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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탄 작업 도중 산재 사고…다리를 잃어도 삶은 계속된다

[특별기획: 검은 땅을 먹고 살았다] 여성 광부 이야기② 시간을 돌려도 다시 탄광으로 간다는 최안도(가명, 87)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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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 까막동네: 쇠락한 탄광촌 마을 사람들

1) “35년간 탄가루를 마셨고, 폐암에 걸렸습니다”
2) 탄가루가 내려앉은 퇴직 광부들의 마을, 까막동네
3) 여성 광부①: 가난해서 데모도 못 했다
4) 여성 광부②: 선탄 작업 도중 산재사고…다리를 잃어도 삶은 계속 된다
5) 여성 광부③: 광부는 두 하늘, 여성 광부는 세 하늘을 덮고 살았다
6) 탄광 노동자 죽음과 산재로 쌓아올린 석탄 산업
7) 탈석탄 전환 사회’, 폐광촌 주민 목소리는 없다


광업소 하청 다섯 군데에서 선탄부로 일했어요. 석탄공사, 삼양, 대방, 소방의 하청을 다녔고 삼마 하청업체에서 사고를 당했어요. 오른쪽 무릎 밑으론 내 다리가 아니에요. 1984년에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잘랐어요. 높은 데 올라가서 탄을 끌어 내리다가 다리가 컨베이어 벨트에 걸려서 그렇게 됐어요. 사람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놀라는데 정작 나는 놀라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어요. ‘외발로 어떻게 다니나. 나는 이제 다 살았다’는 생각만 했어요. 다리를 자르면 그게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요. 독한 년이죠.

그때 보상이라고 회사에서 준 돈이 400만 원이에요. 수술하고 나서는 재활치료를 계속 받아야 해서 일을 못 했어요. 그때가 50대 초반이었는데 애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먹고 살길이 어찌나 깜깜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다행히 자식들이 빨리 취업을 해줬어요. 그때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산에 다니면서 먹을 것도 캐고, 바람도 쐬고요.

일을 쉰 건 그때가 처음이에요. 웬수 같은 영감이 매일 사고만 치고 다녀서 내가 일곱 식구 가장이었거든요. 딸 넷에 아들 하나, 자식이 다섯 명이에요. 남편이 스물아홉, 내가 스무 살 때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결혼한 뒤로 일을 한 번도 안 했어요. 일도 안 하고 속만 썩였지요. 남편과 결혼하기 전, 저는 스무 살 때까지 결혼을 못 했다고 노처녀 소리를 들었어요. 그때 우리 집 앞에 살던 아가씨가 내가 일도 성실하게 하고, 부지런해서 맘에 들었는지 자기 오빠를 만나보라는 거예요. 그 아가씨가 시누이가 됐는데, 변변찮은 자기 오빠를 그렇게 나한테 넘긴 거였죠.


내가 가장인데 벌이가 별로여서 자식들이 자주 굶었어요. 삼일을 물만 먹이고 굶긴 적도 있어요. 어디에 얘기도 못 해요. 석탄공사나 급여가 많지 내가 다닌 하청들은 변변치 못했어요. 남편이란 인간은 술 먹고 매일 외상하고, 취해서 두들겨 맞고 다녔어요. 돈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고, 감춰놓으면 기어이 찾아서 노름까지 했죠. 판잣집 지붕에 꼭꼭 숨겨둔 돈을 정말 귀신같이 찾아냈다니까요. 그런데도 옛날엔 남자한테 말 한마디 못 거들었잖아요.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했어요. ‘남자는 하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여자는 남자 머리맡으로도 못 지나갔어요. 근데 내가 아들을 낳아 보니까 별거 없던데요. 나는 아들을 너무 귀하게만 키우지 않아서 우리 아들은 지금도 여자가 뭐 해줘야 한다고 바라는 거 없어요.

선탄부 일을 하면 일요일은 출근을 안 해요. 그래도 놀 수가 있나요. 일요일엔 떨어진 탄을 주워서 내다 팔았어요. 하루도 쉴 수가 없었어요. 또 자식을 낳고 나서도 바로 선탄일을 구할 수가 없으니 그때도 탄을 주워다 팔았고요. 임신 막달까지 일하다 애 낳고 3일 만에 나가서 일할 때도 있었어요. 돈 버는 것도 힘들었지만 집안 살림까지 같이하려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지요. 지금은 우리 영감이 죽어서 다행이에요. 살아있었으면 지금까지 밥해주고, 빨래해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나는 꿈에 볼까 겁나요.

3교대 일을 하면서 살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오후 4시에 일하러 들어가면 밤 12시가 돼야 끝나요(을방). 밤낮 탄가루가 쏟아지니까 이것을 퍼 올리려면 종일 삽질을 해야 해요. 일 끝나면 명치가 어찌나 아픈지. 그런데 집에 가면 씻을 새도 없이 집안일을 했어요. 새벽에 집에 와서 빨래하러 냇가에 가면 나름 따뜻하다고 알려진 샘도 고드름이 다 얼어있어요. 거기서 빨래를 하고 나면 집에서 써야 할 물을 이고 와야 하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그러면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 붙잡아 도움을 청해서 어깨에 이고 오는 거예요. 집에 와서는 밥도 해야 하고요.


우리 집에 내가 먹을 밥은 항상 없었어요. 밥을 양껏 해놔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밥이 없어요. 그래도 그때 내가 얼마나 씩씩하게 살았느냐면, 일 가다가 술집에서 가끔 막걸리 한 잔을 주는데 그걸 얻어먹고 일하러 가면 삽이 막 날아다녀요. 힘이 펄펄 솟아서 일을 막 했어요. 그때 내 허리가 22인치였는데, 힘이 참 셌죠.

그렇게 몸집은 작아도 참 날쌔고 튼튼했는데 위 수술을 하고는 맥을 못 추고 있어요. 작년에 위암 초기라고 해서 수술을 했거든요. 뭐가 막혀있다고 해서 일곱 군데를 쨌어요. 위 수술을 하고 7kg이 빠져서 지금 33kg이에요. 몸이 한번 망가져서 그런지 감기에 걸렸는데 한 달을 가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만 추워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요. 그때 호되게 당한 기억 때문에요.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진폐는 없대요.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도 진폐 급수를 받는데 나는 진폐가 아니래요. 아픈 건 싫지만 연금이 나오니까 진폐 급수 받고 싶죠. 우리 시아버지도 진폐로 돌아가셨어요. 까막동네엔 아직도 진폐 환자가 많아요. 탄 먼지만 아니면 공기도 좋아질 텐데 말이에요.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온 지 몇 년 안 돼요. 태풍매미 때 집에 수해가 나서 여기로 온 거예요. 다 떠내려가고 집도 없어졌죠. 예전엔 산골짜기 움막에서도 살고, 여섯 가족이 모여 사는 판잣집에서 산 적도 있어요. 이 집에 살면서 노인 일자리 다니고, 나물도 캐면서 살아요. 이렇게 나물을 캐오면 말려서 놔뒀다가 겨울에 먹는 거예요.

노인 일자리는 오늘도 하고 왔어요. 동네 노인들이 이런 조끼 입고 다니면서 쓰레기 줍는 거예요. 힘들진 않고 오히려 너무 좋죠. 사람들도 보고, 조금이지만 내 손으로 돈도 벌고요. 이런 일을 안 하면 집에서 잠만 자게 돼요.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나이가 너무 많다고 안 시켜줄까 걱정이에요. 노인들한테 쌀도 주고 연탄도 주는데, 사실 일하고 돈으로 받는 게 낫죠.

손이 많이 새까맣죠? 오늘 일을 많이 해서 그래요. 꼭 탄 만진 것 같네. 나는 다시 돌아가도 탄광에서 일할 것 같아요. 이 한 몸으로 벌어 먹고살 게 없으니까, 또 거기서 일하겠죠. 살아온 얘기를 이렇게 하니까 책으로 써도 좋겠다 싶어.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서.
  • 노민

    공공운수노조하고 금속노조가 최근 위원장 선거 중이라 어떤 말을 하기가 매우 신중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것은 제외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머리 돌리지 말고 그냥 몸 담고 있는 성격으로 노동력의 질을 한 질 높여봤으면 합니다. 님들도 지치겠지만 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지칩니다. 언론노조를 보니까 노조원들을 분위기를 잘 모르겠지만 글을 봐서는 터지기 직전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이념과 자본주의는 떠나야 합니다. 님들이 몸담고 있는 노동력의 질을 한 번 더 높이자는 것입니다. 님들은 안정적인 것 같습니다. 화물연대하고 건설노조는 너무 힘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한테 강제성을 많이, 그것도 끈질기게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세요. 지금 보수는 분열되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때를 놓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관철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언론이 민심과 권력에 가장 민감하다고 하잖습니까. 님들이 그곳에 뒤쳐지는 것 같습니다.

  • 참세상 독자

    기자님들은 감상문 쓰시는 것 같습니다. 좀 아무튼 다른 기사도 더 좀 찾아보쇼. 손학규 그 양반이 대표적인 탄광노동자 출신입니다. 그렇다면 탄광노동자들과 탄광마을에 파업으로 활기가 넘치는 모습도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사측과 노측의 경쟁이 극도로 올라갔을 때는 굴이 무너지는 상황이나 폐광도 기본 아닙니까. 왜냐하면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는 투쟁은 결국 사측으로 서라, 노측으로 서라는 그 두 줄 뿐이라서 그렇습니다.

  • 노민

    1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야만의 세상이다.

    복직, 고용안정에서
    한 질을 더 올리자.
    임금노예로만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세상은
    야만의 세상이다.
    해방노동의 쟁취로 나아가자.

    중세의 양반들처럼,
    현대의 사회주의자들처럼
    이념에 갇혀서 인생을 끝낼 것인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결하는
    해방노동의 쟁취 그 투쟁으로 나아가자.

    2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바이든은 고찰의 대상이다.
    그들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만을 안고 인생을 끝낼 것이다.

    그렇지만
    임금노동자 계급은
    더 나아간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