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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동안 표류하는 가사노동자법

모든 가사노동자 포괄 못하는 가사노동자법…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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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를 법적 노동자로 인정하는 가사노동자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3월 내 통과를 이야기했지만, 재계와 보수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심사가 미뤄지고 상황이다. 법안이 최초 발의된 19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가사노동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3월 임시국회 중점 법안으로 꼽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노동자법)’은 의결되지 못했다. 노동자의 연차휴가, 퇴직금, 4대 보험 등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더 심도있게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관련 논의는 4월로 또 다시 미뤄졌다.

가사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돌봄 및 가사노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가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지만 국민의힘 같은 보수야당과 재계는 가사노동자들의 단체 행동 가능성 등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법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법안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장정우 노동정책본부장은 “가사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일괄 적용될 경우 가사근로자들은 필요에 따라 이용자인 개별 가정에 대한 직·간접적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라며 “근로제공과 장소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사서비스 이용자의 생활 영역에서 단체행동이 이뤄진다면 가사근로자들이 보호받는 노동법상 이익에 비해 개별 이용자 가정의 안정에 미치는 불이익이 매우 크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수 있어 문제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공청회에서 표대중 노무사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노동법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국가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라며 “많은 선진국가들은 가사근로자를 자국의 법체계에 편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가사서비스를 산업과 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야로 인정하고 육성하고 있다”라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부 가사노동자만 보호하는 가사노동자법…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현재 환노위엔 가사노동자법안 세 건이 계류돼 있다. 정부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으로, 가사노동자를 고용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도록 해 노동관계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하자는 취지다.

지난 70년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던 가사노동자들은 간절하게 법 제정을 바라고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적용 제외 조항을 만들었는데, 이 조항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각종 제도에서 소외돼 왔다. 가사노동자가 20~40만 명 정도로 추산될 정도로 가사서비스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는 만큼 종사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일자리와 소득이 축소되면서 가사노동자들은 더 이상 불안한 노동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법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가사노동자 단체들은 올해에만 국회 앞에서 두 번의 농성을 진행하며 가사노동자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를 규탄했다.

하지만 발의된 가사노동자법은 전체 가사노동자를 포괄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도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기존처럼 직업소개소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가사노동자의 경우 여전히 각종 보호의 사각지대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에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전체 가사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라며 “동일한 노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근기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근기법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발생하게 되는 모순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고용구조속에서 보편적 노동권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노동법 재편방향을 세워나가야한다”라고 촉구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또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적용 논의 이면에는 홈스토리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처럼 가사서비스 수요 증가에 발맞춰 가사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플랫폼사업자의 요구가 맞물려있다”라며 “사회서비스 시장화전략과 대형플랫폼업체의 이해관계 속에 가사노동시장을 공식화하면서 가사노동자권리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형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사노동 중개 플랫폼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이 신청한 ‘직접고용 기반 가사서비스 제공 플랫폼’에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그 내용은 홈스토리생활이 1천명의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연차휴가, 유급휴일, 휴게 같은 일부 조항을 적용받게 됐지만, ‘소정근로’ 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보장하면서 “노동법이 정한 최저기준마저 변용되거나 면제될 수 있도록 허용해 줬다”는 비판이 거셌다.
  • 문경락

    반면 같은 공청회에서 표대중 노무사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노동법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국가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라며 “많은 선진국가들은 가사근로자를 자국의 법체계에 편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가사서비스를 산업과 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야로 인정하고 육성하고 있다”라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