현 사장이 인증원의 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아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인증원 회장의 대학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었고 인증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조합원들을 내쫓고 인증원을 사유화하려는 주체들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인증원의 사유화에 걸림돌을 애초에 제거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원장의 지시를 받아 단순경리업무만을 담당하던 인증원지부의 지부장을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이 없는 사용자라는 이유를 들어 교섭을 일방적으로 거부하였고 담당 업무를 박탈하여 실질적인 해고나 다름없는 상태를 만드는 등 노동조합에 대한 악랄한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증원의 원장은 대학교수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에게 특히 여성조합원들에게도 “이 새끼, 이놈이, 이 자식이, 인마”, “확 그냥 톱으로 쓸어버리겠다”, “망치 가지고와 모두 다 망치로 부셔버리겠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냐” 등등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입에도 담지 못할 폭언을 했고 이로 인하여 조합원들은 심한 모멸감 및 수치심을 느꼈고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것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사가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함부로 해고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 많기 때문에 법률적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단체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사무연대노조와 인증원지부는 각종 고소, 고발 및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 투쟁을 통하여 1달여 만에 보직해임 조합원의 원직복직 및 임단협을 체결하는 성과를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그 누구든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법이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보다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인증원은 그러한 사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증원지부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의 단결과 그로부터 나오는 힘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를 떠나서 근로기준법 이상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용자의 온갖 회유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자 동시에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