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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신청 회피하는 공항·항공사…노동자 불안 증폭

“사용자만 신청 가능한 제도가 문제…신청 의무화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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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공항 및 항공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항공업과 항공기 취급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을 꾀했지만, 제도 신청 권한이 있는 사용자들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31일 특별고용지원업종 기한이 종료돼, 자기 부담 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사용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더욱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 고용안정쟁취 투쟁본부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규탄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별고용지원업종 기한 연장 및 고용유지지원금 비율 90% 일률적용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 사업장 감독 및 지원배제 ▲용역·파견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 고용보호 조치, 양대항공사 하청노동자 포괄하는 고용유지확약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3월 종료 예정인 특별고용지원업종을 하루빨리 연장하고, 고용유지지원금 기간도 240일로 늘려야 한다”라며 “특별고용지원업종이라면 고용유지지원금 비율을 90%로 일괄 적용하여 사용자의 신청 거부를 줄이고, 노동청의 감시/감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라면, 용역·파견 사업장 적용률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 초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사용자의 증가는 고용포기를 가속할 것이다. 1년 동안 제기된 고용유지지원금 사용자 신청의무방안을 외면하고, 2021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라며 “신청방안을 압박하고, 거부하면 사용자의 대한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2021년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나와 무급휴직으로 인한 고통을 전했다. 지상조업사·항공사들과 항공사 하청·인천공항공사 하청회사 일부가 사용자 부담을 피하고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행기 지상 조업 업체인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는 현재 월 200명의 노동자가 무급 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유급 휴업·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매년 신청이 가능해 이를 신청한다면 노동자들이 휴업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데 사용자가 신청하지 않은 탓이다.

김진영 샤프항공지부 지부장은 “노동자가 평생 한 번만 쓸 수 있는 무급휴직지원제도는 올해 1월 종료된 상태다. 그 결과 현재 월 200명의 노동자가 급여 없는 무급휴직에 놓여있다”라며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예산에 많이 반영했다고 홍보했지만 샤프 항공 무급휴직 노동자들에겐 어떤 것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특별 고용지원업종도 연장되지 않으면 지원 비율이 턱없이 낮아진다. 월 200명의 무급휴직자가 얼마까지 늘어날지 알 길이 없다”라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연장과 고용유지지원금 비율 상향(90%로 일괄 적용) 통해 정부가 고용유지의 의지를 먼저 보이고, 그럼에도 사용자가 신청 거부하고 회피하면 철저한 감시 감독으로 바로잡는 것이 코로나 시기 정부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차 하청인 아시아나케이오는 사용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계속된 무급휴직에 지쳐 노조를 만들고 저항하다 정리해고까지 당했다. 지난해 5월 11일,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8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사측이 최소한의 회고회피 노력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까지 감행하고 있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고통 분담의 조치였을 텐데 10% 부담도 하지 않으려 민주노조를 들먹이며 거짓말까지 했다. 회사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제기한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불가능해졌다고 노동자들을 스스로 떠나게 했고, 저항한 노동자 8명을 해고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2차 하청인 에어케이터링서비스(ACS)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운반·탑재 노동자들로 지난해 코로나 위기로 폐업에 몰리면서 노조를 만들었고, 교섭을 통해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지원금을 받아 생활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ACS지회 간부 A씨는 “늦어도 6월이면 무급휴직 지원금 제도가 종료된다. 무급휴직 지원금 제도는 노동자 1인당 평생 180일까지만 사용이 가능하고, 소멸되는 제도지만 너무나 급박하고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 19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이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곧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신청해, 6개월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라고 우려했다.

A씨는 “특별고용지원업종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기피신청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신청한다고 해도 자기 부담금이 높아 상여금 삭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6개월마다 생명을 연장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겹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을 빨리 연장하고, 작년처럼 240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한도 늘어나길 요구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