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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받은 도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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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도쿄 올림픽 반대 시위 장면 [출처: 레이버넷 일본]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지난해 7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오는 7월 23일 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백신 또한 일부 선진국에서만 접종하고 있으며 변종 바이러스까지 등장한 상황이어서 올림픽 개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연 오는 7월 도쿄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3월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 32%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중단해야 한다’, 17%가 ‘연기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즉, 일본 국민 절반이 여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9%에 그쳤고, ‘해외 관람객 없이 개최해야 한다’가 21%, ‘국내 관람객도 없이 무 관객 개최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15%로 집계됐다.

결국 3월 20일, 정부와 도쿄도, 조직위원회는 국제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와 협의해 올림픽 해외 관광객 수용을 단념하기로 했다. 이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해외 관람객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국내 관객도 정원의 50%까지만 수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일본 정부는 관람객을 제한하는 한이 있어도 7월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실 도쿄 올림픽은 유치 단계에서부터 여러 비판에 시달려 왔다. 주요 사건을 살펴보자. 애초 올림픽 유치위원회는 도쿄 올림픽의 슬로건을 ‘부흥 올림픽’으로 결정했다.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로부터 ‘부흥’하기 위해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부터 ‘부흥’이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 현장은 폐로의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흥’은커녕 여러모로 수습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셈이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언더 컨트롤(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발언해 국민으로부터 강한 반감을 샀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 총리의 ‘언더 컨트롤’ 발언이 유효했는지, 2013년 4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결정했다. 그나마 이 무렵이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가장 긍정적인 여론이 일었던 시기다.

그러나 그해 11월, 이라크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설계자)가 설계한 신국립경기장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여론은 다시 악화했다. 기괴한 디자인과 고액의 건설비용이 논란이 됐다.(1) 특이한 디자인 때문에 수주하려는 건설회사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고 건설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이로 인해 건설부지 인수도 늦어졌다.

게다가 올림픽 건설을 둘러싼 다양한 운동들이 생겨나면서 올림픽 반대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신국립경기장 부지 매입으로 오랫동안 살던 집에서 강제 퇴거당한 주민들과, 회장 정비로 공원에서 쫓겨난 노숙인을 지원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올림픽 유치 단계부터 반대해온 시민운동이 여기에 결합하면서 반대 운동이 확산했다. 이와 함께 도쿄 올림픽 반대 운동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한국 평창 올림픽 반대 운동과도 결합해 국제 올림픽 반대 운동으로 커졌다.

2015년 7월에는 아베 당시 총리가 신국립경기장 건설 계획을 폐기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쟁 입찰을 실시해 일본인 구마 겐고의 설계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6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에 부딪혔다. 지연된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건설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됐는데, 안전사고와 과로로 인한 자살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국립경기장 건립 논란이 한창이던 2015년 7월에는 또 하나의 ‘저주’가 터졌다. 7월 24일 도쿄도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가 제작한 도쿄올림픽대회 상징 이미지가 발표됐는데, 이 디자인이 ‘도용’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2) 도용 의혹을 주장한 이는 벨기에 그래픽 디자이너 올리비에 드비로, 실제로 이미지는 그가 2013년 만든 작품과 흡사했다. 디자인 전문가 중에는 사노의 디자인과 도비의 디자인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두 디자인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결국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9월 1일 사노의 디자인을 백지화하고 이듬해 공모를 통해 현재의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경기장 설계안과 상징 이미지가 연이어 백지화된 가운데, 2016년 1월에는 도쿄 대회 유치를 둘러싼 뇌물 공여 의혹이 터져 나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의 도핑을 조사하던 중 뇌물공여 사실을 적발했고,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이 2018년 다케다 쓰네카즈 올림픽 유치위원회 전 회장(그는 일왕의 증손자이기도 하다)을 불러 조사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여러 논란에 시달리던 도쿄 올림픽은 전 유치위원회 회장의 뇌물 사건으로 도덕성 측면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다케다 회장이 사임한 2019년에는 ‘여름 더위’가 도쿄 올림픽의 큰 불안 요소로 제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그해 10월 16일, 마라톤과 경보 장소를 도쿄가 아닌 홋카이도 삿포로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13년의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자국의 기후가 “온화하고 스포츠에 최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된 주요 이유로 여겨졌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개최되는 7월 말부터 8월 초는 일본에서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근래에는 40도가 넘는 날도 드물지 않다. 한국에서도 가장 기온이 높은 시기이지만, 도쿄의 습도는 한국보다 훨씬 높아 체감기온은 훨씬 더 올라간다. 매년 고온다습한 기후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여서 올림픽 반대 운동은 애초부터 도쿄의 더위를 올림픽 개최 불가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었다.

올림픽이 열려야 할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다. 결국 올림픽의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성화 봉송 행사가 중단됐고, 올림픽은 1년 연기됐다.

안타깝게도 저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지친 일본 사회가 올림픽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 2월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은 여성 혐오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성비 불균형을 지적받자, “여성이 많으면 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조직위원회에 여성 이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등의 망언을 했다. 이는 올림픽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부추겼고, 결국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을 직전에 두고 사퇴했다.

그뿐이 아니다. 3월에는 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연출 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가 지난해 여성 연기자에 대한 모욕적인 연출 기획안을 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살찐 여성 연기자에게 돼지 분장을 시켜 “OlymPIG!”(올림픽과 돼지의 합성어)라고 외치게 한다는 기획이었다. 이는 즉석에서 철회됐다고 밝혔지만, 일본 국민들은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일본 사회는 생존권이 위협받을 정도로 피폐해져 있다. 올림픽을 치를 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선수단 및 보도진 등 수만 명이 입국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 백신 접종조차도 지지부진하다. 거기다 행사를 목전에 두고 조직위원장과 연출 책임자가 바뀌면서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올림픽 후원사나 협력사들도 가능하면 후원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 올림픽 반대 분위기에서 기업 로고가 노출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사람 가운데 이를 포기한 사람의 수는 3월 기준 30명을 넘는다. 시민 자원봉사자마저 사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오는 올림픽 선수단에 사전 합숙 시설을 제공할 예정이었던 지자체들도 시설 제공 의사를 철회하고 있다. 현재로선 코로나19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참가를 취소한 국가는 없지만 앞으로 불참을 표명하는 나라도 나올 것이다.

지난해 아소 다로 부총리가 국회에서 “도쿄 올림픽은 저주받았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1940년에 개최가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이 전쟁으로 취소되고, 이후 40년 주기로 올림픽 중단과 보이콧 등으로 규모가 축소돼 왔으며, 올해 도쿄 올림픽이 바로 40년 주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아소 부총리는 ‘망언’으로도 유명하지만 ‘저주받은 도쿄 올림픽’이란 말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도쿄 올림픽은 시민의 지지를 완전히 잃었다. 그런데도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조직위원회, 일본 정부, 그리고 도쿄도는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도쿄 올림픽은 무산될 것인가, 아니면 최악의 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각주]
(1) https://sportiva.shueisha.co.jp/clm/othersports/other/2015/12/01/post_570/
(2) https://www.bbc.com/japanese/34125008
  • 문경락

    현재 일본에서 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올림픽 후원사나 협력사들도 가능하면 후원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 올림픽 반대 분위기에서 기업 로고가 노출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사람 가운데 이를 포기한 사람의 수는 3월 기준 30명을 넘는다. 시민 자원봉사자마저 사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오는 올림픽 선수단에 사전 합숙 시설을 제공할 예정이었던 지자체들도 시설 제공 의사를 철회하고 있다. 현재로선 코로나19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참가를 취소한 국가는 없지만 앞으로 불참을 표명하는 나라도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