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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코 운영 건물서 ‘직장내괴롭힘’ 논란…‘쓰레기 배식’, ‘폭행’

1년 넘은 성희롱, 집단 따돌림…노조, 공간 분리·진상조사·가해자 징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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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집단 따돌림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 조치가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간 관리자의 주도로 이뤄진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안내데스크 노동자인 피해자는 그동안 의자 없이 종일을 일해야 했고, 급기야 먹던 흔적이 있는 음식을 배식받았다. 또 문제해결을 요구한 다른 직원은 목을 졸리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 A씨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운영하는 서울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문화회관)의 안내데스크 노동자로, 코바코의 시설관리 자회사인 코바코파트너스(주) 소속이다. 앞서 문화회관과 한국방송회관, 코바코연수원에서 (주)원봉기업에 고용돼 청소 등의 시설관리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은 지난해 1월 1일 자로 코바코파트너스(주)로 자회사 전환됐다. 이 회사의 대표는 코바코 전무회사인 고제영 씨다.

A씨는 2년 전인 지난 2019년 초부터 문화회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말부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괴롭힘을 주도한 것은 중간 관리자인 현장 소장이다. 지난해 2월 1일부로 인대가 끊어진 상태였던 피해자는 안내데스크의 의자를 빼앗겼다. 지난해 2월 20일에는 이미 먹은 자국이 있는 감자탕 뼈를 배식받은 일까지 발생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현장 소장은 “급식 인원에서 탈퇴하겠다”라는 내용의 확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30일 오전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하는 원청 코바코를 규탄하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쓰레기 배식, 의자 제거, 피해자 지지자는 폭행도 겪어

한국방송회관분회 소속인 피해자 A씨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A씨는 “그동안 아무도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다. 나의 근무지는 입주사 직원들도 다 볼 수 있는 로비였다. 때문에 조금만 참으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해 2년을 버텼다”라고 말했다.

A씨는 “다리에 목발을 짚고 깁스를 했어도 의자를 빼앗아 내내 서 있게 했다. 그러다 대상포진에 걸렸다. 관리자는 병원에 있는 저를 불러내 출근을 시켰다. 이 회사가 첫 사회생활이라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라며 그러다 “결국 먹다 버린 뼈를 배식받았다. 도저히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어 급하게 밥을 삼키고 주방 여사님께 ‘먹는 것 가지고는 장난치지 말라’고 호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배식받은 감자탕 뼈와 다른 감자탕 뼈 비교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그러나 “한참을 울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회사에서 ‘고기가 조금 붙은 뼈를 줬다는 이유로 나이 많은 여사님께 식판을 집어던진 나쁜 사람’이 돼 있었다. 직원들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알려 하지 않았다”라며 “직원들은 저를 피해 로비로 출퇴근하지 않았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문화회관은 다른 시설 직원들과는 다르게 직업학교에서 사회초년생들을 뽑아 온다. 그리고 부당한 문제를 제기하면 상사들은 ‘원래 이렇게 해왔어’, ‘사회생활은 다 이렇다’라고 했다. 부정부패가 관행이냐”라고 비판했다.

A씨는 심지어 “의자를 빼앗겨 깁스한 채로 서 있는데도 로비 반경을 조금만 벗어나면 장난 전화를 해, 뛰어가 전화를 받도록 했다. 상태가 더 악화해 4주면 풀 깁스를 1년을 넘게 하고 다녔다. 그럼에도 의자를 주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코바코 담당자에게도 말했지만, 다시 식당에 출입해 밥을 먹으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먹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관리자들의 명령을 거부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잘려 나갔다고 알고 있다. 나는 부당 업무 지시를 거부해도 2년 넘게 잘리지 않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에는 피해자를 지지하며 문제 해결을 요청한 동료 직원 B씨를 관리자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B씨가 괴롭힘 중단을 요구하자 시설관리 팀장 최 씨는 폭언에 이어 목을 졸랐다. 가해자인 현장 소장에게 무릎을 꿇게 만들기도 했다. B씨는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최 씨도 맞고소했다. 이후 B씨는 무혐의 처분됐고, 최 씨는 벌금 50만 원형을 받았다. 벌금형을 받은 이 직원은 자회사 전환 당시 최종 합격해 직원 B씨와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

피해자 “남성 직원들, CCTV로 감시하며 성희롱해”

A씨는 일상적인 성희롱에도 노출돼 있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다수의 직원은 CCTV로 안내대 직원인 A씨를 돌려보며 감시했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이는 가해자 몇몇 문제만이 아니라 사업장 내 남성중심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A씨는 “문화회관은 아직도 여성 인권이 없다. 직원들은 대부분 남자고 젊은 여성은 많이 없다. (남성 직원들은) 로비에 있는 나를 보면서 품평했다. 나를 ‘노리개’처럼 남성직원들에게 한 여직원을 던져준 듯했다. CCTV를 확대해 내가 뭘 하는 지 감시했다. ‘육덕지다’, ‘하복 입으니까 가슴 봐’ 이런 얘기를 들으며 일했다. 상사한테 ‘기분 나쁘다’라고 말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엘리베이터 걸’ 업무를 했다. 입주사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 잡아 주는 것이다. 안내 일이 아니지만, 일종의 문화회관 전통 같은 것이라, 입사 때부터 지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하루 종일 로비에 서서 일을 하면서 상사의 지시로 남성 직원들은 내가 화장실 가는 모습까지도 지켜봤다. 고개를 숙여도 나의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모든 곳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몇 년간 근무해왔다. 나는 상대방을 볼 수 없는데 수십 명의 상대방이 나의 작은 하나하나까지 본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라고 토로했다.

따돌림을 겪던 A씨는 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보다도 일을 더 해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다른 층에 있는 박물관은 1년 넘게 휴관을 했는데도 같은 직군인 그곳의 안내 직원 두 명은 업무 지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코로나19 열화상 카메라 관련 업무와 함께 엘리베이터 걸도 하면서 서서 일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노조 가입도 막는 곳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문제가 있는 이 사업장은 노조 가입을 막는 문제도 있었다. 성가연 서울지부 조직차장은 “코바코는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휴게실을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분리해 놨다. 보통 조합원들은 소개를 통해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몇 달 전 노조 가입을 고민하는 한 비조합원에 따르면 사측은 비조합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하겠다고 했다. 노조를 가입한 사람, 노조 가입을 소개한 사람, 노조 가입을 소개한 사람의 소개한 사람을 모두 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명의 노동자가 가입하면 세 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박정옥 한국방송회관분회 분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문화회관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에 마음이 무너진다. 함께 노조 활동을 하자고 몇 번이나 찾아갔다. 그러나 유인물을 받아든 노동자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서럽기도 했다. 노조에 가입하면 직장에서 잘릴 것이라는 암묵적 경고 속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제야 알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회사 전환이 되고도 원청인 코바코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아파도 일해야 한다는 점도 같았다. A씨는 “자회사로 전환되면 코바코가 모른척하지 않고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뼈에 금이 가도 청소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해야 하고, 다쳐도 작은 반창고 하나 지원하지 않았다. 나의 경우는 물조차 개인 돈으로 사 먹으며 근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우리 관리자들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간질과 배신을 한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이곳이 지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노조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즉각 공간 분리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징계 △악질 중간 관리자 소장 퇴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바코 측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올해부터 자회사가 생겼기 때문에 그 전 일은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노조가 제기한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또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서는 “자회사 전환 이전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확인이 돼야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전환 이후 기간에 대한 조사 의향을 묻자 “자회사 생긴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 그러나 진상조사를 실시한다는 즉답은 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지난 29일 코바코에 오늘(30일) 오전 11시에 면담을 진행하자고 공문을 발송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면담을 진행하러 이동했으나 사측은 코바코가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 17층 엘리베이터 작동을 막았으며 해당 층 계단 쪽 문도 잠겨 있었다. 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노동자들은 한국프레스센터 로비에서 코바코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이어 노조는 문화회관 내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 사건들과 관련해 추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