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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노정교섭’ 요구, “하반기 총파업”

공공성 강화·노동권 보장 대정부 10대 요구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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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운수, 사회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이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10대 요구안을 실현하기 위한 노정 교섭 요구와, 올 하반기 24만 총파업 등의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오전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보장의 내용을 담은 2021년 10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100여 명의 노동자는 광화문 인근 13개 장소로 분산해 선전전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는 “한국은 단단히 고장 났다”라며 “수많은 노동자, 특히 청년, 비정규직,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고, 영세자영업은 붕괴하고 있다. 재난 시기 국민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과로와 희생, 억울한 죽음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한국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원이 선진국 중 가장 적다”라며 “오늘 통과를 앞둔 추가경정예산은 규모 면이나 내용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원의 방향도 기업 편향적”이라며 “작년 기업지원금이 고용유지와 소득지원에 지출된 금액이 13배가 넘는다. 절체절명의 시대에 정부는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와 선도 투자에 불과한 낡아 빠진 ‘헌딜’을 ‘뉴딜’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국민의 기본적 필요를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누구나 노조를 하는 나라로 불평등과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설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노조는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정부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 있게 노정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우리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24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궐기 배수진을 치고 조합원 직접 행동을 지속적해서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대 요구안에는 △필수 공공서비스 공영화 확대 △탈탄소 사회로 정의로운 전환 위한 논의기구 구성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관료 통제·보수적 재정 독재 해체 △재난 시기 해고 금지·고용 보장 △필수·위험 업무 인력 충원과 안전 강화 △전 국민 사회보험·국가 책임 강화 △직무 중심 임금 개악 중단·평등 임금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권리 보장 입법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전면 개정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사용 제한 법제화 요구

기자회견에는 분야별 노동자들이 참여해 요구안의 내용과 투쟁 계획을 밝혔다. 김흥수 공공기관산업본부 본부장은 공공성 강화와 관련해 “코로나19 재난 시기, 국민이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의료, 인간다운 존엄 유지를 위한 필수 재화와 서비스다. 정부는 이에 따른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생산자이자 이용자인 공공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공영화 확대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상병수당 도입, 공공병원 증설을 통한 공공 병상 대폭 확대, 의료인력 확충, 사회서비스원 전 지역 설립 및 직영화 확대 등을 요구했다.

민간위탁 노동자인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비정규직 완전한 정규직화, 비정규직 사용 제한 법제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열악한 처우에 놓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이 잘 지켜졌다면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며칠 전, 대구에서 돌봄 전담사가 사망했다. 가혹한 업무부담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교육공무직이란 이유만으로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다른 학교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쩔쩔매다 사망했다. 지금 이 시간, 나의 친구인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전 지부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캠프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나의 동료들의 10명 중 9명은 우울증 고위험에 속해야 하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게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후 무려 4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 확대, 재난 시기 해고금지, 필수노동 인력 충원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봉주 본부장은 “IMF 당시 화물자동차는 18만대에 불과했다. 지금은 48만대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화물노동자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그 기간 차량 가격이나 고정비는 몇 배로 증가했는데, 오히려 운반비는 정체되거나 하락했다”라며 결국 “화물노동자는 최소 수익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과로, 과적, 과속 등 ‘3과’에 시달렸다.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사고의 42.9%가 졸음운전이란 통계 보더라도 화물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봉주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조사를 통해 실제 운임이 적용되는 품목의 교통사고 위험률이나 과로율이 축소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그래서 화물연대는 올해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 안전을 위해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품목 확대, 산재보험 전면 적용 등을 걸고 총력 투쟁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재난 시기 해고, 항공산업 재벌과 관련해 심규덕 항공연대협의회 의장은 “공항·항공 노동자들은 비행기 운항 축소로 최저생계비도 못 받으면서도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였다”라며 “이스타항공은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등 인위적인 회생 불가 상황을 만들어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아시아나케이오는 노동위원회가 두 번에 걸쳐 부당해고 판정했음에도, 사측은 거액 변호사비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전으로 수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고 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태를 불러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 뒤가 아니라 노동자 앞에 서야 한다. 이스타항공 파산으로 만든 오너 일가에 책임 물어야 한다. 아시아나케이오에서 해고돼 300일 넘게 일터로 못 돌아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 박삼구에게는 경영 파탄 면책 특혜, 조원태에는 족벌 경영권 특혜, 노동자·시민에게는 부담을 전가하고 항공 재벌 배만 불려준 일방적 인수합병을 즉각 중단하고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필수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라정미 지부장이 발언했다. 라 지부장은 “정부는 돌봄 노동을 위한 특단의 예산 지원 정책을 폈다. 그러나 민간 사업주에게 모든 운영과 고용, 임금 지급 권한까지 맡겨둔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했다. 보육교사 인건비는 원장의 호주머니로 새어 들어갔다. 요양보호사들은 일터에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기본적인 안전과 인력확보도 안 된 코호트 격리 공간에 투입돼 악몽 같은 노동에 내몰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노동자 개인의 요령과 헌신에 맡기는 지금의 ‘복불복 사회서비스’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 돌봄 노동자들이 돌봄 현장을 안심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돌봄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감염병 상황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돌봄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사회 경험 없는 여성들의 일자리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돌봄 노동자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라며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전개한다. 구체적으로 오는 4월 30일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하고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어 5월 1일에는 지역 동시다발 노동절 집회를 연다. 6월, 7월에는 기획재정부 상대로 △일자리 확대·양극화 해소를 위한 예산 편성 △공공부문 부당 지침 폐기 및 민주적 운영 등을 요구하며 집중 투쟁과 경고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8월, 9월에는 노조 임시대의원회를 통해 하반기 투쟁 요구 등을 결정하고 대선 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10월, 11월에는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과 연계한 ‘24만 공공운수노조 총궐기’를 통한 총력 집중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 문경락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노동자 개인의 요령과 헌신에 맡기는 지금의 ‘복불복 사회서비스’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 돌봄 노동자들이 돌봄 현장을 안심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돌봄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감염병 상황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돌봄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사회 경험 없는 여성들의 일자리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돌봄 노동자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라며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