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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비 곡 실리는 BTS 앨범, 그동안의 사과는 ‘거짓’이었나

[미디어택] 방탄소년단에 보다 높은 사회적 책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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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EONG_JM, Wikimedia Commons

오는 6월 10일, 방탄소년단이 앤솔러지(Anthology) 앨범 ‘프루프(Proof)’를 발매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데뷔 9년의 역사가 함축됐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 또한 높았다. 그 한 명이 바로 필자‘였’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은 3개의 CD로 구성된다. 방탄소년단의 역대 타이틀곡과 함께 멤버들이 직접 고른 솔로곡과 유닛곡 그리고 현장감이 돋보이는 데모 버전 및 미공개, 신곡이 수록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두 번째 CD의 10번째 트랙 ‘필터(Filter)’가 들어간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곡은 2020년에 발매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 : 7(MAP OF THE SOUL:7)〉에 수록됐던 멤버 지민의 솔로곡이다. 문제는 해당 곡 제작에 성범죄 혐의를 받는 정바비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는 이유다.

‘여성혐오’ 사과했던 BTS…정바비 곡 수록으로 정당성 의심

정바비는 누구인가. 그는 밴드 언니네이발관으로 데뷔해 가을방학 등 그룹을 결성하며 마니아층을 형성, 가요계 내 입지를 다져왔다. 빅히트와는 2018년 5월부터 곡 작업을 같이해왔다.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 앨범에 수록된 ‘134340’, ‘Love Maze’를 시작으로 ‘I'm Fine’, ‘Filter’, ‘DreamGlow’, ‘Answer : Love Myself’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같은 소속사 그룹인 TXT와도 ‘간지러워(Roller Coaster)’, ‘20cm’, ‘하굣길’ 작업을 함께했다.

그러나 정바비는 2019년 가수 지망생이자 연인이던 A씨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 씨는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극구 부인했다. 경찰은 정바비와 관련해 불법 촬영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 후,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2020년 또 다른 피해자 B씨가 등장하며 사건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A씨 유족들은 항고했고 피해자 B씨의 사건과 병합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씨는 재판과정에서 폭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촬영 역시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꾸준히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2015년 그룹의 리더이자 랩을 담당하고 있는 RM의 믹스테잎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수록곡 중 ‘농담’에 “넌 천상 여자처럼 설 거 없지”,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을 비롯해 성적인 의미가 담긴 부적절한 욕설 등이 담겼다. 이 앨범을 접한 국내외 팬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빅히트는 2016년 7월에서야 “2015년 말부터 방탄소년단 가사 내 여성혐오 논란이 있음을 인지하고, 가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내용 중 일부가 창작 의도와는 관계없이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데뷔 전에 SNS에 올린 내용 중 일부가 여성들에게 불쾌한 콘텐츠일 수 있다는 것도 자체적으로 확인했다”라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 전원은, 이러한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고하겠다”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RM은 그 후, 자체 콘텐츠를 통해 미국 작가 토니 포터의 〈맨박스(Manbox)〉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정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신곡을 발표하기에 앞서 여성학 교수에게 가사를 의뢰해 검수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콘서트에서도 여성비하가 담긴 곡을 제외하거나 가사를 바꿔 부르는 등의 노력을 보여줬다. 팀 멤버들 역시 본인들이 가지는 책무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된다.


‘입 다문’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그리고 첫 메시지

방탄소년단의 팬들 또한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정바비의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후, 팬들은 자발적으로 방탄소년단 곡 중 정 씨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 리스트를 공유하며 ‘소비거부’에 동참했다. 실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정 씨의 곡을 삭제했다는 팬들이 증언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새 앨범에 정바비 곡이 실린다는 소식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발매됐던 곡이니 문제 될 게 없다’, ‘정바비는 작곡에 일부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멤버가 선택한 곡이기 때문에 소속사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 발매됐던 곡이라도 새 앨범에 실린다면 정바비에게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득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곡의 일부에만 참여했더라도 말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정바비 곡을 직접 선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이다. 2016년 빅히트는 ‘여혐’ 논란에 대해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이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사과는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데뷔 10년 차 그룹이 됐다. 그렇다면, 멤버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이제 당사자가 직접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비단, 이번 사태만의 얘기도 아니다.

소속사의 부적절한 처신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선택한 곡이 논란이 될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해당 멤버에게 이를 설명하고 다른 곡이 수록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것이 소속사의 역할이다. 실제 지민의 솔로곡은 이번에 논란이 된 ‘필터(Filter)’ 이외에도 좋은 곡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방탄소년단 새 앨범에서 정바비의 곡이 제외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지민은 공식 채널을 통해 ‘필터(Filter)’를 선곡한 이유로 “팬들이 기대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새 앨범과 관련한 논란에도 묵묵부답이던 상황에서 나온 첫 메시지였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하나의 움직이는 미디어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유엔에서 세 차례나 연설하는 등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성을 부여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은 ‘기후 위기와 환경’,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 ‘미래세대의 꿈과 희망’을 비롯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아시안 혐오와 차별’ 등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렇듯, 이미 방탄소년단의 음악 활동은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이브와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에서 정 씨의 곡을 제외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움직이는 미디어다. 그들을 통해 전파되는 메시지가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이와의 콜라보이자 그들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 누가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설명은 어떤가. 정바비의 곡을 제외해달라는 팬들도 방탄소년단 앨범을 ‘흔쾌히’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 문경락

    소속사의 부적절한 처신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선택한 곡이 논란이 될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해당 멤버에게 이를 설명하고 다른 곡이 수록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것이 소속사의 역할이다. 실제 지민의 솔로곡은 이번에 논란이 된 ‘필터(Filter)’ 이외에도 좋은 곡들이 많다.

  • 방지함

    아직 판결도 나오지 않았고 재판중인데 왜 죄인으로 확정하는거냐ㅎㅎ 자기가 판사인가?? 만약에 정바비가 무죄라면 어쩔건가?

  • ㅇㅇ

    집안에서 무더기 불법촬영분이 나왔고 폭력은 본인이 인정했는데 그걸 감싼다고 여기까지 와서 글 싸지르는 지민팬덤ㅋ
    아이돌위에 불범촬영 폭행범 싈드치는 ㅈㅂ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