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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전략으로서 ‘돌봄 혁명’–가브리엘레 빈커

[3·8 국제 여성의 날 특집③] ‘연대적 돌봄 경제’에 도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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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① 최초의 여성 총파업, 그리고 가사 노동의 가치
②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③ 변혁 전략으로서 ‘돌봄 혁명’―가브리엘레 빈커
④ 돌봄 노동, 여성 그리고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
⑤ 직접 제공을 거부한 정부, 민간이 탐낸 ‘가사·돌봄’
⑥ 돌봄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언택트’가 미래다
⑦ 가사·돌봄 노동이 사회화된 세계는?

[편집자 주] 독일 ‘돌봄 혁명’의 제안자인 가브리엘레 빈커(Gabriele Winker) 교수가 한국 가사·돌봄 사회화 활동가들의 초청으로 강연을 열었다. 페미니스트이자 마르크스주의자인 빈커 교수는 독일 ‘돌봄 혁명’ 운동의 발의자로 2009년 이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또한 신자유주의에서의 기술이 여성 노동계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퀴어 이론에 입각한 여성 노동계급의 정치화를 연구하면서 이를 사회 운동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그의 돌봄 혁명 제안은 ‘돌봄 혁명 네트워크’ 결성으로 이어졌다. 독일에서 8년째 활동 중인 돌봄 혁명 네트워크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 이론과 정치를 계승하며, 무급 가사 및 유급 돌봄 분야의 중요성을 알리는 투쟁을 하고 있다. 돌봄의 가치가 보장되기 위해선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이 수반돼야 하며, 돌봄 혁명을 통해 돌봄을 사회의 중심 가치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빈커 교수는 초청 강연에서 돌봄의 개념과 정의, 신자유주의에서의 돌봄 노동, 돌봄 혁명 네트워크의 활동, 변혁 전략으로서 돌봄 혁명, 연대에 기초한 사회 전망 등을 주제를 다뤘다. 《워커스》는 그중 ‘변혁 전략으로서 돌봄 혁명’에 관한 빈커 교수의 강연 내용을 싣는다. 이번 강연은 가사돌봄사회화공동행동(준)이 주최했으며, 24일 오후 7시부터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진행됐다. 통역은 베를린공대 도시지역계획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조선희 씨가 맡았다.


  가브리엘레 빈커가 2015년 3월 로자룩셈부르크재단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nn_Ferguson,_Sabine_Plonz,_Gabriele_Winker,_Sharzad_Mojab.jpg]

변혁 전략으로서 돌봄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돌봄 혁명 전략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좋은 삶’입니다. 좋은 삶이란 모든 사람이 자기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삶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희생되지 않는 삶을 의미합니다. 생태계의 파괴를 감수하지 않는 것 역시 좋은 삶에 포함되지요.

돌봄 혁명의 일차적인 목표는 자본주의적 조건 속에서 연대적 돌봄 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넘어 연대적 사회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연대적 돌봄 경제’는 경제 활동의 초점이 이익 추구가 아닌, 인간적 필요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대적 돌봄 기관은 요양원이나 어린이집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필수 영역들, 예를 들어 농업, 주거, 교통, 에너지 공급 분야들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리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인간적 필요에 따라 설계돼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병원과 요양 시설, 에너지, 교통 등의 민간 기업을 공공의 소유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대적 돌봄 경제에 도달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임금노동 없는 연대적 사회로의 문을 열기 위해 저는 네 가지 정치적 출발점을 제시합니다. 그 첫 번째는 임금노동 억제를 목표로 한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예를 들어 전일제 직장인 부부는 주어진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녀를 위해 써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주 3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절감하는 것은 모두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무급 돌봄 노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 시간에 대한 주도권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은 저소득 노동자 집단에 대한 임금 보전과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노동 강도를 높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로써 유급 고용의 총량이 감소하고, 동시에 사회는 각 경제 분야의 노동 가치, 혹은 고용 가치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생산이 축소돼야 하는지, 건강이나 교육 제도는 어떤 규모로 확대돼야 하는지 등에 관해 토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경제적 우선순위에 대한 이 같은 반영과 실행은 지구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임금과 급여의 점진적 조정 또한 중요합니다. 이는 임금노동의 총량 절감에 따른 빈곤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목표는 가능한 한 소득을 균등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미래에는 모든 유급 노동에 동일한 소득을 요구하는 것이 이상향처럼 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의 논리적 귀결은 유급 노동의 양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소득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별하게 보상되는 노동 영역의 개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유급 노동의 축소와 함께, 모두를 위한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실존적 보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공적 돌봄 관계를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합니다. 이러한 개인의 실존적 보장을 위해, 현재 독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집단적인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기반시설이나 사회기반시설들이 확충돼야 합니다. 또한 이것들이 무상화되고, 더 많은 전문 인력이 고용되는 등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수반돼야 합니다. 특히 여성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소득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개인의 가정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게도 적용돼야 합니다.

사회기반시설이 확장되면 돌봄 노동은 상품 생산 영역에 비해 크게 강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돌봄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비스 영역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품 생산 영역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돌봄 경제에 필요한 공공기반 시설의 확충이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설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민 청원과 투표뿐 아니라 돌봄 또는 에너지 평의회 등이 수반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뿐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포괄적인 공동 결정 권한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은, 지금까지 만연해온 민영화의 흐름을 멈추는 것에 있습니다. 동시에 노동자와 이용자의 참여와 발언을 허용하지 않던 모든 기관과 기업의 사회화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양원이나 병원을 운영하는 자선단체 및 민간기업, 또는 에너지, 대중교통 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죠.

네 번째는 현재 새로운 시도를 하는 지역이나 마을의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국가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돌봄 경제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센터, 아니면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주택뿐 아니라 폴리클리닉, 또는 연대적인 농업과 같은 사업장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미래로 향하는 길을 제시하는 이 프로젝트들은 이미 공동 소유라는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을 집합적으로, 그러니까 함께 공동으로 조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소득은 모든 사람을 돌보도록 동등하게, 또는 필요에 따라 분배돼야 합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종종 일상적인 물건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생태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품 생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생태적 목표를 강력하게 지향하며 소규모 가족 너머의 생활 방식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들은 삶은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는 등대입니다.
  • 문경락

    여기에서 소득은 모든 사람을 돌보도록 동등하게, 또는 필요에 따라 분배돼야 합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종종 일상적인 물건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생태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품 생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생태적 목표를 강력하게 지향하며 소규모 가족 너머의 생활 방식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