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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만 살 수 있는 ‘오세훈표 장기전세주택’

장기전세 ‘시프트’ 입주민 상대로 임대보증금 올린 SH공사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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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H공사가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을 상대로 임대보증금을 최대치로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LH와 인천도시공사, 부산도시공사가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동결 혹은 인하하는 상황에서 SH의 임대보증금 5% 인상은 공공주택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진보당]

‘위례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비상대책위원회’와 진보당은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취지에 맞게 코로나 재난 시기를 반영한 ‘임대보증금 동결’ 결정이 필요하다”라며 “시프트 제도를 처음 도입한 오세훈 시장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조아라 비대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보증금 인상률이) 합리적인 인상폭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공교롭게도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올해 재계약에서 SH는 인상률 최대치인 5% 인상을 안내해 왔다”라며 “LH는 모든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2년간 동결했다. 서울시도 상가 임차인과 영구, 공공, 국민, 재개발임대의 임대료 인상을 동결하면서, 오로지 장기전세 주택에만 최대치인 5%인상률을 획일적으로 적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 아파트단지들의 전세보증금이 많이 인상된 것은 알고 있지만, SH공사가 지금의 부동산 시세가 과연 정상적인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임대차 3법 통과로 인해 향후 보증금 인상에 제동이 걸리자 신규 계약에 대해 임대인들이 비정상적으로 올려놓은 전세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8월 SH의 보증금 인상 요구로 세입자들은 2년 전 재계약 당시보다 3배 가량 높은 1500~1600만 원의 임대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입주자들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 기준 70% 이내 기준을 충족해 위례포레샤인 23단지에 입주할 수 있었다. 입주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에 연동돼 2년마다 임대보증금이 최대치 인상을 지속한다면, 장기전세주택 거주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출마자는 “SH의 임대료 폭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지난 2011년에도 임대아파트 전세 전환금을 30% 올려 입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힌 일이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국민들이 고통받던 때 주민들에게 ‘임대료 폭탄’을 떠넘기던 못된 버릇이 되풀이 된 것”이라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김 후보는 “SH는 시세나 물가에 서민들의 삶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거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라며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일원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후보는 “공공주택을 LH 따로, SH 따로 하거나 집 장사, 땅 장사를 한다면, 그 피해는 서민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라며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인 도시주택부를 신설해 전국적으로 일관된 주택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대료 인상 불가피? 서울시 조례와 공공주택법 핑계대는 SH

진보당과 비대위는 2013년 제정 이후 한번도 개정된 적 없는 서울시 조례 또한 문제삼았다. SH는 서울시 조례와 조례가 근거하고 있는 ‘공공주택법’을 이유로 특정 시기, 특정 입주민들에게만 전세보증금을 동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공공주택법 49조 2항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공주택사업자가 임대료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재계약 포함)에는 임대료의 100분의 5이내의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주택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하여 증액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보당과 비대위는 “공공주택법은 임대료 증액이 5% 이내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과 ‘주택 임대료 변동률 등’에서 다른 조건도 고려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2년간 동결을 결정한 LH 또한 같은 법 조항에 기초하여 임대료 동결을 결정했기에 ‘임대료 동결’은 전혀 불가능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 산정 기준이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20%까지 인상 가능한데, 이는 전월세상한제 5%라는 임대차 3법에 오히려 위배된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이번 위례 23단지 입주민들의 임대보증금 동결 요구를 계기로 서울시 장기전세임대주택 정책에 대해 재고하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향후 5년간 무주택자를 위해 총 7만호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시세의 80% 수준인 전세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게 골자지만 진정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강남권에선 보증금 10억 원이 넘는 장기전세주택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서초구의 10억이 넘는 장기전세 주택 입주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 (2인 가구 5,475,042원)”라며 “결국 월평균 소득은 100%를 웃돌면서 6억~10억대의 장기전세주택에 살려면 ‘현금 부자’만 가능한 것 아니냐”라는 반발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