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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복수노조 이용해 “민주노총 탈퇴하라”

관리자 중심 복수노조, 민주노총 조합원 회유 및 협박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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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내에서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노동조합을 탄압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SPC그룹의 노동조합 탄압 사례와 쟁점’ 토론회에선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SPL 사업장의 노조 관계자가 나와 노조 탄압 사례를 직접 증언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이 주관한 토론회였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브랜드로 유명한 제과·제빵 업체인 SPC그룹 내의 노조혐오 및 노조탄압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불거져 왔다. 2017년 5,000여명에 달하는 제빵·카페 기사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한 것이 밝혀지며 직접 고용 이슈가 생겼고, ‘제대로 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들이 생기자 이를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측은 주로 관리자를 이용해 복수노조를 이용·확대했고,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를 축소시켰다.

가장 먼저 불법파견 문제가 터진 파리바게뜨의 경우 정당, 시민단체가 나서고 정부까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이행은 온전하게 되지 않고 있다. 합의서는 △자회사 변경 뒤 근로계약서 재작성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체불임금 해결 △부당노동행위자 징계 △본사 직원과 3년 내 동일임금 약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전히 근무시간을 조작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SPC그룹 내 계열사들은 관리자 중심 복수노조를 활용한 노동조합 탄압방식을 모델처럼 만들어 적용 중이다. 화섬노조는 “관리자 중심 친기업 노조와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노동조합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민주노조를 고사 시키는 상황이, 2019년 설립된 SPL지회에서, 2020년 설립된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에서 그대로, 혹은 더욱 진화된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SPC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노동조건 개선요구는 친기업 노조의 뒤에 숨는 것으로 회피하고, 일방적으로 친기업노조의 조합활동, 조직활동을 지원하면서, 이를 이용해 민주노조를 없애려는 탄압을 직간접적으로 지속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 민주노조 생기자 복수노조 급조

지난해 9월 설립된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이하 던킨도너츠지회)는 사측의 노조 탄압 문제를 제기하며 44일째(토론회가 열린 30일 기준) 천막 농성 중이다. 지회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회 설립 직후 관리자 중심의 BRK노동조합이 만들어져 결국 교섭권을 얻지 못했다.

조현일 던킨도너츠지회 지회장은 “BRK노동조합은 관리자 신분을 이용해 지방 모든 공장의 현장을 돌며 가입원서를 받았다. 반면 던킨도너츠지회는 지방공장의 출입 및 노동 조합 활동을 하고 싶어도 관리자 및 각 공장 대표이사들이 거부해 차단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BRK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소식지를 배포하는한편, 회유와 협박의 방법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 이에 스트레스와 퇴사까지 고려하는 인원이 속출했고, 결국 지회를 탈퇴하는 인원이 급등했다”라며 “사측에 제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 지회장에 따르면 관리자 노조는 지회 조합원을 수시로 호출해 면담을 진행하고 탈퇴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출퇴근시간을 강제로 변경하고, 다른 파트로 강제배치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 또 산재가 발생했을 때 지회 조합원들에게는 한국노총이나 관리자노조에 가입하면 상여 및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해 주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 이는 평등원칙을 위배하는 산업재해보상법의 위반이다.

파리바게뜨 또한 복수노조들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며 기존 지회를 무력화시키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파리바게뜨지회 설립 이후, 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중공산노조)와 해피파트너즈 두 노조가 급조하듯 만들어졌다. 두 노조 모두 사측 주도로 만들어진만큼 상당수의 조합원이 겹쳐있었고 지노위를 통해 300명 가량의 명단이 겹친 것을 확인했다. 이후 한국노총 중공산노조는 조용히 사라지고 해피파트너즈노동조합이 남았는데, 이들은 SPC본사직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노총 식품노력으로 가입했다”라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구 해피파트너즈노동조합)은 관리자들을 앞세워 회사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고, 회사는 지회의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노총을 앞세워 노조끼리 대화하라며 노노갈등을 조장했다”라며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은 한국노총에 있어야 진급이 가능하다는 소문을 내며 민주노총 탈퇴를 조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측인 피비파트너즈 역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활동하면 진급에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을 시정하지 않으면서 이를 믿게 했다. 임 지회장은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소문을 이용해 조합원을 조직하고, 회사는 소문을 부정하지 않음으로서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관리자들은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서 작성을 요구하며 지회 활동을 방해 중이다. 임 지회장은 “최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조합을 바꾼 기사가 있다. 그 기사가 한국노총 카톡방에서 나가자마자 관리자가 바로 연락해 탈퇴한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기사가 함께 근무하는 지원기사의 말을 듣고 노조를 바꿨다는 말에 바로 매장으로 그 지원기사를 찾아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근무 중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건데, 이런 식으로 탈퇴서 작성을 종용한 바 있다”라고 구체적인 탄압 사례를 들었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무노조 상황에서 신규노조가 설립되자 이 노조와 대립되는 복수의 노동조합이 경쟁적으로 설립된다면, 부당노동행위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사용자의 개입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근로감독이 밀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노조의 활동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이 노동조합과 경쟁적인 복수의 노동조합이 하나의 사업장 내에 설립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통상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즉, 무노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설립 움직임이 복수의 노동조합으로 가속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용자에 의해 신규 노동조합과 경쟁적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일응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에서 노동부(노동위원회)는 복수노조를 악용한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 조건들에 아무런 관심도, 대응지침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3일만에 조직된 228명의 조합원…지금은 단 4명만 남아

SPL지회는 원래 있던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대항해 설립됐지만 다른 SPC의 다른 계열사들처럼 노조 활동을 방해받아 노조의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8일 설립된 SPL지회는 단 3일만에 조합원 228명을 조직했지만,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현재는 단 14명의 조합원만이 남아있다.

강 지회장에 따르면 지회 설립 후 위기감을 느낀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과 회사가 노조 규약을 변경해 관리자를 대거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시키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빼가는 일에 돌입했다. 관리자들을 재배치해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면하게 하고, 탈퇴 할당까지 주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을 압박했다. 탈퇴 종용 방법은 다양했다. 지속적인 상담과 진급을 앞세운 회유, 친분을 이용한 만남이 지속적으로 주선됐다. 이러한 유화적인 방법도 이용됐지만 민주노총을 비방하고 괴롭히면서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강 지회장은 “중간 관리자가 지회 조합원을 사무실로 불러 아무 것도 시키지 않고 앉혀뒀다. 현장 복귀도 시키지 않고, 화장실만 보내줬다”라며 “이를 탈퇴할 때까지 반복했다”라고 밝혔다. 또 지회 조합원이 탈퇴를 거부하면 탈퇴서를 눈 앞에서 찢고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 등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조합원에게 공포감을 심었다. 한편 사측은 지회 간부들을 상대로 임금을 삭감하고, 부당한 업무 배치를 통해 괴롭혔다.

강규형 SPL지회 지회장은 “회사주도로 설립된 기존 노조의 횡포에 맞서 새로운 노조를 설립한다 해도, 지금과 같이 회사와 기존노조가 한통속이 되어 신생노조를 탄압하면 신생노조는 노조법에 보장된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고 어떠한 노조활동도 할 수 없다”라며 노조법 개정을 호소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복수노조제가 무노조 사업장, 기업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이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민주노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적반하장의 모습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SPC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현장의 문제라서, 공동 대응할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