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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대의 석탄 수입국 호주, ‘기후전쟁’과 노동자들의 고민

[특별기획2] 기후 정책 VS 일자리를 넘어…‘헌터 일자리 동맹’의 함께하기 위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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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에도 굴러가는 글로벌 기업의 ‘탄소 배출 광산’

기후정의 활동가 한 명이 철로에 체인을 매고 열차 운행을 막아선다. 혼잡한 도로에 밀착해 교통 체증을 일으킨다. 석탄 기업의 광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기업 본사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현재 호주에선 역사상 가장 격렬한 기후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 정부가 지난해부터 기후 시위 탄압의 강도를 높이며 대립은 더욱 격렬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근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기후 전쟁’이라 부른다. 세계 최대 석탄 기업 중의 하나인 아다니(Adani) 그룹에 맞선 투쟁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간 이어진 호주 산불로 4,600만 에이커의 땅이 파괴됐고, 3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최소 10억 마리의 동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숲과 인간, 동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비단 산불만이 아니다. 산불이 활활 타오르며 호주를 집어삼키고 있던 그때, 호주 대륙 다른 편에선 산업재해로 악명 높은 초국적 기업 아다니 그룹이 역사상 가장 큰 탄광을 건설하고 있었다.

인도계 글로벌 대기업인 아다니 그룹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유명하다. 인도 현지 석탄발전소에선 산업재해로 노동자 21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고, 7명이 사망했다. 아다니는 지난해 6월부터 호주 퀸즐랜드 주의 갈릴리 베이슨(Galilee Basin) 지역에서 카마이클(Carmichael) 광산을 건설 중이다. 이들은 이곳을 통해 매년 6천만 톤의 석탄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반대하는 단체인 ‘스탑아다니(#StopAdani, 아다니는 멈추라)’에 따르면, 카마이클 광산은 완공 후 46억 톤의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2,700억 리터의 퀸즐랜드 지하수도 60년간 무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심지어 세계 문화유산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역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 500척의 석탄 선박이 지나다니게 된다.

아다니의 사업장은 중대 재해뿐 아니라 아동 노동 착취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노동조합이 없다. 호주 전국고등교육노조의 빅토리아주 책임자인 콜린 롱(Colin Long)은 ‘스탑아다니’에 “아다니 작업장에서 많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6년 보일러 사고로 7명이 화상을 입었고, 2017년에도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12살가량의 어린 아이를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2018년 노동절 집회에서 “아다니 그룹의 4개 회사는 노조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직장을 안전하게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호주 정치인들은 카마이클 광산을 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다니는 지난 11월, 호주 진출 10주년을 맞아 호주 광산 부문 이름을 ‘Bravus Mining and Resources(용감하고 용맹한 광산과 자원)’로 변경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주민과 기후정의 활동가들의 투쟁에도 카마이클 광산은 내년부터 석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카마이클 광산이 이미 1,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출처: wikipedia]

한국이 가장 많은 석탄을 수입하는 호주에는 아다니그룹을 비롯한 수많은 석탄 기업들이 존재한다. 현재까지는 안정된 산업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도 석탄 산업이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8년간 탄광 노동자로 일했던 그랜트 하워드(Grant Howard) 씨는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그를 비롯한 동료 광부들은 석탄 시장의 수요가 없으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호주에서도 섬유 산업과 자동차 제조업이 쇠퇴하고, 교육과 관광, 농산물 및 3차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고 있었다. 철과 석탄 등의 자원 산업도 그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기후 위기는 심화했지만, 정치인들은 화재나 가뭄, 홍수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이야기에만 집착했다. 기후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논의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했고, 탄광 노동자의 의견은 배제됐다. 그런데도 기후 위기를 얘기하는 목소리는 ‘아다니’에 맞선 투쟁처럼 확산하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탄광 노동자 하워드 씨 역시 ‘깨끗한 석탄’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광부들이 그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그곳에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1

기후 정책 VS 일자리…“야당은 뭐하나”

‘호주 산불’로 인해 지난 1월, 호주에선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스콧 모리슨 총리가 화재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스콧 모리슨을 해고하라(Sack ScoMo!)”는 구호를 외쳤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세계 2위 석탄 수출국인 호주 정부 차원의 기후 위기 대책은 없었다.

‘광업’은 호주의 오랜 주력 산업 중 하나로, 호주 보수정당인 자유당은 석탄 산업을 옹호해왔다. 중도좌파 성향의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이를 비판하면서도 특별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호주 산불 이후 치러진 지난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은 ‘에너지 전환기관 재정 투입’ 등의 기후 위기 공약을 내놨지만,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석탄 산업에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려 있어, 고용불안이 발생할 것이라는 자유당의 주장에 여론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총선 패배는 기후정책이 지역사회 및 노동자의 삶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공약은 ‘일자리 축소’에 대한 노동자들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석탄 산업의 호황을 기대하던 지역주민들은 노동당에 등을 돌렸다. 물론 ‘일자리 공포’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보수여당 탓이 가장 컸지만, 노동당을 비롯한 노동조합 간부, 녹색당 등이 노동자를 설득할 만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도 큰 패착이었다.

무리 없이 3선에 성공한 자유당 정부의 기후 대응은 G20 국가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호주는 인도와 함께 탄소세 혹은 탄소배출권 거래 계획이 전무한 국가로 꼽힌다. 국제 기후 관련 기관들의 협력체인 ‘기후 투명성’이 발간한 ‘2020년 기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배출량 완화 5개 부문, 9개 영역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정책 등급 ‘낮음’을 받았다.

스콧 모리슨 호주 정부는 국제사회가 도입하고 있는 기후 위기 정책도 외면하고 있다. 현재 호주 정부 정책에선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의 단계적 폐지 △화석연료 자동차의 단계적 폐지 △대형 차량의 탈탄소화 △도로 운송에서 철도·연안 해운으로의 전환 △기존 건물의 개조 △에너지 효율 △넷-제로 삼림 벌채 등과 관련한 내용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중간’ 등급을 받은 영역은 신축 건물의 에너지 배출 제한과 관련된 정책이었다.

[출처: Stop Adani Alliance]

탄광 지역, 석탄 없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최근 호주에서도 최악의 기후 재앙이라 불리는 ‘호주 산불’로b인해 기후 위기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 산불이 기간과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었을뿐더러, 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석탄발전소가 집중된 사우스웨일즈(NSW)주의 헌터 지역 실험이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헌터 일자리 동맹(Hunter Jobs Alliance, HJA)’은 호주 제조노동조합(AMWU)의 제안으로 꾸려진 노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연대 모임이다. AMWU는 노동환경네트워크(LEAN)를 통해 환경단체들을 만나 논의를 진행해오다 지난 11월 5일 HJA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AMWU의 5개 지부와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열탄의 약 11%가 헌터 지역인 싱글턴과 머스웰브룩의 광산에서 채굴될 만큼 이 지역의 석탄 밀집도는 높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항구인 헌터 지역의 뉴캐슬은 일본, 대만, 한국, 중국 등 24개국에 석탄을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억6600만 톤을 출하했다. 머스웰브룩 시장인 마틴 러시(Martin Rush)에 따르면, 주민 일자리의 35%가 석탄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헌터 지역 AMWU 회원의 약 85%가 탄광 또는 관련 산업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지역에서 HJA는 “완전 고용, 좋은 일자리, 번성하고 건강한 생활환경, 평등한 사회, 안정된 기후 및 재생 가능한 번영”을 목표로 내걸었다. HJA의 일원인 LEAN 전국 공동의장
펠리시티 웨이드(Felicity Wade)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세력은 지난해 총선에서 잃어버린 광업 지역의 유권자를 찾아오기 위해서라도 기후 정책에서 일자리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HJA는 내년 3월 헌터 정상 회담을 통해, 노동자와 환경 운동가, 기업 및 정부를 모아 지역의 미래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이들은 3가지 핵심적인 의제를 제시했다. 우선, 열탄 시장을 계획·조정하는 과정에 이해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산업에 대한 공공 투자와, 노동자 및 지역 사회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의 투명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공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앞서 말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다.

무엇보다 HJA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HJA 제안자인 AMWU 책임자 스티브 머피(Steve Murphy)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에너지 수요의 변화에 소매를 걷어 올리고 노동자가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석탄을 ‘호주’에서 수입하는 한국

한국과 호주는 석탄으로 맺어진 끈끈한 동맹국이다. 한국은 석탄 수입량의 30% 이상을 호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한국은 석탄 소비량의 94.48%에 달하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2) 2018년 국내 유연탄 수입국 중 호주가 31.59%(4,155만여 톤)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3)

반대로 호주는 한국에 세번째로 많은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 호주의 석탄 수출량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며, 주요 수출국은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대만 등이다. 선박 중개업체인 오리존(Aurizon)에 따르면 지난해 첫 9개월 동안 호주는 일본에 가장 많은 7920만 톤의 석탄을, 중국에 6660만 톤, 한국에는 세 번째로 많은 3590만 톤을 수출했다.

호주와 한국은 영국의 민간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이 기후 악당국으로 지정한 국가들이다.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탄협회]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각주]
(1)https://www.smh.com.au/politics/federal/i-m-a-coalminer-and-i-can-t-see-how-fitzgibbon-represents-me20201119-p56g73.html
(2)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3)한국은 2018년 기준 총 1억3600만 톤의 석탄을 수입해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가장 많은 석탄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같은 해 한국은 총 1억4097만여 톤(무연탄·유연탄)을 사용했으며, 이중 자체 생산량은 무연탄 120만 톤으로 소비량의 0.85%다. 유연탄과 무연탄은 연소과정에서의 연기 생성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데 유연탄의 68.87%는 발전원료로 사용되고 이밖에 제철 제품, 시멘트 및 기타산업에, 무연탄은 주로 연탄용과 발전용으로 쓰인다(대한석탄협회).
  • 문경락

    일자리로 갈 것인가? 기후환경보호로 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