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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복직·쾌유 촉구, 수백 대의 ‘희망차' 19일 출발한다

잇따른 복직 권고에도 정년 17일 남아…“文정부, 출발 전까지 답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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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진중공업 대량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벌인 40m 높이 크레인에서의 309일 고공·농성. 다섯 차례의 희망버스 연대. 그러나 김진숙 씨는 복직하지 못했고 35년 해고 기간이 흘러 올해로 그는 정년을 맞았다. 오랜 투쟁으로 김진숙 씨는 몸 상태가 악화했고 결국 지난달 2차 암 수술을 진행했다. 그동안 함께했던 연대자들은 김진숙 씨의 쾌유와 복직을 촉구하며 또 한 번 ‘희망버스’에 탑승할 예정이다. 정년퇴임까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출처: 금속노조]

이번 희망버스(희망차)는 ‘김진숙 복직! 드라이브스루 부산! 희망차’란 이름으로 오는 19일 진행된다.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은 1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희망차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19일 전국에서 수백, 수천 대의 ‘드라이브스루 리멤버 희망차들이 한진중공업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복직 이행에 대한) 답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동의하듯 김진숙의 복직은 한 개인의 복직이 아니”라며 “지난 35년, 이 땅의 가난한 자들, 권력 없는 자들, 노동자·민중·서민들에게 군부와 특권층, 재벌집단들이 가했던 폭압과 야만의 세월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의 회복이다. 김진숙과 우리는 어떤 치장과 협잡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간명한 정의의 회복이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다시, 우리 희망버스 승객들이 그 책임을 묻고 정의의 회복을 꼭 이루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1986년 해고된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민주화운동가로 인정하고, 회사에 복직을 권고한 지도 11년이 흘렀다. 지난 9월 11일 부산시의회는 ‘한진중공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과 해고노동자 김진숙 복직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달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김진숙 씨가 조속히 회사에 복직해 명예를 회복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의 내용을 여야 공통 의견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권고에도 복직은 되지 않았고 김진숙 씨의 정년퇴임은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3부로 나눠 진행된 기자회견의 1부에서는 70~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을 해온 해고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청계피복노조, 동일방직노조, 반도상사노조, YH무역노조, 원풍모방노조, 콘트롤데이타노조, 한일도루코노조, 고려피혁노조, 전남제사노조 등의 해고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70~80년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세운 민주노조들을 하나씩 각개격파로 파괴하고 그것도 모자라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 매질해 죽음 직전에 살아남았던 이들도 있다. 전국에 감시 대상 명단을 배포해 취업 자체를 막았다. 우리는 그렇게 용공 조작사건으로 수많은 인사와 학생 및 노동자들이 죽어간 현장을 눈 뜨고 보며 한 맺힌 세월을 살았다”며 “그 세월 동안 김진숙도 대공분실 2번 끌려가고 징역을 세 번 살고 수배 생활을 5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러서거나 주저하지 않고 이 땅의 민주화와 이 사회의 주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워왔다. 이 땅의 민주화는 이런 노동자 민중들의 피와 땀과 죽음으로 일구어 왔다. 김진숙 역시 그 길에서 동지였던 박창수, 김주익, 곽재우, 최강서 열사를 자신의 손으로 묻으며 지금까지 싸워왔다. 그런 그의 복직이 왜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지 우리는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명자 동일방직 해고자는 “노동자에게 진정한 명예회복은 해고당한 사업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김진숙 동지는 다시 용접공이 돼 한진중공업으로, 저는 동일방직에서 솜을 틀어 실을 만드는 공정의 노동자로 되돌아가서 경비들에게 저지당하지 않고 공장 정문을 지나, 탈의장에서 작업모와 작업복을 갈아입는 것이다. 또한 작업장으로 들어가 일을 하다 우리 손으로 사직서를 쓰고 당당하게 정문을 내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희망버스에는 전국 350여 대의 승용차·승합차들이 참여해 19일 오후 2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집결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방역 지침을 준수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차량 선전 물품을 사전에 수령해 부착한 채로 집결지로 이동하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영상 편지, 엽서 보내기, 인증샷, 유튜브 방송 청취 등의 미션을 수행한다. 참가 신청은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온라인 구글 시트를 통해 가능하고, 희망차 당일인 19일에는 유튜브로 상황이 중계된다. 지역별 이동 경로와 방문거점도 지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