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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투쟁 100일, 100개 텐트촌 설치

노동자와 시민사회, “왜 ‘LG트윈타워 고용승계’는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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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전원 해고를 통보받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투쟁한 지 100일이 지났다. LG와 용역회사는 LG트윈타워가 아닌, 다른 빌딩으로의 전원 이전안을 제시하면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해당 안이 LG트윈타워에서는 노조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투쟁 100일을 맞아 100개의 텐트를 LG트윈타워 앞에 설치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5일 오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일 동안의 전면파업에도 LG는 청소노동자들을 LG트윈타워에서 몰아낼 궁리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올해 2월 LG와 용역회사는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에게) 마포빌딩으로 가라고 제안했다. 마포빌딩으로만 가면 임금, 정년, 노조가 요구하는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포빌딩에서 가능한 일들이 왜 트윈타워에서는 안 되는지 청소노동자들이 이해할 만한 어떤 이유도 LG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00일째인 오늘, 다시 한번 고용 승계를 염원하는 마음과 힘을 모아 100개의 행복한 고용 승계 텐트를 설치한다. 10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함께해준 모든 이들의 바람을 담아 노란색 바람개비도 함께 설치한다”라고 투쟁 계획을 밝혔다.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은 “거대한 LG재벌을 상대하면서 이렇게 길게 투쟁할 줄 몰랐다. 나 역시 LG를 너무 좋아했던 사람이다. 우리는 꿈을 안고 LG트윈타워에 일하러 왔다. 하지만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우리도 노동자로서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82명 전원이 엄동설한에 쫓겨났다”라고 그동안을 회상했다.

이어서 “우리는 천대 받고 무시당하는 노동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 부도덕한 LG 자본을 온 세상에 밝혀내려 하고 있다. 국민은 LG가 선량하다고 알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파업을 시작하고 길바닥에 텐트를 놓고 농성에 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라며 “LG는 아직 답이 없다. 쉽게 고용 승계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예전처럼 일터에 돌아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모든 지분을 보유한 용역회사는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가져가고 있다. 회사는 용역비를 착복하는 과정에서 임금 협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단돈 10원을 올려주겠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용역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하라는 정부 지침은 100일 동안 싸우는 이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라며 “정부 여당은 지침이 적용되지 않을 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속한 답변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노조설립 후 1년간의 탄압,
해고로 시작된 100일 동안의 고용 승계 투쟁


앞서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노조를 설립한 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돼 지난해 10월 경고 파업과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을 고용했던 하청 지수INC는 교섭을 해태하고 조합원을 징계했다. 그리고 원청인 S&I코퍼레이션은 업무방해 가처분을 신청하고 고소 고발을 하는 등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을 겪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30일, 노조 설립 1년 만에 용역업체와의 계약해지로 LG트윈타워 노동자 82명은 전원 해고됐다. 해고 과정에서 사측이 노동자를 한 명씩 불러 사직서에 서명하는 전제로 위로금을 제시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이에 12월 16일 청소노동자들은 전면 파업에 나섰지만, 결국 12월 31일 전원 해고됐다. 파업과 함께 LG트윈타워 본관 로비에서 노숙 농성도 시작했으나 사측이 음식 반입을 막고, 난방도 모두 끊어 논란이 됐다. 지난 1월에는 시민사회단체가 ‘LG 불매’를 선포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어 LG그룹이 친척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문제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2월 9일 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주재로 열린 교섭에서 사측은 LG트윈타워가 아닌, 마포빌딩으로의 전원 고용유지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최근 LG 구광모 회장에게 용역업체 변경 시 노동자 고용 승계 방안 등을 물으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리고 100일째인 오늘(25일) LG트윈타워 앞에는 100개 텐트촌이 들어선다.

오는 26일에는 (주)LG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에 맞춰 24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는 주주총회에 사외이사로 추천된 감상헌 국립극단 이사장,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위원에게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방안에 대해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구했다.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내일 주주총회에서 또 배당금 잔치가 열릴 것이다. LG 자본의 사내유보금 곳간에는 무려 작년 기준 60조가 쌓여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수천, 수억 원의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하던 자리에서 일하겠다는 것”이라며 “LG는 노조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LG트윈타워 앞에 100개의 텐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고용 승계 텐트촌 문화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