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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에겐 미프진이 필요하다"

모낙폐, 3.8 세계여성의 날 맞아 기자회견 열어…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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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낙태죄’는 올해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낙태죄’ 폐지를 이끈 여성들은 이제 국가의 보건의료서비스 시스템 내에서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중지를 공적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구체적 요구안으로 “임신중지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유산유도제 도입을 신속하게 승인할 것”을 제시했다.

우선 온전한 재생산권리를 갖기 위해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간사는 ▲임신중지 의료의 전면 급여화 ▲공공의료 강화를 통한 지역 의료서비스 불평등 개선과 인프라 구축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승은 씨는 “‘만약에 임신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이 저를 괴롭혔던 그 날로 돌아가 본다. 그 가정 뒤에 제가 내어놓은 말은 고작 ‘임신중절수술에 드는 비용은 반반씩 부담하자’였는데, 여성 개인을 처벌하는 낙태죄 외에는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공백으로 남겨둔 사회에서 저 역시 열악한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신중지 시 적절한 공적 의료지원과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 선생님께 낙인 없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우받으며 수술받고 싶다. 내가 누구와 어떤 성적 관계를 맺을 것인지 주체적으로 탐구할 힘을 갖추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임신중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여성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큰 금액을 지불해가며 임신중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높은 비용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에겐 ‘장벽’으로 다가가 실질적 임신중지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서영 간사는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법 개정과 무관하게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현 제도로도 진행할 수 있다”라며 “임신 진단 시 제공하는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지원금을 임신중지에도 사용할 수 있음에도, 현장에는 이런 정보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으로, 여성들이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의료진들도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임신중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장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의료불평등과 그동안 임신중지 불법화로 인해 갖추지 못한 인프라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이서영 간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26곳 중 57곳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고, 30곳은 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서영 간사는 “정부는 ‘분만’ 의료뿐 아니라 포괄적 성과재생산건강, 임신중지 의료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신중지의 공적 의료서비스엔 자연유산 유도제 ‘미프진’ 등의 사용까지 포함된다. 미프진은 지난 30년 동안 70여 개 국가에서 사용돼온 약으로, 세계보건기구는 2005년부터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1960년 미국에서 피임약이 필요했던 것처럼, 2021년에는 한국에 미프진이 필요하다”라며 “여성이 재생산권을 보장받고 성과 출산의 고리에서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은 미프진을 쟁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 손 놓은 국회와 정부 부처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국회,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의 역할이 대두되지만, 이러한 주무부처들이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모낙폐는 기자회견문에서 “국회는 이미 지난해 발의된 권리 보장 방향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 아니라 올해 비범죄화 상황에서 불필요한 현행법의 제약을 없애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됐음에도 관련 논의를 미루며 여전히 계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관련 의료인 인식 제고와 관련 교육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체계 마련, 지역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사회적 소수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 등을 기울여야 함에도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식약처에 대해서는 “제약회사의 신청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며 조금이라도 이른 시일 내에 안전한 유산유도제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부 모낙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기획한 ‘연대의 런데이’에 함께 하기도 했다. 3.8 여성의 날을 맞이해 3.8km를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의제와 함께 걷고 러닝앱으로 기록하는 행사다. 연대의 런데이 참가자들은 SNS 해시태그 등을 이용해 인증샷을 올렸다.

[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 문경락

    낙태의 양면성을 인정하며 어느 한 쪽을 두둔하는 것보다 마스크가 백신이듯이 성관계시의 임신방지 정책이 구체화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과정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