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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무현 정부 실정 위에 피어나는 이명박 신화

이명박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 극복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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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선의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 후보가 선출되었다. 박근혜 후보와 1.5% 포인트 차의 박빙 승부 끝의 결과였다.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이명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지지자들이므로 경선 패배에 반발해서 범여권 지지로 이탈할 여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10여 명의 범여권 후보군은 그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20% 정도에 머물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네 달도 못 남은 대선 기간에 지지율 역전과 정권재창출은 무망한 상태다.

부동산 투기 등 이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급기야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들과 도덕적 결함들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면역력만 높아졌을 뿐이고 이 후보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을 거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다. 노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참상으로 노 정부와 (구)열린우리당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는 불신과 분노로 바뀐 지 오래다. 노 정부 지지도는 그간 회복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20% 중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실정에 대한 동반책임을 탈색하고자 탈당과 신당 그리고 합당의 기만적인 기획을 도모한 (구)열린우리당과 (현)대통합민주신당의 사기극도 이런 현상을 부추키는 한 요인이다. 시민운동의 한 부분을 물타기로 엮어 넣고 간판을 갈아다는 이런 사기극으로 대중을 현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선에서의 바람몰이도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가 전제되는 것인 바, 현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이 이 과정에 개입했다 하지만 신당의 지지율은 기껏해야 10% 대에 머물 따름이다. 말하자면 백약이 무효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를 물론 현 정부와 집권당 불신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이명박 후보 개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표현되어 있다. 현대건설 사장과 샐러리맨 신화, 청계천 사업에서 보여준 서울시장으로서의 추진력 등 이 후보의 경영능력을 대중들이 평가하고, 노 정부 하에서의 경제와 일자리의 위기, 민생파탄에 대한 대안을 기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비주류인 이 후보가 당내 지지를 놓고 박근혜 후보와 거의 대등한 경쟁을 하고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역전을 할 수 있던 것은 이런 기대의 표현이다.

이를 두고 여러 논자들이 이번 대선의 쟁점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 심지어는 시대정신의 변화라고 심대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민주화나 개혁 또는 남북화해 같은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와 경제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이 시대의 정신이고 이명박 후보에게서 그 실현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실정의 근원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었다면, 한미FTA, 공기업 민영화, 금융화, 노동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실하게 계승할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후보가 실정을 극복하고 번영으로 나갈 것으로 기대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2001/2003년에 시작한 현재의 세계경제 사이클은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공황으로 끝날 것이 확실한 만큼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번영보다는 위기에 직면하기 쉽다. 이명박 후보가 이대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 신화는 현실에서 무너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