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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코로나 범죄 수사하는 송파경찰서, 부실·편파 수사 논란

피해자 및 관련 단체들 ‘담당 수사관 교체’와 함께 ‘전면 재수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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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코로나19 관련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인 송파경찰서가 부실·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고소 고발을 다루고 있는 송파경찰서가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송치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고소인 조사 과정에서도 고소인 진술을 왜곡해 기록하는 등 결과적으로 쿠팡에만 유리한 수사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쿠팡발 코로나 감염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송파경찰서를 규탄하면서 수사관 교체와 재구성, 전면 재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는 11일 오전 송파경찰서 앞에서 쿠팡 관련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송파경찰서의 쿠팡 수사가 ‘봐주기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고건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대표는 “송파경찰서가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송치 결정을 내렸고, 재수사 요구가 오자 피해자를 소환해 인권침해를 자행하며 조사했다. 피해자 조서도 수사관의 입맛에 맞춰 작성했다”라며 “수사의 절차와 판단, 내용과 태도에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수사팀을 재구성해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 및 피해자지원대책위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쿠팡 주식회사 등 9명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이후 사건 수사를 맡은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 및 업무상과실치상 부분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쿠팡을 고소·고발한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결정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동부지검이 지난 1월 송파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다음 뒤늦게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전문성이 없다며 고용노동부로 미룬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관련 수사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판단을 성급히 내리면서 더욱 부실 수사 논란을 키웠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 법률팀은 송파경찰서 수사의 문제점을 절차, 판단, 내용, 태도의 네 가지 측면에서 비판하며 총체적 부실·편파 수사임을 강조했다.

판단의 문제…“‘황당한 결론’이 도출됐다”

우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고용노동부와의 공조 수사 없이 불기소 의견을 내린 부분이 문제로 거론됐다.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 법률팀의 정병민 변호사는 “송파경찰서는 이 사건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기로 했고,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고용노동부에서 전담하고 그 수사결과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판단하기로 했다”라며 “하지만 담당 수사관 A경위는 산안법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황당한 결론을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A경위는 ‘산안법 위반 혐의는 이 사건 결론과는 무관하고, 업무상과실치상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고발인 조사 당시 A경위가 이야기한 수사 방향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고, 구(경찰청) 범죄 수사규칙 제17조가 정한 특별 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의 공조 수사 원칙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률팀이 남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고발인 조사 당시 A경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가 업무상과실치상의 주의의무 위반 판단에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A경위는 산안법 위반 부분은 통상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고 있고, 이 부분 수사 경험이 많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산안법 위반 수사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 추가로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것을 권유했다.

또 A경위는 쿠팡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가 없다며 이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 부분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의 사실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업무상과실치상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성급한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황당한 결론’이라고 일축하며 “산안법상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를 다했는지, 근로계약상 부수 의무로서 당연히 수반되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는지, 정부가 정한 사업장 조치사항 및 방역 매뉴얼을 제대로 따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업무상과실치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충분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대법원 판례의 취지상 피의자들의 일부 법령, 즉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업무상과실치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내용의 문제… “기관이 고발해야 수사 시작한다니…기초 수사부터 부실했다”

담당 수사관의 성급한 결론 도출은 법리적으로 심각한 오류에 기초했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왔다. 특히 사업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기초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A경위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누구라도 접근 가능한 경기도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만 살펴봤을 뿐, 실제 이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한 부천시 보건소 직원, 경기도 감염병 관리지원단 소속 역학조사관들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A경위는 ‘통상 감염병예방법 위반 문제는 방역당국이 자체적으로 고발 조치하고 있고, 경찰서는 기관의 고발을 전달받아 처리하고 있다’라며 적극적 수사를 피했다.

쿠팡은 지난해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쳤다’며 방역 당일 업무를 재개했지만, 부천시 보건소나 현장에 파견된 역학조사관은 ‘업무 개시를 할 권한도 없다’라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부천시보건소나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등이 먼저 고발하지 않으면 더 조사를 안 한다는 이야기다.

피해자들은 “확진자의 동선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간단히 소독만 하고 재가동을 해 대규모 확진사태를 만들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부천신선물류센터가 업무 재개에만 골몰한 탓에 이후 부천신선물류센터발 확진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84명이 집단감염됐다. 또 가족감염으로 이어져 총 152명이 확진됐다. 가족 감염자 중 한 명은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수사관의 안일한 태도는 다른 발언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고소·고발인들이 사업장을 폐쇄 조치하지 않고 계속 운영해 위험을 방치한 점을 지적하자 A경위는 “정부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령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은 ‘쿠팡 측이 근로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는지, 출입 시 열체크를 했는지, 사업장에 소독약을 뿌렸는지’ 등 작위 행위의 유무에 관한 원시적인 수준의 판단에만 그쳤다”라며 “복수의 확진자가 사업장에서 발생했음에도 위 사실을 근로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업장을 폐쇄하지 않고 계속 운영한 점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령’인 산안법 및 동 시행규칙 위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담당 수사관의 말말말… “재수가 없어서지 쿠팡의 잘못은 아냐”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받으라”
피해자들 “수사관의 태도에 상처받아”

이 밖에 수사관의 태도도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경위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고, 편파적으로 조서를 작성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A경위는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송치하기 전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올해 1월 보완 수사를 요구받자 다음 달에 이르러 부랴부랴 피해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고소인 전 모 씨의 남편이 2차 감염 피해를 겪어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인데 그런 전 씨에게 A경위는 “남편의 사고는 이 사건과 별개로 의료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전 씨가 쿠팡의 환기 문제를 이야기하자 “그런 문제는 어느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쿠팡이 확진자 동선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고, 이는 재수가 없어서이지 쿠팡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 “신천지 사태 때는 국민 전체가 피해자였다”라며 쿠팡을 두둔했다.

A경위는 또 다른 고소인 박 모 씨와 김 모 씨를 소환해 조사한 당시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장소와 경로를 구체적으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 A경위는 ‘누구로부터 코로나19에 전염됐는지 정확히는 모른다는 것이지요?’ 등의 질문으로 고소인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 ‘피해를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다만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받으시라’ ‘전국적으로 마스크 대란이 있어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쿠팡은 마스크를 지급하기라도 한 것 아니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것 맞나’ 등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질문을 지속해서 던졌다.

작성된 조서에도 고소인들이 제기한 집단감염을 부른 쿠팡의 노동환경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고,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무증상 감염 여부 등 핵심 문제에서 벗어난 내용들만 자세히 기재됐다.

피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사관의 태도로 인해 다시 한번 상처를 받았으며, 쿠팡 측에 편파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저희 같은 필수노동자들이 더 이상 희생양이 되지 않게 송파경찰서는 담당 수사관 교체 등 적극적인 조치를 즉각 취해주길 바란다”라고도 요구했다.

이날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는 기자회견 직후 송파경찰서장과 만나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경찰서장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대표에 따르면 전날 송파경찰서 관계자에게 ‘수사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수사팀의 문제로 서장을 만나야 한다’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 관계자는 이 사건 담당인 지능 2팀의 수사과장과 팀장 면담을 우선 제안했으나 권 대표가 계속 거부하자 결국 ‘기다리겠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 당일 송파경찰서장은 결국 외부일정을 이유로 면담에 참가하지 않았고, 또 다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지능팀 관계자 아무도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라며 서장과의 면담이 어려움을 알렸다.

한편 이날 쿠팡은 72조원 가량의 높은 기업가치로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것이 최종결정됐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지속적으로 나오는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망자 등을 조명하며 장기적 성장성에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쿠팡에선 5명이 사망했고, 지난 주말에도 심야 배송을 담당하는 노동자와 배송캠프 담당자가 사망해 과로사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