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이미 분리된 사회에서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은 ‘해고’였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①]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서비스직 노동자들에게 차별은 바이러스보다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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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얼마 전까지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문제는 코로나가 확산 추세이든 감소추세이든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국가의 조치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홈리스,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는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국가는 관심이 없다. 경제회복의 논리로만 일상회복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은 존엄할 수 없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위 문제의식으로 당사자들과 함께 낭독극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을 만들었다. 낭독극을 준비하면서 되새기는 코로나19와 인권의 현실을 연재한다. (편집자)

※ 낭독극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은 9월 3일 오후 2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후원행사에서 상연된다.


더위가 한창이라 휴가를 준비해도 모자를 7월 일요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실에 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함께 낭독극 첫 모임을 하기 위해서다. 이주노조 회의가 일요일에 열린다고 해서 회의 후에 만나기로 했다. 근무 없는 날에 회의를 해야 서울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의가 끝나고 코로나19를 핑계로 해고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비정규직이라 공공기관이어도 코로나 방역대책에서는 차별받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이하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수석부지부장이 들어왔다. 바쁘게 투쟁하고 있는 이들을 주말에 불러 모으니 미안했다. 그러나 모두들 모인 것은 코로나에 대해, 아니 우리 사회에 대해 할 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아랫마을홈리스야학 로즈마리 학생회장님이 민주노총 건물을 찾느라 오래 걸렸다며 잰걸음으로 회의실에 들어선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안나 활동가까지 모이니 첫모임에 참여할 사람은 다 모였다. 장애인자립센터의 활동가는 일정이 겹쳐 오지 못했다. 대부분 서로 모르는지라 인사를 나눈 후 낭독극의 취지와 진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동안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먼저 코로나로 힘들었던 것들은 뭔지 이야기를 나눴다.

차별은 바이러스보다 더 힘들었다

“우리를 차별하고 착취했던 기존 구조들이 코로나19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들 속에 많이 드러났어요. 그중에 우리 비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간접 고용 형태나 이런 형태가 많거든요. 공공기관 자회사이자 기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 간접 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있었지요.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누군가 일단 감염되면 그 사람은 빠져야 되잖아요. 그리고 사람이 빠지면 보충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에 대한 권한이 우리에게는 없는 거예요. 애초에 최소 인력으로 해놓으니까요. 가령 우리 역무(지하철역사나 기차역서 하는 업무) 같은 경우에는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거든요. 갑자기 누군가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이면 초기에 5일 쉬었잖아요. 그런데 인력보충을 안 해주니 쉬는 사람뿐 아니라 근무하는 사람들도 너무 힘든 거예요. 역무실을 비우지 못하게 돼 있고 코로나가 극심하게 확산되던 시절에도 지하철은 다녔잖아요.”


서재유 부지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는 공공기관임에도 방역대책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백신도 비정규직은 공항에서 승객들을 태우는 등 필수대면 업무를 하는 노동자임에도 나중에 접종시켰다.

“원청은 대면 업무를 우리보다 덜한 편이에요. 사무업무를 하는 철도 공사 정규직이 오히려 우선 접종 대상이 되고 우리는 우선 접종 대상에서 아예 뺐어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비단 코레일네트웍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방역 대책 중 가장 큰 것이었다. 2020년 3월, 국립병원이 서울대병원은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에게 최소한의 방역물품인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간병인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뺀 것이다. 지금이야 쉽게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지만 2020년 초에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간병인은 24시간 환자 옆에서 일해야 하는데 알아서 마스크를 구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치는데도 말이다. 서울대병원은 간병인들도 노조에 가입돼 있어 노조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항의해 이후에 바뀌기는 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이른바 합법비자인가 아닌가에 따른 차별도 있었다고 했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경우에는 코로나검사나 백신접종에서 차별을 겪었다.

“백신도 맞을 수 없고 이주노동자들은 아주 불안해서 떨면서 일 했어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백신을 맞으러가면) 경찰에 잡힐까봐 불안하고, 코로나 걸리면 정부에 가야하니 불안하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줬는데 이주노동자들한테는 주지 않았어요.”


[출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2021년 코로나 19가 재확산될 때 서울과 경기 등 몇몇 지자체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같이 일하는 사업장임에도 이주노동자는 코로나 검사를 매주 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주노동자들을 코로나 감염원으로 바라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가 있었으나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코로나 초기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 방역대책이라며 이동의 자유도 제한을 받았다.

“이주동자들이 나가면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시킨다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고립시켰지요. 코로나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하면 안 된다는데 나가질 못했어요. 이주노동자 일자리나 숙소는 열악해요. 밀폐된 공간에서 일해요. 이주노동자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항상 경계 대상이 되었어요.”


해고가 코로나 대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대면접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장이나 가게의 운영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분야는 서비스직과 관광업, 항공업이었다. 서비스관광업종에서 휴직이 늘어났다. 관광서비스직인 세종호텔 허지희 사무장은 어땠을까?

“세종 호텔 특성상 명동에 있어서 외국인 관광특구예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외국인이 들어오지 못하니까 호텔의 객실에 손님을 채울 수가 없었어요. 객실 수입은 거의 10분의 1 없어지다시피 했고 첫해에는 당장 외국인이 없어지고 정부에서 항공 호텔 사업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줬어요. 일을 하지 않아도 무급이 아니라 70프로의 월급을 주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거예요. 직원들을 휴가를 내보내고 70프로 임금만 받고 8개월을 휴직했어요.”


허지희 사무장은 정규직이었다. 초기에 호텔 측은 정부 방침대로 정규직인 노동자들에게 유급휴직을 내주었다. 그러나 많은 비정규직이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나 다를 바 없는 기약 없는 무급휴직을 강요당했다. 아시아나항공기 객실청소나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지상업무를 하는 비정규직들도 무급휴직을 강요당했다. 민주노조였던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가 해고됐다. 해고 만 3년 동안 대부분의 해고자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했고, 김계월 지부장만이 얼마 전 복직했다. 코로나 확산이 주춤해진 요즘 항공업이 되살아나 더 이상 부당해고를 유지했을 때의 명분이 서기 어려워지자 복직시킨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자 세종호텔 측은 코로나 상황을 호텔 구조조정에 이용했다. 그리고 비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민주노조 소속의 노동자들을 잘라냈다.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죠. 저희는 메르스도 겪었고 사스도 겪었기 때문에요. 메르스는 한 달에 끝나버릴 정도로 짧았고 사스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몇 개월 걸리지 않았죠.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받고 난 후에는 코로나 상황이 끝날 줄 알았죠. 근데 상황이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세종호텔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한 8개월이 끝난 다음에 직원들 다 나오라고 하더니 희망퇴직을 시켰어요. 정규직이었던 저희 직원들을 가장 회사가 하고 싶었던 비정규직화를 하는 거예요. 회사 내에서도 소문이 돌았죠. 룸메이드 업종 자체가 정규직이지만 그다지 많은 임금이 아니었어요. 그 임금이면 다른 데 가서 용역업체 들어가도 최저임금 수준은 다 받으니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고 희망퇴직을 다 신청했어요. 49명이 퇴사를 하고 룸메이드, 룸어텐던트파트팀 전체가 용역회사가 돼버린 거죠. 2021년에도 세 차례에 걸쳐서 희망퇴직을 받았고 78명이 했어요. 333개 객실을 운영하던 호텔이 이제 정규직이 거의 50명도 안 남은 상태가 되었죠. 회사를 안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다 민주노조 조합원들이었어요. 그러자 회사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2021년 코로나고용유지지원금을 해마다 신청할 수 있는데 안 하더라고요.”


정부의 고용안정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가 신청하는 방식이라 회사를 다니고 싶은 노동자는 신청할 수 없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회사가 어렵다며 마음에 안 드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정부의 대책이 노동자중심이 아니라 기업 중심으로 짜였기에 발생한 것이다.

[출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회사는 경영이 어려워서 정규직으로 시설팀을 유지할 수가 없으니 외부업체에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거리두기로 투숙은 잘 안 해요.그래도 호텔은 웨딩이나 출장 웨딩 이걸로 먹고 살았거든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될수록 웨딩을 할 수가 없어도 출장을 많이 나갔어요. 여의도에도 있고 양재로도 있고 파주에도 출장 웨딩을 하거든요. 그런데 정부방침이 50명 이하로 웨딩하객수를 줄이도록 하자 호텔은 2021년 8월에는 식음료부서를 폐지한다면서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거예요. 식음료부서에 속하던 요리사, 웨이터, 설거지하는 사람들이 다 정리해고된 거예요.”


세종호텔은 부동산 자산 등 2,500억 원의 자산이 있는 많은 중견기업이다. 회사가 어려우면 자산매각 등을 통해 함께 살 방안을 세워야 마땅하다. 세종호텔은 139억 원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과 1,200억 원대의 토지, 기타 건물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고작 2억 원대의 주식과 4억 원대의 골프회원권을 매각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영업은 재개될 것이고 노동자들이 다시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재난의 피해를 노동자만이 져야할까. 허지희 사무장은 말한다.

“코로나는 질병이고 국가에서 구제해야 될 재난이지 경영상의 위기가 아니지 않나요?”


해고를 앞세운 것은 정주노동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열린 이주노동자대회에서 농업이주노동자가 말했다.

“저는 한 달 전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구직등록기간이라, 계약서가 없었습니다. 친구 소개로 계약서 없이 일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사장님은 문제없으니, 일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2주에 한 번 돌아오는 휴일에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사장님이 숙소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하지 말라고 했고, 돌아오니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면 숙소에 출입할 수 없으니 나가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갔는데, 결국 코로나 양성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사장님께 알리자, 그냥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가 없으니 지난 3주간 일한 월급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감염병 위반이니, 피해보상을 하라고 했습니다. 저 말고도 코로나 양성 결과로 부당하게 해고당한 언니가 있습니다. 그 언니는 충남 천안에 돼지 농장에서 11달을 일했습니다. 이 언니는 지난 1월 31일 휴일에 외출하여 약혼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팀장이 외부에 다녀왔으니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이 언니는 2월 1일 천안의료원에서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이 나와서 2월 10일까지 김포 생활의료센터에서 격리하였습니다. 그런데, 격리가 끝나고 나서 근로계약이 이미 해지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약기간은 아직 5달이 더 남아있었습니다. 언니는 아마도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코로나를 핑계로 자른 것 같다고 합니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다.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된 이주노동자는 비자 기간이 5달만 남아있지만 거기서 더 일할 수가 없다. 이미 사업장 변경을 3번 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은 최대 3년간 3회로 제한되어 있는 고용허가제를 악용한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시기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 위기에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사회적 소수자는 더 위험에 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를 분리했고,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리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더 알려져야 한다. 삶을 계속 될 것이고, 코로나와 같은 공중보건위기는 언제고 찾아올 테니 말이다.


행사참여 신청 링크: https://bit.ly/2022바람후원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