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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경고 파업 후 농성 돌입

청소노동자들 “구광모가 사용자다! 구광모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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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하루 경고 파업 후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기본급 인상을 위해 1년 여간 사측과 교섭했지만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용역회사는 결정을 미뤄왔다. 청소노동자들은 불성실한 교섭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보류해온 농성과 파업에 나서게 됐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14일 오전 6시 지하 3층 휴게실로 출근해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이들은 오전 11시엔 ‘빗자루가 뿔났다! LG 청소노동자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이유와 요구사항 등을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엔 100여명의 조합원과 연대자들이 참여했다.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은 “지난해 8월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약속하고, 몇몇 사람들끼리 마음을 합해서 노조를 만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1년 동안 LG라는 이 거대한 그룹을 상대로 정말 치열하게 싸워왔다”라며 “우리의 요구는 생활임금 보장과 허리 펴고 물 한잔이라도 마실 수 있도록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휴게 공간을 만들라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구였다”라고 밝혔다.

박 분회장은 “지금껏 상여금도 모르다가 노조 활동을 하고 나서 명절에 상품권, 상여금을 받게 됐다”라며 “LG의 성장에 청소노동자들도 기여했다. 구광모 회장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지부장도 청소노동자들의 하루 파업은 더욱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지부장은 “사측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무제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조합원들은 교섭 진행 정도에 따라 2차, 무제한 파업까지 결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한달에 한번하는 교섭으로는 부족해 속도를 내자고 제안하니, 사측 교섭 대표라는 사람이 공부하면서 하겠다고 천천히 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공부 때문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어야 하나. 사측의 교섭태도가 이렇게 불성실하다”고 꼬집으며 “노동자 안을 빠르게 검토해서 교섭하자고 하면 우리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원청 LG가 사용자 책임 다 할 것 ▲갑질 및 폭행을 일삼는 야간감독에 대해 조치할 것 ▲생활임금 보장할 것 ▲제대로 된 단협체결로 노동조합 인정할 것 등이다.

교섭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주)LG-(주)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주)지수아이앤씨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 탓이 크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용역회사인 지수아이앤씨와 교섭했지만 회사는 1년 동안 교섭을 끌어왔다.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회사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에게 ‘일정 근무일수를 채운 경우에만 수당 월 2만 원 지급하겠다’는 안을 고수해왔다.

원청인 LG와 지수아이앤씨의 경우 원하청 관계일 뿐 아니라, 친족 관계로도 얽혀있다. 지수아이앤씨 주주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 구훤미, 구미정 두 명이다. 이들은 2018년 각 25억씩 50억, 2019년 각 30억씩 60억을 배당받았다. 지수아이앤씨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으로부터 수의계약으로 각종 건물관리업을 수급받으며 LG트윈타워 청소업무도 약 10년 이상 수의계약으로 지속해왔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또한 LG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로 2018년 한해동안 LG계열사에서 매출 총 4조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지역지부협의회 의장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정 의장은 “재계 서열 3위 그룹인 LG의 청소노동자 대우 수준은 꼴찌다. 최저임금을 꼴랑 주면서 청소노동자를 감독하고 감시하고, 모멸감을 준다”라며 “여러분의 1년여 투쟁은 국내 굴지 대기업을 상대로한 값진 싸움이었다. 정당한 요구를 걸고 반드시 승리하자”라고 외쳤다.



이날 엘지트윈타워분회에 투쟁 기금도 전달됐다. 이진형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지부장, 홍주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여대분회 분회장이 결의대회에 직접 참석해 투쟁 기금을 전달하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LG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LG트윈타워 앞에서 지난 9월부터 LG화학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면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올해 노동조합으로 뭉친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은 노동자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LG헬로비전 노동자들도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매년 투쟁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