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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득세도 내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권유하다, "가짜 사업장 폐지하겠다"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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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고발해온 권리찾기유니온이 이번엔 ‘가짜 사업장’ 폐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축적한 80개 사례를 토대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유형을 분석했고 이를 폐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권리찾기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또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내용을 신설케 하고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지속적으로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근로계약이 아닌 노무 계약을 체결해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독립된 사업자로 등록하는 수법’에 주목했다. 그동안 이들은 사업주들의 ‘4대 보험 미가입’ 조치가 상시근로자수를 축소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하는 주요 방법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해 왔다. 여기서 나아가 권리찾기유니온은 4대 보험 미가입이 ‘사업주가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박탈’하는 도구가 돼 노동법을 무력화하는 최적의 노무관리로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소득세의 ‘3.3%’를 따온 ‘가짜 3.3 법률구조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근로계약 체결하고 사업소득세 납부하는 노동자 △도급·위탁 등 비근로계약 형식으로 사업소득세 납부하는 노동자 △전문적 노무관리로 노동자성 은폐 당한 노동자 등으로 나눠 유형별 대응 방안을 세웠다. 마지막 유형의 경우 법률지원TF를 구성해 일종의 기획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법률·학술·정당·노동단체와 함께 모든 노동자를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리찾기유니온은 1일 오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장 접수 300일을 맞아 한국공인노무사회관에서 언론발표회를 열고 그동안의 고발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당사자들도 참석해 증언했다.

사업장 쪼개고, 4대 보험 미가입

1일까지 고발·청원·구제신청을 진행한 사업장은 80개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큰 비율인 73.8%를 차지하는 것은 ‘서류상 사업장을 쪼개’는 유형이다. ‘사업체 소속 인원 중 일부만 4대 보험에 가입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유형도 35.0%로 뒤를 이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근로계약이 아닌 노무 계약을 체결하고 3.3%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게 하거나 고용관련 자료를 아예 남기지 않는 수법 등 다양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두 번째 유형도 광범위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5인 이상 사업장이 분명함에도 시간 외 근로 수당,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법정 연차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하는 유형도 전체 사례의 5.0%를 차지했다. 4인 이하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고, 서류상으로도 회사를 쪼개 등록하는 중첩적인 방법을 쓰는 사업장의 비중도 16.3%를 차지했다.

사업소득세 내는 노동자?

전국에 13개 사업장을 둔 ㅅ텔레콤은 지역별로 사업장을 쪼개 지인을 대표자로 등록하고 사업소득세 납부를 강제하는 두 가지 유형이 융합된 사례다. 이 사업장은 노동자들을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독립사업자로 등록해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ㅅ텔레콤은 판매직의 경우 여러 사업장을 돌아가며 근무하도록 지시했으며, 사업장 세 곳을 관리하는 사무직 직원의 급여는 세 군데에서 나눠 지급했다.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는 사업주 분담분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권리찾기유니온에 따르면 이 사업장은 노동청 고발에도 출석을 지속적으로 연기하며, 제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증언에 나선 ㅅ텔레콤 판매직 한OO 씨는 다른 지점에 발령이 난 뒤 퇴사를 했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사업장을 13개나 가지고 있는 최 대표는 원주에서 일하던 나를 충주점으로 발령했다. 이후 퇴사를 하자, 충주점은 자기 사업장이 아니라면서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근속기간을 입증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충주에서 일한 기간은 포기하고 원주점 퇴직금과, 충주 월급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조력을 받아 체불금품 확인원을 받는 데까지는 상공했다”라며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 확정 통지서를 냈지만, 사업장이 산재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현재까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같은 사업장의 사무직이었던 윤OO 씨는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사업주로 인해 임금 체불을 당했다. 그는 “근로계약서에는 11시간 중 휴게시간이 5시간 40분으로 말도 안 되는 휴게시간이 적혀 있었다. 실제 휴식 시간은 1시간 정도였고,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식사도 못 하며 일했던 날이 빈번했는데 체불을 다투면서 사업주는 대기시간도 휴게시간이라며 ‘5시간 40분’을 쉬었다고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사업주는 물건을 흥정하듯 휴게시간을 3~4시간으로 줄였다. 현재 사업주는 어느 노무사의 자문을 받아 휴게시간 1시간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근무 당시 “각 사업장 직원이 5인 미만이라며 초과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만드는 불법 노무 컨설팅

불법적인 노무관리 컨설팅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준형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무사는 “불법적인 인사노무관리 컨설팅을 통해 법인을 쪼개는 방식으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사업장 규모를 은폐하는 경우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사례로 2010년 8월 설립한 건설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하는 A업체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A업체 대표는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불법 노무관리 컨설팅’을 받은 뒤 자신의 배우자를 대표로 하는 B업체를 새로 설립했다. A업체 대표는 B업체를 설립한 뒤 일부 직원의 소속을 A에서 B로 옮겨 두 업체 모두를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었다. 이후 A업체를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유지하기 위해 A업체 소속 노동자를 B업체로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이런 사례와 관련해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불법 노무관리 컨설팅이 영업 전략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공식 자료를 이날 발표하지는 않으나, 지자체와 사회단체들과의 협력사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