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그리스, 국영방송 ERT 점거농성 노동자 강제해산

언론노동자 50여명 강제 퇴거...시리자, “공영방송과 민주주의 역사의 검은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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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가 전 국영방송 ERT를 침탈, 자체 방송을 제작해 송출하던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정부는 전국 노동자들의 총파업 후 이 같은 진압 작전을 감행했다.

<타네아> 등 그리스 언론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7일 오전 4시(현지 시간) 전 국영방송 ERT 진입 작전을 시작, 방송국을 점거한 언론노동자들을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진압 후 건물 폐쇄하고 폴리스라인과 함께 쇠사슬로 철문을 감았으며 수갑을 채워 놓기도 했다.

건물 안에는 50여명의 노동자가 농성 중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자발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구속될 것이라고 경고 방송으로 위협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를 거절하자 오전 5시 10분 경 건물 안으로 진입, 오전 7시 경 시위대 다수를 끌어냈다. 진압 중 ERT노동조합 대표와 대변인 등 4명은 연행됐으나 이후 풀려났다.

  그리스 경찰 진압부대가 전 국영방송 ERT 점거농성장에 진입, 강제 진압하고 있다. [출처: http://www.protothema.gr/ 화면캡처]

15개 이상의 진압부대가 투입됐으며, 외부에 있던 시리자와 공산당 등 점거농성 지지자들에게는 최루탄을 뿌리며 해산시켰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6월 11일, 효율성을 문제로 ERT를 돌연 폐쇄하고 2,656명의 노동자를 해고시켰다. 이후 언론인과 기술진들은 이에 저항, ERT 건물을 점거, 약 5개월 동안 자체 방송을 제작해 송출해 왔다.

진압 과정에서 점거 농성자들은 저항, 경찰과의 대치 중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 언론인은 진압 중 마지막 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시리자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공영방송과 민주주의 역사의 검은 페이지”라며 정부의 강제 진압을 맹비난했다. ERT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들은 이날 오후 4시(현지 시간) 긴급 규탄 집회를 진행한다.

  ERT 건물 밖에서 경찰과 점거 언론인들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출처: http://www.protothema.gr/ 화면캡처]

이날 ERT 점거노동자 진압은 그리스 전국 노동자들의 총파업 이후 일어났다.

그리스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양대 두 노총이 공동 주최한 이번 총파업에는 초중등학교, 대학, 병원, 공공기관, 은행, 항공, 철도, 선박 등 노동자들이 참여, 정부와 트로이카(IMF, EU, ECB)의 긴축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강도는 이전 보다 약화됐다고 알려졌다.

트로이카는 현재 그리스 정부의 내년도 예산 수립 계획 검토를 위해 방문 중이다. 이들은 내년 정부 세입 중 20억 유로가 부족하다며 그리스 정부에 추가적인 긴축과 세금 인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5억 유로만 부족할 뿐이며 이는 다른 조치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로이카는 이외에도 연말까지 공공부문 노동자 4천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요구하고 있다. 긴축조치 후 현재까지 2,000명이 이미 해고됐으며, 2014년말까지 최소 15,000명이 추가 해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