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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변양균-신정아 게이트와 민중의 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게이트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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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4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을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윤재 게이트 외에도 새로운 권력형비리 2-3개를 더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국감'을 '게이트 국감'으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고 하면서도 두 측근의 비리 의혹이 "사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권력누수로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기말, 대선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권력형비리 문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5년 전 정현준.이용호.진승현.윤태식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남과 3남인 홍업.홍걸 씨가 개입된 이른바 '황태자 게이트'였다. 이들 모두는 벤처기업가로 변신하여 주가조작 등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청와대,민주당,검찰,금감원,국세청,경찰 등 국가기관과 여당의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황태자 게이트는 김대중 정부의 임기말 레임덕을 부추겼고, 결국 당시 민주당은 6.13지방선거와 8.8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후 일성은 참여정부에 권력형비리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DJP연합 권력이었던 김대중정권과 달리 민주화세력의 힘으로, 386의 힘으로, 효순미선 촛불투쟁의 힘으로 탄생한 노무현정부의 부정부패, 권력형비리 척결 의지에 대한 민중들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나 권력형비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순식간에 우습게 만들었다. 대통령 취임 3개월째 장수천을 둘러싼 최도술 전 비서관 비리, 최측근으로 활약한 안희정의 대선자금 유용 개인 아파트 구입 사건,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썬앤문 사건, 친형 노건평의 대우건설 뇌물 사건 등이 잇따라 벌어졌다. 계속되는 권력형비리는 결국 노무현탄핵 사건의 단초가 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규모에 비해 1/10밖에 안된다는 상대적 비교 논리를 펼쳐가며 국면을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가 권력형비리, 친인척비리,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기까지는 출범 후 불과 1년이 채 안 걸렸다.

건설업자 김상진 씨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곧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연산동과 민락동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김상진 씨가 빼돌린 400여억 원의 비자금을 놓고 게이트 여부를 조사중이다. 김상진 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여야 인물을 가리지 않고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인사가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도 수월찮이 나오고 있다. 은폐되고 밝혀지지 않는 권력과 권력간, 자본과 권력간 이루어지는 일상의 권력의 재생산을 고려한다면 곧 밝혀질 정윤재 게이트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지 모른다.

변양균-신정아 사건은 권력비리의 게이트 문제 외에도 학벌, 문화예술계 권력의 재생산, 미디어권력의 폭력 행위 등 숱한 사회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다. 학벌 사회를 비판하고 능력이 우선되야 한다는 일시적인 사회정화 여론은 그 능력조차 권력에 의해 재생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실의와 낙담에 빠지고 말았다. 문화예술계는 권력과 학원과 문화예술계로 이루어진 구조적 커낵션에 합의라도 한듯 침묵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계의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권력은 사태의 본질과 관계없는 알몸사진 게재와 스캔들 보도에 집중, 이성을 잃고 날뛰는 짐승같은 실체를 드러냈다. 혹시 우리 사회가 저들 미디어의 광기를 대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후보는 동성애 비하와 장애인 낙태 발언에 이어 성매매 잘하는 방법을 자랑처럼 늘어놓았고, 그를 후보로 밀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정농단'을 거론하며 권력비리 조사의 총공세를 펼친다니 희극과 비극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무릇 참여정부는 민주화운동세력, 386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시민운동의 참여를 통해 구성된 권력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과 386과 시민운동은 참여정부를 통해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어느 시점인지 단정하기 어려워도 위로부터 구성된 권력과 권력, 자본과 권력 간의 신자유주의 지배구조를 승인해버린 탓이고, 지금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파병과 한미FTA와 비정규법이 관철되는 동안 방관과 침묵의 시간을 보내버린 탓이다.

그 후과로 권력형 비리는 중단되지 않는다. 정윤재 게이트는 몸통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여야 공모로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변양균 게이트는 권력비리의 본질을 폭로할 수도, 넘버쓰리 지위에 있는 한 권력자의 개인적인 스캔들 문제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후보로 대표되는 한나라당과 이해찬과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범여권이 도달하려는 권력의 목표는 게이트의 재생산구조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게이트를 놓고 한나라당은 국정 공세의 수단으로, 범여권 주자들은 은폐와 외면으로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데 급급할 뿐이다. 지배시스템을 찬탈하는 순간 모든 게이트는 해결된다는 공모된 신념이 작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권력 찬탈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 정윤재, 변양균 게이트는 다그쳐 묻는다. 실의에 빠져있을 지도 모를 민중의 눈이 지금 응시할 곳이 어디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