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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정부 안전관리 책무 희석” 우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대규모 인파에 대한 대책 부재 등 드러나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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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세월호 사고 이후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정부 대책이 강화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논란 거리를 만들었다. 참사 후 이틀이 지난 지금, 이번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브리핑에서는 재난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 뒤인 30일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혀 문제가 됐다. 이날 이 발언은 곧바로 “재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을 비롯해 “정부의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시킬 수 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성명에서 “(이 장관의 단정적 발언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시킬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참사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변은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하며 “헌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상기하며, 피해자 중심적 관점으로 이번 참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대규모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행정당국은 어떤 사전 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오늘(30일) 총리가 발표한 브리핑에서 이번 상황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주무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당일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 집회와 시위로 인해 경찰병력이 분산돼 충분한 안전 조치 인력을 확보, 배치하지 못했다는 발언과 안전 인력이 충분히 확보됐어도 막을 수 없었던 사고였다는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정부의 재난에 대한 안이한 의식도 크게 작용한다”라고 했다.

한편,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태원 사고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의 부재, 경찰청이 이번 사건을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점 등이 지적됐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안전관리 대책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주최자가 없는 행사가 사실 유례가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 방안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이태원에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음에도, 경찰은 사건 당일 경찰력 137명만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다. 대규모 인파에 대한 대비도 없었다.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브리핑에서 “다중운집 상황에 대해 경찰은 현장 통제보다 범죄 예방, 불법 단속을 중심으로 경찰력을 배치해 대비해왔다”면서 코로나19 이전 핼러윈 행사에서도 “확인은 안 했지만, 최소한의 교통 통제는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람의 이동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2017년부터 코로나 이전 2019년까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경찰력을) 평균 30명~90명 배치했다”라며 “이번에 137명으로 심지어 증원된 규모로 배치해 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권 단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30일 성명을 통해 “10만 명 참여를 예상하면서도 안전 통로나 안전 인력 배치가 미흡했던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방정부가 참사를 방지할 수 없었는지 꼼꼼히 조사하여야 할 것”이라며 “지방정부 주관의 행사는 아니지만, 지방정부나 경찰 모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안전 대책은 소홀히 한 것은 간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에 따른 인명 피해가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154명이고, 부상자는 149명(중상자 33명)이다. 정부는 31일 중으로 합동분향소를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를 완료하고, 오는 11월 5일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