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논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논의를 시작하자

정파의 산술적 합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력 창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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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대투쟁 20년을 맞았다. 또 다시 5년 주기의 대선이 있는 해다. 신자유주의 지배 세력은 대선을 향해, 권력 장악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비록 자유주의 지배 분파가 극심한 혼돈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한 몸부림은 여전하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연말 대선은 이들 신자유주의 지배 세력 사이의 공방이 대세를 형성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간다운 삶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자 온몸으로 투쟁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 20년을 결코 헛된 과정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되게 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자산이자 역사적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87년 6월 항쟁이 온통 지배 세력의 축제로 둔갑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구나 7,8,9 노동자대투쟁은 제대로 조명조차 받고 있지 못한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넋두리나 하고 있을 겨를은 없다. 지난 20년을 노동자 민중의 것으로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저들 신자유주의 지배 세력을 통째로 갈아엎기 위한 정치적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기대와 열망이 존재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기대와 열망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인정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은 결코 개량주의 정당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게 민주노동당이 표방한 ‘거대한 소수’ 전략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원인이다. 민주노동당은 최대치에 도달한다고 해도 ‘초라한 다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회당 역시 ‘거대한 소수’로나마 성장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으로는 결코 포괄할 수 없는 정치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한국사회당도 아닌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해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이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 내부에서 이에 동의하는 세력과 그 바깥 세력을 다 합해도 당장 노동자 민중에게 설득력을 갖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 세력은 지배 세력에게는 고사하고 노동자 민중들에게조차 정치 세력으로서 그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지 못하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일차적으로 정치 역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또 다른 결사를 한다는 것은 자칫 분열주의 또는 종파주의로 몰리거나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다가 당 운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력이 있다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세기 혁명운동의 실패를 딛고 서야 하는 힘겨운 과제가 가로 놓여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건은 어차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조건이 해결되거나 사라진 뒤에 노동자계급정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러한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할 수 있는 운동력과 토대를 따로 또는 먼저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운동력과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강령을 준비하는 것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분명한 목표와 과제로 삼을 때 현실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정치적 긴장을 형성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정은 러시아 볼세비키 정당, ‘현실사회주의’에서의 ‘스탈린주의’ 정당, 서유럽의 개량(사민)주의 정당, 현존하는 비제도 정당, 그리고 당연히 민주노동당의 건설 과정과 정치 활동을 극복하고 뛰어 넘어야 한다. 그 핵심은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대원칙을 어떻게 현실화, 구체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자계급정당은 결코 권력의 대표체나 정점으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당은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대체 권력’ 또는 ‘대안 권력’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당 역시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멸해 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당에 대한 비판적, 반대적 맥락에서 얘기되고 있는 네트워크나 코뮨도 이와 같은 과정을 함께 할 때 비로소 현실성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실현이 본격화 될 수 있다.

지금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는 데 있어 최대 난관은 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세력 내부 상태이다. 국가 권력의 탄압이나 노동자계급의 상태도 이에 비하면 현재로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 내부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여전히 넓다. 심지어 그 어떤 정치적 동질성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특정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는 경향도 없지 않다. 특정한 정치적 맥락을 강조하는 흐름도 있다. 현실의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신뢰를 쌓아왔다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의 직접적 과제로 삼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현존하는 특정 정파의 헤게모니로는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어렵다. 동시에 일부 정파의 노력만으로도 노동자계급정당의 정치적, 대중적 동력을 형성하기 쉽지 않다. 아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정파의 통합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즉 단지 산술적 합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다수 정파가 함께 참여하여 새로운 정치력을 창출하는 이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최대한 다수 정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대세를 형성하기 위해 것이며, 새로운 정치력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대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대세를 형성하는 것과 대의를 세우는 것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지금 대선 대응을 둘러싸고 노동자 민중 진영은 정치적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든 주객관적 조건으로 볼 때 2002년 당시의 ‘대선 공투본, 공선본’보다 진일보한 논의나 전술 구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태는 그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에서 겉돌고 있다. 물론 그 책임을 민주노동당에만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정당에 동의하는 세력의 분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대선 대응과 원칙적으로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 당 건설은 전략 문제지만, 대선 대응은 전술 사안이다. 또한 노동자계급정당에 동의하는 세력일지라도 대선에서의 전술적 일치를 지금 시점에서 끌어내는 일도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대선 전술을 함께 구사한 세력 중에도 노동자계급정당까지를 함께할 수 없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양자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넓히기 위한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는 일은 분명 무겁고 어려운 과업이다. 더구나 이의 추진이 정파들 사이의 논의로부터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정파들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고 나온다면 한국의 노동자계급과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열정과 감동의 시대를 열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자.
  • 당원

    계급정당 논의를 시작하자고 하는 글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동당은 개량주의 정당이기 떄문에 안되고 한국사회당은 뭔 이윤지 모르게지만 안된다고 하고 그래서 볼세비키 전위정당을 이야기 하는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도대체 어떤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는 너무 추상적입니다.

    노동자의 정당, 노동해방의 원칙에 서있는 정당과같은 선언문구로는 사람들을 모으기에는 많이 힘들듯..

  • 민주노동당

    노힘동지들, 열심히 해보쇼^^ 참 괜히, 평소에 반대하다가 민중경선제 같은 것을 찬성해서 민주노동당 흔들어보는 수작 같은 것은 마세요! 글구, 괜히 민주노총 다니면서 민주노동당 씹지도 말고요... 그냥, 하고자 하는 당이나 잘 만드시기 바랍니다.

  • 호연지기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기대와 열망이 존재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기대와 열망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인정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은 결코 개량주의 정당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게 민주노동당이 표방한 ‘거대한 소수’ 전략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원인이다. 민주노동당은 최대치에 도달한다고 해도 ‘초라한 다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

    ==> 각골명심하고 또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명언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라는 틀이라는 역사적 주체적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