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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 노동계급이 견인한 61년 만의 첫 사회주의 시장

[지금, 여성 사회주의자] 인디아 월튼 뉴욕주 버팔로 시장 당선 확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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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61년 만에 첫 사회주의 시장이 등장할 전망이다. 38세의 민주적 사회주의자 인디아 월튼(India Walton)이 6월 22일 치러진 뉴욕주 버팔로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4선의 현직 바이런 브라운 시장을 물리쳤다. 이번 선거는 당내 경선에 불과하지만, 뉴욕시에 등록된 유권자의 70%가 민주당원 이어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월튼이 대적한 브라운 역시 흑인이지만 버팔로 유권자들은 사회주의 후보를 택했다. 월튼의 승리는 향후 미국 도시 지역 사회주의자들의 부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출처: https://indiawalton.com]

인디아 월튼을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는 네 명이다. 첫 아이는 14살에 낳았다.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월튼은 아이를 낳은 후 보호시설에서 살았다. 둘째, 셋째는 19세 때 낳은 쌍둥이다. 아이들은 산달이 되기 전에 저체중으로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을 앓았고 잔병치레도 잦았다. 월튼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과 직장을 옮겨 다니며 매일을 버둥거리며 살았다. 그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맥도날드나 여러 서비스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늘 쪼들리는 생계에 타투나 비누 제조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간호사 교육을 받고 공립학교 에서 일했다. 이때 낳은 아이가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는 막내이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생계가 빠듯했지만, 지역 보건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일했다. 또 또래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버니 샌더스의 99%의 정치 혁명에 열광하며 사회주의자가 됐다. 그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운동을 지역에서 가장 열심히 조직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빈곤 가정에 식량과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출마해 사회주의 시 정부를 공약했고 결국 승리했다.

버팔로에서 월튼의 이력은 특이하지 않다. 월튼의 10대 시절, 버팔로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10대 출산율을 기록한 도시 중 하나였다. 가정 폭력이나 빈곤, 불안정한 일자리도 만연하다. 버팔로는 흑인 인구가 36.5%, 라틴계가 12.3%로 유색인종이 많다. 빈곤율도 높다. 버팔로 중간 가계 소득은 약 3만7300달러(약 4,280만 원)로, 전국 수준의 절반을 웃돈다. 버팔로는 한때 철도와 상업, 철강, 제조 및 운송의 중심지 였지만, 수십 년간 지속한 산업 공동화에 현재는 주민의 30%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월튼은 자신이 승리한 이유가 “내 경험이 바로 버팔로의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나는 흑인 여성이자 10대 엄마, 가난하게 자라면서 정말 많은 비극과 정신적 충격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는 극복했다. 이것이 버팔로의 평범한 많은 사람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월튼이 바이런 브라운 시장에 맞서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승산이 없어 보였다. 브라운 시장은 재선이 당연하다는 듯 월튼과의 토론조차 거부했다. 그러나 브라운을 지원했던 노동가족당(WFP)이 월튼에게 돌아서고,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 (DSA)의 지원과 지역 풀뿌리 조직의 연대에 힘입어 월튼은 승기를 쥐었다. 브라운 시장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에 불복해 오는 11월 버팔로 시장 선거에 일반명부로 다시 출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표심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흑인 노동계급의 정치가 소중하다”

인디아 월튼은 지자체 사회주의 후보로서 수십 년 만에 승리한 첫 사례다. 이러한 그의 승리에는 BLM 운동과 흑인 노동계급의 산업 행동, 그리고 최근 부상한 사회주의 열풍이 맞물려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미국에선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을 계기로 BLM 운동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 시위 에는 미국에서만 전국적으로 1,500만 명이 참가했고, 특히 흑인 노동계층이 주도하는 ‘흑인 생명을 위한 총파업’ 등 산업 분규가 빗발쳤다. 지난해 7월 20일 일어난 총파업에만 160개 도시에서 최소 2만 명이 참가할 정도였다.

흑인 노동계급의 산업 행동이 일어난 직접적인 계기는 인종차별적인 경찰 폭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더욱 후퇴한 그들의 생존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대규모 실업 사태가 촉발했는데, 흑인과 유색인종 노동계급의 실업률이 특히 높았다. 2020년 4월 기준 미국 백인 노동자의 실업률은 14.1%로 정점을 찍었는데, 흑인의 경우는 16.7%로 훨씬 더 심각했다. 라틴계 실업률은 18.9%로 최악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2월 기준 백인 노동자의 실업률은 5.6%로 크게 회복했지만, 흑인과 라틴계는 각각 9.9%, 8.5%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 평균 실업률 수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1

코로나19에 따른 보건상의 피해 역시 흑인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시에서 흑인과 라틴계는 인구의 51%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비율은 3분의 2를 기록했으며, 사망할 확률은 백인보다 2배 더 높았다.2 백신 접종에서도 불평등이 드러났다. 지난 7월 1일까지 미국인의 46%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백인의 비율은 57%지만 라틴계는 15%, 흑인은 9%, 아시아계는 6%, 원주민은 1%에 그쳤다. 백신 접종 문제는 유색인종의 재취업에도 영향을 미쳤다.3

이 같은 조건에서 미국에선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흑인 인구, 특히 청년층의 수가 크게 증가해왔다. 미국 언론 〈악시오스〉와 〈모멘티브(Axios/Momentive)〉가 공동으로 수행해 6월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 중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흑인은 2년 전 53%에서 60%로 크게 증가했다.

“기업과 엘리트의 손에서 권력 끌어내려야”

이 같은 조건에서 출마한 월튼은 선거에서 BLM 운동의 중심 이슈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BLM 운동에서 나온 ‘디펀드 폴리스 (Defund Police, 경찰 폐지 또는 예산 삭감)’ 구호를 자신의 공약에 적극적으로 입안 했다. 경찰 예산을 삭감해 건강, 직업, 교육, 주거 등의 복지 예산으로 재할당하고, 비무장 치안 제도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이었다.

아울러 월튼은 세입자권리장전을 제정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는 대신 영세 집주인들에게 경제적 구제를 제공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에 기초한 공공토지신탁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외에도 시 최초의 포괄적인 기후 행동 계획을 수립하며 환경친화적인 일자리를 위한 정책 등을 내놓았다.

월튼이 인종차별과 계급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정부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노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와 함께 그리고 우리를 위해 일하는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사회를 특권층과 기업가들이 아니라 이 사회를 실제로 생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사회주의란 “부를 생산하지만, 대개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 바로 노동자를 우선하는 것”이다.

한편에선 월튼은 미국 사회 특권층과 기업가들을 문제 삼으면서도, 대체로 분배 위주의 사회민주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나의 승리는 시작일 뿐”

윌튼의 승리가 알려지며 미국 사회에선 도시 사회주의의 복귀와 그 향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https://indiawalton.com]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사회주의 세력이 강력하게 부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주의자는 유진 뎁스(Eugene Debs)다. 그는 1920년 연방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을 포함해 대통령 선거에 다섯 번이나 출마했고 가장 많을 때는 6%의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뎁스는 1888년 벌링턴 철도파업을 이끌고, 미국 최초 산별 노조 중 하나인 미국철도노조(ARU)를 설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어 1894년 25만 노동자가 디트로이트 서부의 모든 화물 및 여객 철도망을 마비시킨 풀먼사파업을 이끌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그는 불법으로 풀먼사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6개월간 복역했는데, 수감 중 사회주의 운동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그는 이후 미국 사회민주당과 사회당을 창립하는 데 참여했고, 노동자 계급 조직과 사회주의 정치를 위해 전국을 뛰어다녔다. 그는 특히 1차 세계대전이 자본가를 위한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이유로 미국의 참전에 반대해 10년 형을 받을 만큼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충실했다.

당시 뎁스가 참여한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치 세력인 사회당(SPA)은 연방의회 선거에서부터 지역까지 수많은 사회주의 의원을 배출했다. 뉴욕에선 마이어 런던이, 위스콘신에선 빅터 버거가 민주당 출신 후보를 누르고 연방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붉은 물결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렁였다. 미국 사회당은 20세기 초 150명 이상의 주의원을 포함해 여러 명의 시장과 시의원을 냈다. 특히 ‘미국 최강의 사회주의 보루’였던 위스콘신 밀위키에서는 1910년부터 196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회주의 시장이 집권했다. 이때 밀위키는 미국 최초의 공공주택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상수도 등 기반시설을 공영화했다. 위스콘신에서 사회당은 모두 74명의 주의원을 배출했다. 결과적으로 20세기 첫 20년 동안 약 1천 명의 사회주의자들이 최소 353개 도시에서 공직에 선출됐다.4

하지만 사회당은 여전히 천대받던 흑인 노동계급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았다. 사회당은 1901년 창당대회 때부터 흑인 노동계층이 처한 인종적 차별과 박해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냈지만, 당내에는 인종차별적인 기류도 상당했다. 사회당을 주도한 개혁주의 우파는 대체로 백인 남성 토박이 노동자의 방어적인 투쟁을 중시하며 신이민자, 여성, 유색인종에 대해 차별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여러 투쟁이 백인 노동자 조직에 방해가 된다며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사회당 좌파들이 1919년 공산당을 창당하면서 비로소 백인이 주도하는 정치 세력 중 최초로 인종주의를 주요 의제로 삼는 조직적인 운동이 전개됐다. 공산당은 대표적으로 북부 흑인 실업자 운동이나 남부 흑인 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 인종차별적인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일례로 1931년 앨라배마주에서 9명의 흑인 청소년이 백인 여성 두 명을 강간했다는 거짓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스카츠보로 소년 사건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5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여성 공산주의자 앤절라 데이비스는 공산당의 부통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

사회주의 정치의 향방은

그러나 이러한 좌파 세력의 노력에도 미국 흑인 노동계급은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자리 잡아 왔다. 애초 흑인들은 이른바 노예해방전쟁을 일으킨 링컨의 공화당을 지지했으나 1930년대 루즈벨트가 추진한 뉴딜연합에 주요 노총과 심지어 공산당까지 동조하며 민주당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어 1960년대 민주당이 민권운동을 지지 하면서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됐다.

하지만 루즈벨트는 재선에서 승리한 뒤 노동계급을 외면하며 노동자 파업을 진압했고, 1960년대 이후에는 흑인 사회의 계급적 분화 속에서 버팔로 브라운 시장처럼 일부 흑인 엘리트 계층은 제도 속으로 편입됐으나 구조적인 인종차별은 지속됐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월튼 역시 민주당 소속으로 당내 개혁을 우선한다. 월튼이 속한 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을 강화해 당을 재편한다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DSA의 전략에 급진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주의 정치 세력화를 제안하고 있다. DSA가 자본가들을 위한 양당 체제의 한 축을 떠받쳐온 민주당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0년 전 시애틀 시의원으로 선출된 사회주의대안당의

크샤마 샤완트는 아예 DSA에 입회6 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DSA 시애틀지부 지도부 일부가 에너지기업에 대한 공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를 반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던 때였다. 미국 사회 흑인 등 가장 취약한 노동계급의 힘으로 100년 만에 다시 일어나고 있는 미국 사회주의자들이 이번에는 충분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주]
1.www.cnbc.com/2021/03/05/black-and-hispanic-women-arent-sharing-in-the-job-market-recovery.html
2. www.cssny.org/news/entry/race-and-the-economic-fallout-from-covid-19-in-new-york-city
3.brookings.edu/blog/the-avenue/2021/07/02/despite-junes-positive-jobs-numbers-black-workers-continue-to-face-high-unemployment
4. jacobinmag.com/2021/06/india-walton-buffalo-mayor-socialist-primary
5. jacobinmag.com/2017/02/rise-and-fall-socialist-party-of-america
6.www.socialistalternative.org/2021/02/26/why-im-joining-democratic-socialists-of-america/jul/11/india-walton-buffalo-new-york-mayor

[참고]
1.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영희·한기욱 옮김,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창비신서129
2. http://www.jacobinmag.com/2017/02/rise- and-fall-socialist-party-of-america
3. http://internationalviewpoint.org/ spip.php?article7201
4. http://www.jacobinmag.com/2021/06/india- walton-buffalo-mayor-socialist-primary
5. http://jacobinmag.com/2021/07/india-walton- buffalo-byron-brown-write-in-campaign- mayoral-elections
6. http://www.cpusa.org/article/100-years-of- cpusa-a-critical-reply-to-jacobin
7. http://www.theguardian.com/us-news/2021/

  • 문경락

    정치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이다..........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