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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전면 폐지' 요구하는 여성들, 국회 밖 공청회 택했다

오전 9시부터 이어말하기 진행 중…4시간가량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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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은혜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공청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여성들은 국회 밖에서 공청회를 열고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여성들은 국회에서 구성된 공청회 진술인의 구성이 편파적으로 구성돼 여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 밖 공청회를 택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국회 앞에서 이어말하기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졸속적인 법안 개정 과정과 낙태죄를 존치시킨 정부 입법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출처: 은혜진 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8일 오전 9시부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이어말하기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의 형식적이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규탄했다. 공청회 진술인 8명 중 단 2명 만이 여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발표할 진술자인 점과 편파적으로 구성됐다는 점과 공청회가 12월 9일 본회의를 단 하루 앞두고 개최됐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모낙폐는 “현재 국회에는 정부 개정안 외에도 4개의 발의안이 제출돼 있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10만 명의 동의로 성립돼 소관위에 회부됐다”라며 “이에 따르면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전체의 2/3인 4건이지만 현재 구성된 공청회 진술인을 보면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는 여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여 발표할 진술인은 단 2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낙폐는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는 이미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요구해 온 것이고, 헌법재판소 또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각계 시민사회 단체뿐만 아니라 한국여성변호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한 보건의료계,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도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과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철폐할 것’을 계속해서 권고하고 있다”라며 “전체 발의된 법안에 따른 균형 및 실질적인 민의를 반영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흐름을 파악하면서 제대로 된 입법 방향을 고민하는 공청회가 되기 위해서는 진술인의 구성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은혜진 기자]

모낙폐는 공청회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안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안건상정 및 의결까지 단 하루로 가능할 리 만무한데도 낙태죄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모낙폐는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더불어 관련 법이 효력을 잃기 전까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하라고 주문했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1년 6개월이 넘도록 법 개정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는커녕 실태조사조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입법부의 역할도, 사회적 논의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전혀 없다가 2020년 12월 31일을 목전에 두고 이제 와서 밀린 숙제를 하듯이 벼락치기로 해치우려는가. 여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이 걸린, 인간으로서 존엄한 권리와 연결되는 ‘낙태죄’ 관련 법안은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될 법안이 아니다. 형식적이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거친 후 졸속 개정을 고려한다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나영 모낙폐 집행위원장은 “오늘 국회 공청회에서 나올 이야기는 여성들의 현실을 담고 있지 않다. 언제까지 ‘몇 주부터는 생명이다, 아니다’라는 논의를 반복해야 하나. 단지 출산하는 그 순간에만 생명의 의미를 두는 그런 식의 논의를 벗어나야 한다. 이 사회에서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도 고민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지키겠다고 감히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나? 그건 모순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 중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전면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해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을 때만 해도 67년간 여성을 옥죄어온 이 문제는 끝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31일이 코앞인데 아직도 낙태죄는 살아있고, 모든 여성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향후 국회가 법안심사가 과거 차별을 계속해서 연장하는 방안으로, 또 여성의 권리가 정당하게 보장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저와 정의당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며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번 낙태죄 폐지 법안이 다뤄질 땐 그 점이 반영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러 환경 때문에 임신중지를 하기 어려웠던 친구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 친구와 같은 여성들이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 대표는 “친구는 성인이 될 무렵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임신중지를 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산부인과를 고발하고 다니는 바람에 수술 비용이 상당히 커져 현금으로 300~500만 원이 필요했다. 친구는 수술을 받기 위해 백화점에서 3개월 동안 구두를 팔아야 했고, 수술을 과연 받을 수는 있을까 고민하며 혼자 힘들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중지가 죄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이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며 살지 알 수 없다”라며 “수많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유를 박탈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 악법의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말하기는 자유발언 신청을 받으면서 오전 11시 30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모낙폐는 이어말하기가 4시간가량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