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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KO 해고 300일, “고통의 시간...원직복직 이행해야”

10일 300일 문화제, 13일 차량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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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리해고된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한 지 300일이 됐다. 국가 기간산업에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도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협력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과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회사다.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지난해 5월 11일 자로 해고했다. 300일의 투쟁 기간 천막 농성장은 세 차례 철거됐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이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회사는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은 정리해고가 발생한 지 300일이 된 10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노동부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지금이라도 중앙노동위원회 판결을 인정하고,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원직복직을 이행하기를 권고한다”며 또 고용노동부와 고용청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이 이행되는지 관리·감독하고, 이를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에 인용될 수 있도록 강력한 지도와 집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전 직원 순환 근무 방식으로 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른 원직복직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또 6인의 정리해고자에 대해 180일에서 270일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회사가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고기간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지난 1월 6일 열린 교섭은 결렬됐고, 이후 교섭 일정은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300일은 해고자들에게 너무나 고통의 시간이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고 아픔과 상처를 입었다. 부당 해고에 맞서 투쟁한 시간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종각 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시작한 지 4일 만에 농성장을 세 번이나 침탈당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톤 트럭과 1인용 텐트로 투쟁을 이어갔다”며 그동안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시아나케이오 하청노동자들은) 일이 많을 땐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 보며 손님이 버린 초콜릿, 빵 조각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그리고 에어컨을 켜주지 않아 작업복을 세, 네 번씩 말려가며 일했고, 캄캄한 비행기의 좁은 곳을 오가며 여기저기 부딪혀 피멍 드는지도 모르고 일해 왔다”며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주 부담액 10%도 사용하지 않고 최저임금 받는 하청노동자들을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고 말했다.

연대모임에 함께하는 노동해방투쟁연대 이용덕 활동가는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사태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코로나19를 맞이해 말로는 모두가 국가 재난을 극복하자 했고,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을 살리자고 했다. 항공 산업에 수십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혈세인 그 돈은 최소한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 돈이 재벌과 채권단 그들의 빚을 줄이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나케이오는 금호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 이사장인 박삼구는 기내식 대란과 승무원 성희롱,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말아먹었던 사람이다. 아시아나케이오 대표가 교섭 자리에서 자신은 목숨 걸고 유급 휴직을 실시하려 했지만, 아시아나에어포트가 막았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바로 이 다단계 하청구조에 놓여 있다. 아시아나케이오 위에는 아시아나에어포트가, 그 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정리해고 문제는 진짜 사장인 박삼구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이 해결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이 부서를 가만히 놔두는 문재인 정부는 더 이해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는 단지 아시아나케이오 사업장만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 투쟁을 통해 정부 노동정책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보여줄 것”이라며 “4월에 정년을 맞는 노동자가 현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나고 노조는 서울고용지방고용노동청장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주로 연기됐다. 이날 오후 6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아시아나케이오 농성 300일 문화제가 열리며 13일 오후 1시부터는 김포공항에서 차량 행진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