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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의 덫에 걸린 아시아

아시아,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상 도미노...통화강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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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개월동안 3번째 금리인상

중국 인민은행이 9일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약 3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12월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실시했다. 다시 2개월만에 세 번째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아오이 금융정책위원(칭화대 교수)은 “이번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중국은 완만한 긴축 접근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성도만보가 9일 전했다.

이 위원은 “금리 인상은 주로 기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 조치에는 다양한 금융 정책 도구를 이용한다는 인민은행의 원칙이 반영되어있다. 우리는 지급준비율 및 금리를 교대로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증권정보는 실질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인민은행은 다음 달 이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금리인상 도미노

이러한 금리인상은 중국만이 아니다. 지금 아시아 국가에서 금리인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앞서 인도도 지난 1월 25일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고, 인도네시아는 지난 4일 2년 4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연6.50%에서 6.75%로 올렸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지난 2일, 향후 수개월 동안 싱가포르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극화되어 올해 말까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올해 1월 물가상승폭이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에, 지난해 유지한 금리동결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태국 중앙은행도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계속 금리인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한국 또한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줄이은 금리인상은 우려할만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에 5%로 올랐다. 인도네시아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02%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1%로 목표치인 3±1%를 벗어났다.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4.3%로 예측되고 있고, 인도의 경우 8.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인상 이후 통화강세(환율하락) 지속

한편,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외환시장에서는 해당국 통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8일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과 대만 타이완달러는 13년 전인 199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원화도 지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지난 4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국 바트화는 2010년 11% 올라 일본 엔화에 이어 아시아 통화로는 두 번째로 강세를 기록했다.

양적완화의 덫

아시아 지역 물가가 오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연 재해에 의해 식량 생산이 감소하고 식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의 유가상승에 이어, 휘발유, 디젤유, 전력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물가를 자극시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상황이고 유독 아시아와 신흥시장국가에서 물가가 오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다른 무엇보다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물가인상 배경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벤 버냉키 미국 FRB 총재는 “아시아 지역의 물가인상은 현지의 수요가 급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주장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2010년 신흥국으로의 민간자본 순 유입액은 9080억 달러로, 2009년 대비 50% 증가한 액수다. 2011년에는 이 보다 더 늘어나 1조 달러가 넘어서고 그 중 특히 아시아 지역에 4300억 달러 이상 유입될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미국은 양적완화로 글로벌 핫머니를 키웠고 이 돈들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국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자연히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른다. 이 물가를 잡기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가 오른 것을 보고 또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핫머니의 유입은 더 증가하고 해당국의 통화강세로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신흥국 통화량증가->물가인상->금리인상->통화강세->통화량 증가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덫에 빠진 아시아 신흥국들의 현실이다.

여기에 식량위기가 겹치고 에너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물가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중국이 물가를 잡지 못하면 한국의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금리인상으로 물가가 잡히면 다행이지만 안 잡히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