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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체제 전환” 요구가 울려 퍼진 이유

시민 250명 참가한 행진…“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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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겪는 시민들이 제도 정치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행진을 서울 도심에서 벌였다.



가사돌봄사회화공동행동, 기후정의동맹(준), 다른세계로길을내는활동가모임, 문화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개 시민사회단체는 1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어 참가자 250여 명은 보신각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페미니즘, 기후정의 등을 요구해온 당사자들과 사회주의를 내건 이백윤 노동당 대선 후보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의 핵심 구호이기도 한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라는 선언문에서 정치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가계 부채가 1900조인 현실에서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성장중심주의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정치권의) 거짓말을 이젠 믿지 않는다”라며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난민, 빈민에 대한 혐오를 자양분으로 삼는 정치. 불평등 구조를 바꾸는 대신 시민을 복지와 시혜, 보호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정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우리의 정치는 지금 여기서 새로 시작한다”라며 여섯 가지 선언을 발표했다. △젠더 체계와 젠더 위계를 강화하는 현재의 체제 전환 △빈곤층을 돕겠다는 시혜가 아닌 빈곤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체제로의 전환 △노동자 삶을 착취해 유지하는 체제의 전환 △민주적·생태적 자본통제와 생태사회로의 전환 △인류 평화를 위한 체제 전환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이들의 존엄이 존중받는 체제로의 전환 등이다.



집회와 행진 중에는 해고 노동자,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활동가, 성소수자 등 시민들이 발언에 나서 "체제 전환" 요구에 각자 힘을 실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돼 656일째 투쟁을 벌이는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집회에서 “집권 거대 양당은 지금이라도 노동정책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은 정부에서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라며 “자본주의는 코로나라는 재난 시기에 발생한 해고조차 노동자 탓으로 돌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지원 중앙대학교 제8대 성평등위원회 뿌리 활동가는 “우리는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방관해온 정권의 교체·유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가부장제 철폐와 여성해방을 위한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성소수자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소수자를 탄압하는 기득권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착취 받는 여성, 성소수자, 아동, 노인, 장애인, 비정규직, 난민, 비인간 동물, 홈리스들이야말로 바로 체제 전환을 이뤄내는 변화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수수감자 기후정의동맹(준) 활동가는 “정부와 자본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착한 소비자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것보다 위기를 유발한 ‘무한 성장’과 ‘무한 생산’을 통제하는 것이 먼저가 돼야 할 것”이라며 “돈이 썩어나서 나라마다 별장과 요트가 있는 사람이 있지만,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고용불안에 목숨을 끊은 노동자, 몸을 다쳐 생계가 곤란해지자 목숨을 끊는 여성들이 있다. 체제 전환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고 했다.

행진 중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라는 말을 빼앗긴 지도 오래”라며 “이제 정치를 재벌과 자본가, 투기꾼으로부터 빼앗자”라고 제안했다. 이어 “기득권 정당 정치인들은 서로의 비위를 두고 비난하지만, 정작 자기 당의 일이 되면 ‘내로남불’을 반복한다. 이주민 혐오, 기후위기, 전쟁에서도 각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할 뿐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을 ‘사기꾼’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무리 집회에서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이 그동안 외쳐온 ‘차별을 철폐하라’ ‘이성애 가부장적제도 거부한다’ 등의 구호는 부당한 체제와 사회를 바꾸기 위한 행동·실천이었고,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로 체제와 균열을 내는 존재였다”라며 “성소수자에게 체제 전환은 새롭지 않다.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이번 대선을 마주하며 더 변화를 갈망하게 됐다. 변화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 체제에서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을 외치는 것은 허울일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백윤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는 “70년 동안 우리는 다른 사회 체제를 말하지 못하고 숨죽여 왔다. 자본주의는 망조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체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에게 투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억울한 이들이 이 사회를 바꾸자는 근본적인 목소리에 함께 나서 달라”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