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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난입, 폭도 배후의 자본가들...블랙스톤, 테슬라, 헤지펀드

트럼프, 비상사태 선언...미국 풀뿌리운동, 극우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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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는 성조기 무늬를 그리고 머리에는 황소 뿔을 단 남성. 최근 미국 워싱턴 의사당 난입에 가세한 그의 모습을 세계 언론들이 헤드라인에 걸었다. 그 동안 빈곤과 폭정에 항의하며 의회를 점거한 세계 많은 나라 민중의 모습과는 다르게 처절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 만큼 이 남성의 모습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미개한 사람들’을 상징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가짜뉴스에 선동되어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의회 인준을 막으러 나온, 마치 무지렁이 같은 모습으로 비췄다. 그러나 이들은 주먹만 믿고 힘자랑 하는 폭도들이 아니라 그 뒤에는 미국 부유층과 대기업 자본가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부동산 투기기업 블랙스톤 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열렬히 트럼프를 지지해온 자본가이다. 그는 미의회 폭력 사태 후 이를 규탄하는 입장을 냈지만 뒤에서는 트럼프와 공화당 정치인들을 집중적으로 후원해왔다. 지난 9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주로 공화당 정치인 등에게 2,700만 달러(약 300억 원) 이상을 후원해 가장 많은 금액을 후원한 기업인으로 꼽힌 바 있다. 그는 트럼프의 비공식 고문이자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구성된 대미국산업경제부흥그룹(GAERIG)의 일원으로도 일했다. 그러나 그가 맨 입으로 트럼프를 지원해주었던 것은 아니다. 블랙스톤의 주가는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70% 증가했고 각종 감세 조치를 누렸다. 트럼프가 지난 2017년 기업과 개인에 대한 세율을 인하했을 때, 슈워츠먼은 그를 ‘게임 체인저’라고 불렀다. 블랙스톤 외에도 최근 세계 부자 1위 서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 CEO 역시 지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를 뽑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을 적색(공화당 집권)으로 물들이자”며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해지펀드 그룹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그룹이나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도 수천, 수백만 달러를 트럼프와 공화당 정치인에게 후원했다.

트럼프가 지난 선거에서 공식적으로는 미국 월스트리트에 민주당 바이든 후보보다 적은 후원금을 모금했지만 이것은 그가 기업이나 주요 단체로부터 받은 자금의 일부일 뿐이었다. 진보적인 미국 정치 여론 조사 단체, 오픈시크리츠(OpenSecrets)에 따르면, 7억5000만 달러(8,240억 원) 이상이 각 후보들에게 비밀리에 후원됐다. 이 자금이 트럼프와 바이든 양측 누구에 더 쏠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중 상당수가 트럼프 측으로 흘러갔을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미국 억만장자들이 후원해온 극우 정치인이 미국에선 이번에야 폭력 사태를 일으켰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극우의 폭동을 지지해왔다는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미국은 2019년 11월 볼리비아 대선 시기 좌파 모랄레스 대통령의 승리에 불복하며 폭동을 일으킨 우익을 지지했는데, 당시 일론 머스크는 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를 공격해온 극우를 지지해왔으며, 지난 달 실시된 총선에서도 여당이 승리했는데도 임시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야권 과이도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극우의 의사당 난입은 전 세계의 극우를 고무하고 있다. 각종 극우 SNS에서는 미국 극우의 의사당 난입 장면에 흥분하여 이를 찬양하는 게시물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워싱턴 D.C, 뉴욕, 매사추세츠 등 지역 곳곳에서 사회, 정치단체들이 극우의 의회 점령과 부상에 맞서 지역적인 시위를 벌이며 이를 경계하고 있다. 7일 매사추세츠 집회에 참가한 노동조합원인 토야 체스터는 “극우는 어느때보다도 조직화돼 있다. 민주당은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극우를 통제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을 기다릴 수 없다. 우리 스스로 극우를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니노 브라운 활동가는 “그들이 내전을 원한다면, 우리는 사회주의와 해방을 위해 싸우겠다. 우리는 내전이 아니라, 계급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