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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 기업이 된 모자원, 비리와 세습의 역사

[시설에 숨겨진 여성들④] 여섯 가지 사례로 살펴본 모자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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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설에 숨겨진 여성들

①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시설에서 겨우 1년을 살았습니다
② ‘교회에 가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모자원에 입소했습니다
③ 15년간의 내부고발, “다시 싸워보려 합니다”
④ 토착 기업이 된 모자원, 비리와 세습의 역사
⑤ 미혼모는 탄생과 동시에 어머니로서 추방됐다
⑥ 정부가 시설에 숨긴 0.3%의 한부모 여성들


“이 기관들(모자보호시설) 대부분 60년대 기관 아닌가. 가족경영으로 이뤄져 지역에서 이미 네트워킹이 다 형성돼 있고, 협력하는 상담 기관이나 외부 강사들이 기관 종사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생긴다. 시설장과 시설 종사자들의 입맛에 맞게 운영될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 계신 분들(입소자)은 자기 결정권을 사실상 침해당하는 것이다. 저한테 총 6명이 학대받은 자료를 가져왔다.”

부산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구경민 의원은 지난 11월 19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혜택을 악용하고, 시설 이용자에 대한 인권유린 등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시설 운영자의 횡포로 부당 퇴소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수의 복지시설이 3대에 걸쳐 세습돼 폐쇄적인 가족경영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자원 등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비리, 횡령, 인권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전쟁 전후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복지시설들은 과거 여러 논란과 추문에 휩싸이면서도 정부의 ‘복지 외주화’ 정책에 힘입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국고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세습하며, 심지어 기업주나 사업가들에게 매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설이 종교와 연결된 탓에 입소자를 상대로 종교 강요 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인 모자가정을 시설로 ‘격리’하는 현 가족 정책은 오히려 여성의 자립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례1.
‘특조위’까지 구성됐던 모자원 횡령 사건, 아직도 그곳은 건재하다


1977년10월〈조선일보〉(1),〈동아일보〉(2), 〈경향신문〉(3)등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산지역 모자복지시설 8곳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시설 입소자에게 지급되는 정부 생계비와 외부 구호금 등을 시설 원장 및 관계자들이 착복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현재,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시설 8곳 중 6곳이 그대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5곳은 모자가족복지시설로, 1곳은 일시지원복지시설로 등록돼 있다.

당시 구호금을 횡령했던 A모자원 원장 이 모 씨는, 사건 발생 후에도 약 13년간 시설에서 원장직을 유지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횡령 사건을 일으키기 전까지 그는 A모자원에서만 무려 34년간 원장으로 일했다. 두 번째 횡령 사건은 1991년 부산 서구의회서 ‘A모자원 운영실태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씨는 실제 근무하지 않는 유령 직원들을 등록해 놓고 국가에서 지급되는 인건비와 차량 운영비, 건축비를 횡령했다. 시설 수용 여성들에게 지급되는 생계비를 착복했으며, 시설을 시설수용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불법 임대해 임대료를 받아 챙겼다. 이렇게 이 씨가 횡령한 금액은 당시 돈으로 무려 2억3천만 원에 달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씨의 비리 행각은, 그가 모자원을 사업가 등에게 불법적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씨는 모자원 이사였던 강 모 씨와, 모 병원장과, 또 다른 사업가에게 대표이사직 및 모자원 양도 양수를 조건으로 각각 수억여 원을 중복으로 받아 챙겼다.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직을 둘러싸고 양수자들 간의 갈등이 일어났다. 이미 대표이사직에 올랐던 강 씨와, 그의 측근이자 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조 모 씨가 대표이사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법인 재산은 양도 양수가 될 수 없음에도, 뒤에서는 편법적인 매각 및 매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부산 서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구의원은 “(현재) 모자원을 소유하는 사람(강 씨)은 법의 맹점을 이용해 모자원을 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현재 이사장과 이사들도 2억3천만 원(양도 양수 금액) 도장을 같이 찍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특별위원회 조사 이후 모자원에서 퇴출, 처벌받은 이는 이 씨 한 사람뿐이었다. 당시 2억3천만 원에 모자원을 인수했던 대형 부품유통업체 사장 강 씨는, 2004년 말 까지 13년간 모자원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강 씨는 2001년 1억 원이 넘는 고액, 상습 세금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했다. 그 후에는 강 씨의 측근이자, 사건 당시 이사 및 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조 씨가 원장으로 취임했고 2005년 대표이사직을 이어 받아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구청 공무원들의 묵인과 비호가 한몫했다. 당시 부산 서구청 공무원 문 모 씨는 구의회에 출석해 “이 법인은 상당히 큰 문제가 있지만, 이를 위법 자체로만 공식적으로 해결하면 법인이 해체돼야 한다”라며 시설을 비호했다. 구청 과장이 재단 이사들과 ‘담판’을 짓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에도 부산지역 모자원 입소율이 상당히 저조했는데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구청 공무원 문 씨는 “부산 내에 모자 시설이 8개소가 있는데, 현재 수용희망자가 없어 약 3분의 1정도 수용돼 있다”며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녀들이 그 시설에 안 들어가려고 한다. 앞으로 이것은 계속해서 저희가 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운영을 하다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잘못을 한다”면서, 그럼에도 “사회복지시설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모자원은 2020년 현재 12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1991년 기준 입소 세대가 24세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A모자원에 지급된 2020년 국고보조금 및 지자체 지원금 수입은 약 3억7천만 원. 전체 예산의 90% 이상이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구조다. 그리고 세입예산 중 인건비 등의 사무비와 재산조성비로만 약 3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1. 모자원서 구호금 횡령,〈조선일보〉, 1977.10.26.
2. 원생 생계비 횡령〈, 동아일보〉, 1977.10.25.
3. 고아원 구호금품 빼돌려,〈경향신문〉, 1977.10.25.

사례2.
기업가부터 3대 세습까지, 기업형 모자원


1995년 설립된 부산시 B모자원은 한때 중견 건설회사 회장이 소유하던 곳이다. 삼성 계열사 출신 인물로 알려진 박 회장은 70~80년대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사업을 확장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그룹은 건설사, 개발사, 농수산 유통 등의 계열사를 비롯해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문화재단 등으로까지 사업을 넓혔다. 그러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아파트 건설 사업이 막히면서 경영난에 시달렸고, 1996년 12월 부도를 맞았다.

경영난에 시달린 사업주 일가에게 B모자원은 비상금을 유용할 수 있는 ‘인출기’였다. 당시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는 B모자원의 사회복지 법인이 소유하고 있던 은행예금 23억 원을 회사 공금으로 인출해 유용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청은 이 같은 사실을 6개월이 지난 뒤에야 파악했고, 그 후에도 상부 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구청 담당 직원은 “비록 부도가 났지만 23억 원 정도는 납입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회복지법인을 관리, 점검해야 할 구청이 법인 회계 유용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인식한 셈이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B모자원 원장은 구청 가정복지과장을 지냈던 공무원 출신이었다.

심지어 해당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박 회장은 수년간 B모자원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시기는 사건 발생 5년여가 지난 2002년 3월이다. 후임으로는 박 회장과 주소지가 동일한 이 모 씨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호주 국적을 가진 이 씨는 현재까지 약 19년간 B모자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9년 B모자원의 추경예산을 보면, 국고 및 시도보조금으로 약 7억4천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 이곳의 원장은 월 480여만 원, 사무국장은 월 430만 원의 기본급을 포함해,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등 월 5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다.

1977년에 입소자 생계비와 외부 구호금 등을 횡령한 C모자원 설립자 겸 원장은 2005년 3월까지 원장직을 유지했다. 그가 운영한 사회복지법인은 모자원을 포함한 노인건강센터 등의 시설로까지 확장했고, 아들과 며느리, 손녀에 이르기까지 3대가 각 시설의 원장과 대표이사직 등을 맡고 있다. 1957년 설립된 D모자원의 경우, 설립 3년 만에 설립자 겸 원장이 횡령 혐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원장직을 유지했고, 1977년 또 한 번 횡령사건에 휩싸였다. E모자원 역시 1977년 횡령 사건을 일으켰던 당시 모자원 부원장 겸 총무가 13년 뒤인 1990년 원장으로 취임했다.

사례3.
‘국가보훈처’와 연결된 사회복지법인, 횡령‧비리‧노조탄압까지


대구 목련모자원을 운영하는 미망인모자 복지회(복지회)는 수년 전부터 대표이사 등 임원들의 배임, 횡령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설립자인 안목단 씨는 1972년 육영수 여사의 도움으로 민간인 최초 군용팬티 봉제공장을 설립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전쟁미망인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법인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모자원과 어린이집, 장학사업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법인이 운영하는 군용팬티 봉제공장은 한부모가정 여성과 어린이 등을 지원하기 위한 수익사업체 역할을 했다.

복지회 전 대표이자 원장인 안 씨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여성계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전두환 정권인 제5공화국 설립 직전, 국가보위입법회의 81명 중 여성계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전두환 정권 수립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기구로, 81명 전원을 전두환이 임명했다. 당시 국가보위 입법회의는 정치권 인사들의 정치 활동 금지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언론기본법, 노동법, 집시법 개악 안 등을 통과시켰다. 여성계 대표 몫으로 입법회의에 참여한 안 씨의 당시 직함은 대한민국전몰군경 미망인회(미망인회)회장이었다.

미망인회는 정부 기관인 ‘국가보훈처’의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복지회는 미망인회의 사실상의 지역 하부 단체로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복지회는 1971년 미망인회 경북지부 간부 총회의 결의로 건립됐다. 복지회가 공장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도 미망인회로 들어갔다. 안목단 전 대표를 비롯해 역대 미망인회 회장들은 복지회 대표이사 및 이사를 역임했다. 정대중 한국노총 전국섬유 유통노동조합연맹 실장은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의 상급 단체가 대한민국 전몰군경미망인회다. 미망인회 산하 각 지역 지부가 있고, 복지회는 대구지역지부에 소속돼 있다. 사실상 동일체와 같다”고 설명했다.

미망인회 10대 회장이자 40년간 복지회 대표 이사 및 모자원 원장을 맡아온 안 씨가 횡령, 비리 논란에 휩싸인 건 2010년에 들어서다. 타 업체보다 비싼 단가로 원단업체와 거래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돈을 횡령 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원단 자재의 단가 차액은 약 51억 원에 달했다. 안 씨는 2012년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고, 대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공장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180명이었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다. 체불임금도 쌓이며 노사 갈등이 증폭됐다. 2018년에는 복지회가 제1공장을 중소기업청에 ‘직접생산 등록업체’로 등록하지 않아,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결국 공장 폐쇄 수순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 2월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조합원들이 정리해고됐다. 노조는 복지회가 의도적으로 폐업수순을 밟은 것이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회는 이에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복지회의 횡령과 비리, 노조탄압 등으로 논란이 되자 안목단 전 대표는 2013년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망인회의 고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대중 실장은 “미망인회는 국가유공자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다. 수익사업을 하려면 복지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망인회는 복지회를 통한 수익사업으로 지원을 받아왔다. 두 단체의 인물들도 겹친다. 사실상 독립된 단체로 볼 수 없다”며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처는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 현재 사회복지 법인과 보훈단체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례4.
공무원이 제2의 인생을 영위하는 사회복지시설


재단법인 월드선교회유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은가람빌(구 새소망빌라)은 2000년에 설립된 모자가족복지시설이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은가람빌, 꿈나무 아동종합상담소, 에덴어린이집 등 세 곳이다. 재단 사업의 시초가 됐던 아동보호센터 ‘새소망집’은 2017년 초 폐쇄됐다. 원생 간 성폭력 사건이 도화선이 됐지만, 횡령, 후원금 부정 사용, 채용 비리 의혹 등이 수년 전부터 불거졌다. ‘새소망의집’은 지자체 보조금과 시민들의 후원금을 합해 연간 20억 원 정도의 지원을 받는 시설이었다. 월드선교회의 자산은 2019년 기준 약 103억7,000만 원에 달한다.

재단과 시설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내부 구성원을 공유하고 있다. 은가람빌1대원장이모씨는새소망의집(구 새소망소년의집) 보육사와 재단 총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재단 상임이사로 있다. 2대 원장 김 모 씨는 회계사무소 이력으로 재단과 시설의 회계를 담당해왔다. 부천시의 공무원들 역시 재단 운영에 중요한 축이 됐다. 사회복지과 공무원들은 퇴임 후 재단의 시설에 자리 잡으며 제2의 인생을 영위했다. 그 가족들까지 재단 시설의 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부천시청 여성정책과에서 보육업무를 담당하다 2007년 퇴직한 공무원 B씨는 2010년 재단이 운영하는 꿈나무아동복지관에 제3대 관장으로 취임한다. A씨에 따르면 문 씨의 두 자녀 역시 새소망빌라와 새소망의집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A씨는 “부천시에서 모자원 정기 감사를 나갈 예정이라며 서류를 준비해 놓으라는 전화를 받은 적 있다. 감사를 미리 알려주는 것에 황당해하고 있는데 옆 직원이 감사 담당 공무원이 본인의 엄마라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증언했다. 부천시청의 아동복지과 공무원 C씨 역시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임 후 재단이 운영하는 에덴어린이집 원장으로 취임했다. C씨는 10년 이상 원장으로 있다 퇴직했다.

공무원이 퇴직 후 시설에 자리를 잡는 일은 적지 않다. 서울시에서 가족지원을 담당했던 공무원 C씨는 퇴직 후 1년도 되지 않은 2019년, D모자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D모자원은 불교 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스님이 재단의 법주로 있다. C씨는 2018년 서울시 한부모가족 지원센터를 대한불교조계종에 재위탁할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다. 이 사업에 예산은 약 12억 원이었다. C씨는 서울시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운영 계획과 예산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D시설의 행사에도 참여해 왔다.

사례5.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반여성적’ 사회복지법인


지난 2019년, 모자원 ‘달빛둥지’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에서 미투가 터져 나왔다. 진각종 최고지도자 회정 스님의 첫째 아들 김 모씨가 2015년부터 재단 사업부장으로 일하며 여직원 2명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했다는 폭로였다. 사건 이후 재단 대표가 원혜로 바뀌었지만, 그 역시 앞선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자로 지목됐다. 미투 사건 당시 그가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결혼을 못 할 것이라 조롱하고, 성추행 폭로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더욱이 종단의 피해를 강조하며 피해자들을 인사 조처하겠다는 발언도 해 상당한 논란이 됐다.

천주교와 개신교 등을 기반으로 한 모자원은, 그 태생 자체가 ‘낙태 반대’라는 종교적 신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특히 미혼모 시설의 경우,낙태반대운동을벌이는천주교와 개신교가 운영하는 경우다 다수다.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 ‘마리아의 집’ 노정순 전 원장은 1992년 한국에 ‘틴스타 프로그램’이라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인물이다. 미국 10대 청소년의 임신, 낙태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성은 단순한 쾌락의 도구가 아닌 생명 창조라는 존엄한 가치를 갖고 있으며, 성행위는 결혼 생활 안에서만 완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는다.

개신교 기반의 미혼모 시설 ‘애란원’에서 30년간 일한 한상순 전 원장도 낙태죄 폐지 반대에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임신 중지 시술을 한 산부인과 및 의사를 형사 고발하며 극단적인 ‘낙태’ 반대 운동을 펼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또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의 회장이었던 김현철 목사와 함께 낙태 반대 홍보, 혼전순결서 등의 교육을 함께 하기도 했다.

사례6.
여전히 모자원을 운영하는 기업형 입양기관


한국의 3대 입양기관으로 꼽히는 홀트아동 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는 활동 시초부터 정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 대한사회복지회의 전신인 한국아동양호회는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정부기관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혼혈고아를 양자, 양녀로 원하는 외국인이 있는 경우에 여차한 외국인의 원망에 부응하도록 조치하라”고 한국 최초의 입양 기관 설립을 지시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설립자 해리 홀트는 비슷한 시기인 1955년 한국 정부에 9천 달러를 기증하고 혼혈아동이 입양 전까지 대기하는 ‘리시빙 홈’을 상도동에 설립한다. 해리 홀트는 1956년엔 홀트씨해외양자회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사회복지 유학생 3인을 뽑아 미국 유학을 보내는데 그 중 한 명인 백근칠은 한국으로 돌아와 입양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를 설립한다. 백근칠은 후에 한국아동양호회가 개편된 대한양연회에 회장으로 임명되기도 한다. 다른 한명은 내무부 차관을 역임한 바 있는 김득황으로, 그는 1972년 동방아동복지회를 설립한다.

한편 대한양연회는 1965년, 무등록단체 상태로 11년간 국고 보조금을 받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고아입양단체 6개 중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는 대한양연회가 유일했다. 당시 기사는 ▲보조할 법적 근거 없는 무등록 단체 혼혈고아입양에는 자금이 필요 없는데 보조한 점 ▲재작년부터 보조액을 더 증액한 점 ▲고아입양실적을 당국에 부풀려 보고한 점을 수사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3대 입양기관은 입양 사업의 일환으로 과거 미혼모자시설 운영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미혼모 시설을 운영한 까닭은 ‘입양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이유가 컸다. 이들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선 출산 후 입양을 하는 조건으로 입소를 허가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2009년 1월에는 “양육에 대한 정보나 양육 관련 지원 기관에 대한 소개는 하지 않고 입양을 강요했다는 미혼모 민원인들의 탄원서” 가 (구)보건복지가족부 신문고에 접수됐다.(4)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지난 2011년, 입양기관이 미혼모자시설 운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됐다. 이에 반발한 3개 입양기관은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2012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해당 개정안이 미혼모에 대한 입양기관의 부당한 입양 권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입양기관들이 미혼모자시설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기본생활지원형’ 미혼모 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된 입양기관들은 ‘공동생활지원형’으로 시설 유형을 바꿔 운영을 이어나갔다. 기본생활지원형(1차)은 출산 6개월 이내의 임산부가 머무는 곳이며, 공동생활지원형(2차)은 생후 36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이 머무르는 곳이다. 2012년 입양기관이 운영하던 미혼모자시설 16곳 중 11곳은 현재 시설 유형을 전환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국내 3대 입양기관들은 아동·장애인· 노인 복지 사업을 비롯해 병원까지 운영하며 현재는 거대한 사회복지법인으로 자리했다. 비영리법인인 이 입양기관들의 사업 수익은 2019년 기준 홀트아동복지회 752억4394만 원, 동방사회복지회 340억9971만 원, 대한사회복지회 347억5054만 원에 달한다. 사업수익은 정부 보조금을 비롯해 기부 금품(영리법인, 개인, 모금단체·재단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4. 김귀순(2010).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 검토보고: 최영희 의원 대표발의”, 여성가족위원회. 정혜원(2014),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입양기관의 미혼모기본생활시설 운영제한과 과제”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