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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밤,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특별기획: 검은 땅을 먹고 살았다] 죽음의 공장 삼표시멘트, 노동자와 주민 건강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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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4] 삼표시멘트 공장: 인간이 만든 죽음과 재해

1) 탄광 정규직에서, 석회석 광산 하청노동자까지
2) 5월 13일 밤,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3) 삼표시멘트의 공해 책임은 ‘0원’이었다



삼표시멘트 노동자 김경래 씨는 지난해 8월 15일, 공장 안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 현장은 김 씨가 자주 다니는 길목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사고 난 현장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찌그러진 헬멧이 나뒹굴고 있었다. 헬멧의 상태를 봐선 두개골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자는 61세 하청노동자로, 업무 중 스카이차 후진을 유도하던 중 차에 치였다고 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올해 5월 13일. 그날 밤 김 씨는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또 한 번 사고 소식을 들었다. 사고를 당한 이는 공교롭게도 김 씨와 같은 조에서 일하는 62세 하청노동자였다.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에서 노동안전을 담당하고 있던 김 씨는 허겁지겁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소속된 노동조합은 달랐지만, 노동안전 문제에서는 경계가 있을 수 없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합성수지 계량 컨베이어 벨트에 노동자의 머리가 끼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계량 벨트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무연탄을 대체하는 보조 원료인 합성수지를 만들기 위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을 소각로로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였다. 벨트에는 플라스틱과 비닐뿐 아니라 알루미늄 캔이나 볼트, 너트 같은 각종 고철이 섞여 올 때가 많았다. 그런 것들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면 기계가 작동을 멈췄다.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벨트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기계를 돌렸다. 재해자 역시 기계의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김 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그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하지만 아무런 맥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듯했다. 그래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 했다. 반장과 함께 기계에서 그를 빼내려고 했다. 그때 회사 안전팀장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현장을 보존해야 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김 씨는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팀장에게 일단 사람은 꺼내고 봐야 하지 않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합성수지 소각 현장에서는 자주 불이 났다. 그럴 때마다 회사는 모든 근무자를 동원해 불을 끄곤 했다. 공장에서 불이 나면 모든 근무자를 동원하면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때는 현장보존을 위해 가만히 있으라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뒤늦게 119가 도착했지만, 공장 구조가 복잡해 우왕좌왕하는 통에 시간이 더 지체됐다. 김 씨는 벌벌 떨리는 다리를 끌어안고 공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김 씨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겪었다. 자신도 모르게 쓰러질 때도 있었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병원에서 CT도 찍었다. 의사는 뇌 신경에는 이상이 없다며, 내과를 가보라고 했다. 내과에서 내시경도 찍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계속 어지러웠고, 구역질했으며,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결국 서울 녹색병원에 10일간 입원을 했고, 심리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였다. 김 씨는 산재 인정을 받고 휴직에 들어갔다.

그 사이, 또 한 번의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7월 31일 오전 9시 20분. 48세 하청노동자가 용접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 불시 작동으로 7m 아래 100~150도의 호퍼로 추락해 사망했다. 1년 사이 벌써 세 번째 발생한 중대 재해였다. 그리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이기도 했다. 시멘트 공장 역시 위험을 외주화했고, 하청노동자들은 언제나 죽음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에서 일했다. 각종 차별은 하청노동자들을 더욱 산재의 위험으로 몰고 갔다. 회사에서는 하청노동자에게 무전기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왜 무전기를 지급하지 않느냐 물으면 노조 핑계를 댔다.

김 씨가 소속된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는 지난 2014년 노조를 결성하고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개선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원청이 사실상 하청사를 관리했고, 하청노동자들은 원청과 같은 라인에서 지시를 받으면 일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2015년 2월 13일, 원청인 동양시멘트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정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위장도급과 관련해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하지만 불법파견 판정 4일 뒤, 회사는 하청노동자 101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30개월을 길 위에서 싸웠고, 결국 2017년 10월 16일 정규직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회사가 하청노동자에게 무전기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정규직 전환 사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또한 이는 불법파견의 책임을 노조와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사고는 줄곧 일어났다. 용접 중 추락하기도 하고, 점검로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노조 지부장도 업무 중 한쪽 팔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겪었다. 운이 좋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위험천만했던 사고였다. 하지만 회사는 현장에 와 보지도 않았고, 후속 조치도 없었다. 사고가 났구나, 그러곤 그만이었다. 심지어 7월 31일 사망사고 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기간에도 컨베이어벨트 롤러에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위험은 공장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양손에 물건을 들고 폭이 1m도 안 되는 120m 높이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시멘트 가루가 내려앉은 계단은 매번 미끄러웠다. 폭이 45센티밖에 되지 않는 컨베이어벨트 통행로도 있었다. 김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통행할 수 없는 통행로를 피해 컨베이어벨트 밑을 기어 다녔다. 시끄러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시멘트공장 노동자들은 광산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난청을 얻었고, 석회석 가루를 흡입하며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공장 소각로에는 하수구 찌꺼기와 냉동공장 생선 부유물까지 잡다한 쓰레기들이 모여들었다. 습한 날에는 그것들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역한 냄새를 참지 못해 회사에 전화하면 관리자들은 폐슬러지 같은 것들이 섞였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어떤 물질들이 몸에 쌓이고 있는지 노동자들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김 씨는 회사에 작업 안전 개선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 하지만 늘 성의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위험한 작업 공간을 지적하면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했고, 발암물질인 석회석 분진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 ‘그럼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알리고, 구조하는 훈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할수록, 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는 눈총과 비난이 쏟아졌다.

김 씨는 공장 노동자뿐 아니라 주민 건강 역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수지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했다. 다이옥신은 WTO(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로 꼽힌다. 그것들이 공장 담을 넘어 주변 마을과 삼척시까지 퍼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이미 석탄과 석회석 광산에서 나오는 온갖 먼지들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위협이었다. 간혹 환경부에서 다이옥신을 측정하러 나왔지만, 회사는 이를 어찌 알았는지 그때마다 기계를 세우거나 수리하곤 했다. 삼표시멘트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강원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으로도 유명했다.

현재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자신의 일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김 씨는 더 이상 공장에서 누군가가 죽고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 앞에 산업재해를 숨기거나 직업병을 감추며 일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는 공장이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훼손하도록 방치하는 일만큼은 막아서고 싶다.



3건의 사망, 14건의 산재, 417건의 위법행위의 대가는

지난해 8월부터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3건의 사망사고를 비롯한 14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중대 재해였지만 회사와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인 재발 방지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5월 두 번째 사망사고 당시, 노조가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부 태백지청과 강원지청은 ‘1년에 3명이 사망해야 특별근로감독 실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사고 공정과 동일한 설비의 재가동을 허용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5월 13일 당일 6호 공정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이와 똑같은 공정인 7호 설비는 이튿날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6, 7호기에 대한 전면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없이, 15일 오전 7호기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원청 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이재형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장은 “회사는 사고를 피해자의 과실로 몰아가며 현장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2개월여 뒤인 7월 31일, 세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나서야 부랴부랴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471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하지만 3건의 사망사고와 14명의 산재사고, 471건의 위법행위에 따른 처벌은 과태료 4억3000만 원이 전부였다. 이재형 지부장은 “과태료 4억3000만 원이 부과된 뒤 현장에서는 노조가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원망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삼표시멘트 사장이 지난해 가져간 배당금만 70억 원이고, 연봉은 30억 원에 달한다. 과태료가 사장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회사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벌금 걱정 안 한다. 그런데 대표이사 기소는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석탄 신화로 일군 삼표시멘트, 환경오염의 오랜 역사

삼표시멘트의 시멘트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까지 위협한다. 통상 시멘트는 생산 과정에서 1t당 0.8t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삼표시멘트는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국내 기업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 쌍용양회 뒤를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2015년 탄소배출권이 시행된 후에는, 미얀마 등의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며 ‘해외 상쇄 배출권’의 방식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왔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분진과 미세먼지, 소음 악취 등이 발생해 주민의 건강이 위협받기도 한다. 지난 10월 27일에는 강원, 충북을 비롯한 주요 시멘트 산업 지역 주민들이 국회로 상경해 ‘시멘트세 신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국가기간산업인 시멘트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발되는 다량의 분진, 미세먼지, 악취 등으로 지역주민들은 폐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삼표시멘트를 비롯한 시멘트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합성고무 등을 태워 유연탄을 대체하는 보조 연료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원가 절감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비용 명목으로 지원금까지 받아 간다. 하지만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의 유해 독성 물질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삼표시멘트를 비롯한 시멘트 기업들은 시멘트 원료로 쓰이는 석탄재를 일본에서 다량 수입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석탄재는 처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본은 국내 시멘트 기업에 1t당 5만 원의 처리비용을 지불해가며 이를 처리한다. 시멘트 기업으로서는 돈을 받으며 시멘트 원료를 확보하는 셈이니,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다. 지난 10년간, 삼표, 쌍용양회, 한라, 한일시멘트 등 국내 4개 시멘트 제조사가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는 총 1206만5000t에 달했다.

주민들은 “시멘트 업계는 연간 수백만 톤의 일본산 석탄재 수입과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합성수지, 슬러지 등의 각종 폐기물을 반입해 시멘트 제조공정에 대체 원료 및 보조 연료로 사용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시멘트 생산으로 지난 60년간 고통받아 온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전과 깨끗한 환경에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는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 삼척산학협력단이 지난 2018년 삼척시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시멘트공장 주변지역 환경질조사 환경보전대책 수립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181명 중 86.7%가 거주 지역에서 대기오염이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오염의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 꼽은 것은 건강 악화 우려(50.8%)였으며, 47.5%는 생활 활동에 있어 방해된다고 답했다. 대기오염의 요인으로는 60%가 시멘트 공장을 꼽았다.

한편 삼표시멘트는 석탄 산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표그룹의 설립자인 고 정인욱은 60년대 탄광 신화를 써 내려간 인물이다. 정 씨는 탄광 개발 바람에 힘입어 1952년 강원탄광을 설립해 돈을 모았고, 연탄 사업에 손을 뻗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1957년에는 대한석탄공사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삼표는 석유 및 가스, 레미콘, 기계 제작 및 주물공업을 비롯해 철강업에까지 뛰어들었다. 2015년에는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를 인수하며 업계 최초로 콘크리트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삼표그룹은 재벌사와의 화려한 혼맥으로도 유명하다.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사장은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와 결혼했고, 정 회장의 장녀는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과, 차녀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과 각각 혼인했다. 현재 삼표시멘트는 삼표그룹 오너 3세인 정대현 사장이 맡고 있다.
  • 문경락

    현재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자신의 일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김 씨는 더 이상 공장에서 누군가가 죽고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 앞에 산업재해를 숨기거나 직업병을 감추며 일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는 공장이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훼손하도록 방치하는 일만큼은 막아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