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정의로운 전환’과 기간산업 사회화

[99%의 경제]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노조가 탈원전을 반대한다

지난 9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해 해상풍력, 수소액화플랜트, 연료전지, 가스터빈 등 그린뉴딜 제품군을 둘러보는 행사를 했다. 그런데 당일 행사 내용보다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신한울 원전 3ㆍ4호기 건설을 재개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현재 두산중공업 노조(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중공업 지회)는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급진적으로 전환하고 예정되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아무런 후속 대책 없이 폐기해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산중공업이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을 개발했지만,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독일, 일본이 공급의 95%를 장악하고 있고 세계 수준에서 기술장벽이 높아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으로 수익을 내려면 3~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노조는 이 기간이라도 원전을 만들어 고용을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전은 한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을 사용해야 하고 폐기물 처리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는 사실상 탈원전 정책을 뒤로 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중공업 노조가 처음부터 탈원전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6월 20일 노조 성명에서 “전 세계적으로 탈 화석연료를 통한 이산화탄소 줄이기가 지구상 이슈가 되어있었고 (...) 현재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의 탈석탄과 탈원전 여론은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며 “회사는 하루속히 내일을 준비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처음에는 탈원전, 탈 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지했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 공기업을 대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사측의 헛발질로 경영 위기는 계속됐고 공기업 전환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렇다고 정부나 사측에서 다른 조치도 없었기 때문에 경영악화 속에 고용 위기만 심화했다. 사회운동과 노동진영 내에서도 강력한 지지와 엄호를 받지 못하고 투쟁은 힘없이 이어져 왔다. 결국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원전 건설 재개’라는 현실론으로 돌아섰다.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위해 반환경으로 돌아서는 문제는 두산중공업 노조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 진보진영이 내세운 그린뉴딜에 대해 미국 노총 AFL-CIO는 고용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되자 원전산업 관련 기업 노동조합 거의 모두가 탈원전 반대 또는 속도 조절을 내세우며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막아섰다.

정의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기후 위기에 대응한 녹색 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노동자 및 지역 공동체의 이익과 노동 기간의 손실 없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의’란 기후 위기가 대기업과 부자들의 부를 키우기 위한 자본주의 생산방식에서 초래됐기 때문에 노동자와 지역사회보다 대기업과 부자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녹색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에 전가되지 않고 최소한 공정하게 그 피해가 사회 전체에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이런 ‘정의로운 전환’은 이제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의 원칙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그린뉴딜은 애초부터 ‘정의’로운 전환은 계획에도 없었고 기존 에너지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전환과 이들의 산업 전환 지원을 위한 국가 인프라 투자계획으로 점철되어 있다. 전환 비용과 관련한 기금마련에서도 화석연료 산업이나 탄소배출이 많은 자동차 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충당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일반 재정과 그린뉴딜펀드와 같이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기로 해 최소한의 ‘정의’마저 실종된 상태다.

특히 정부는 노동자들의 입장과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탈원전 등을 정리한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9년 6월에 발표되었는데, 이 기본계획서에 근로자라는 용어가 3번 등장하고 모두 “발전소 안전관리” 부분에 있다. 이 기본계획에 따른 부속서나 고용노동부의 관련 계획도 존재하지 않아 에너지 전환계획에서 고용 문제와 노동자의 입장 등은 아예 관심이 없다. 특히 기존 산업의 고용은 민간 기업이 관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발전소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그 부분에 대한 관리지침만 추가했다.

이후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고 유럽연합 등에서 탄소 산업에 대한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정부는 그린뉴딜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K-뉴딜)’ 계획에 따르면, 그린뉴딜로 일자리 66만 개를 새롭게 만들고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전직 지원 그리고 사회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제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왔다. 이는 일반적인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반복해 왔던 일반적인 고용 창출과 안전망 확대 계획과 다르지 않다. 특히 기존 기업의 전환과정에서 필요한 고용대책은 없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조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원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작 6개월간의 고용유지 의무조항이 추가된다. 그 외는 모두 기업이 살면 고용도 유지될 수 있다는 태도를 기업 살리기 대책으로 뒤덮여 있다. 이 문제는 계획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산중공업이 그렇다.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금액은 모두 3.6조 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 사측이 계열사 매각, 자산 매각 및 유상증자를 통해 3.5조 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미 그보다 더 많은 공적자금이 두산중공업에 투입됐다. 그리고 정부의 K-뉴딜 사업의 수혜기업으로 일종의 특혜적 지원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지원된 자금은 주로 빚을 돌려막기 하는 데 이용되고 있고, 자산매각과 유상증자로 마련된 자금도 일부는 운영자금으로 쓰이지만, 더 많은 부분이 다시 빚을 돌려막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렇게 기업 살리기에 몰두했지만 노동자에게 닥친 위기는 돌려막지도 못하고 커졌다. 구조조정으로 2019년 말 5,908명에서 2020년 6월 말 현재 4,745명으로 줄었다. 2월과 5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아 1,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에 이어 임금피크제 해당 조합원을 대상으로 올 연말까지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가는 동안 정부의 지원과 기업 차원의 유동성 확보는 계속됐고 그 결과 두산중공업 주가는 연초 대비 최고 600%까지 치솟았다. 구조조정으로 비용도 줄고 유동성 확보로 경영 위기에서 벗어날 거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뉴딜 정책이 발표되자 주가는 또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정부의 그린뉴딜, 에너지 전환에서 정의와 공정은 실종됐고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는 곳에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몇 달 사이에 6배가 뛰면서 불평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전환, 비열한 전환이다.

일자리 색깔 바꾸기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1대 총선 세부정책요구안에 “노동자가 주도하는 정의로운전환위원회를 통해 탈 탄소 산업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의로운 그린 뉴딜의 7대 핵심 과제를 제안하며 “정부의 녹색 뉴딜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선 두산중공업 지원에 고용 유지 및 기후 보호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전환과정의 피해 최소화와 일자리 숫자 유지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아니다. 그린뉴딜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66만 개라던가, 손실을 보충할 사회적 안전망 강화 따위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게 정의나 공정과도 거리가 멀어 오히려 시혜에 가깝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일반적인 산업 전환이나 구조조정 시기 사회안전망 대책과 다를게 없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과 녹색당도 색깔만 녹색을 입힌 이런 형태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발전노조 등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들은 정의당의 그린뉴딜 공약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공공성에 대한 고려가 결여돼 있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전환 전략도 부재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민영화를 통해 대기업들이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고 ‘시장형 공기업’이라는 방향성 아래 수익성 경쟁에 내몰린 현 공기업 체제에서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은 어렵다는 것이다. “임박한 정부의 탈 탄소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김선철, 워커스 2020. 5월호.


‘정의로운 전환’은 비단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만 고려되는 원칙은 아니다. 산업 전환 전체에서 기업이 생산을 전환하고자 할 때도 대기업과 대주주의 이윤을 창출 때문에 벌어진 산업 전환에서 노동자와 관련된 지역 공동체가 산업 전환의 피해를 보지 않고 산업 전환의 결과 사회적으로 유해한 생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위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1970년대 루카스 항공사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으로부터 유래한다.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은 이윤만을 보고 반환경적인 기계나 시설, 군사 무기를 생산할 게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물의 생산을 위해 정부와 협동계획 아래에 생산을 정의롭게 전환한다는 계획을 냈다. 그리고 수익성이 없어 자본이 포기한 공장을 노동자 소유 형태로 바꿔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탄소 발생 산업의 회색 일자리에서 그린뉴딜 사업으로 녹색 일자리로 바꾸는 ‘일자리 색깔 바꾸기’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결과일 뿐이지 정의로운 전환의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자 또는 (지역) 사회주도로 환경적인 생산과정과 생산물을 만드는 과정이고 여기서 일자리는 그 결과로 발생하고 고용이 유지된다. 즉, 생산의 정의로운 전환이다.

산업 전환의 두 가지 방법

환경에 좋은 일자리가 반드시 노동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며,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가 반드시 환경에 좋은 것도 아니다. 이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일자리의 질이나 일자리의 친환경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먼저 따지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규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갭을 줄이기가 힘들다.

에너지 전환도 큰 틀에서는 산업 전환의 영역이다. 산업 전환은 국가계획 속에 공기업, 국유기업주도로 공적 생산체계를 확보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시장의 민간 기업을 통해서 달성하려고 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평균 이윤보다 현저히 낮은 이윤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또는 이 기간 동안 기업이 적응하여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국가가 전환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시장 독점이나 보조금으로 손실을 보상하거나 이윤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기후 위기를 초래한 기업에 오히려 보조금을 준다는 ‘부정의(不正義)’ 문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특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특정 민간 기업에 대한 보조금, 독점보장 등은 재벌과 같은 민간 독점 대자본에 대한 특혜 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수소경제 전환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2030년까지 460억 달러(약 54조 원)를 수소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사업이 민간자본에 의해서만 진행되면 당연히 자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지만(그래서 못하겠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 결과 수소경제로 전환해도 자동차 관련 현대차의 독점은 그대로 유지될 뿐 아니라 오히려 강화된다. 설비 관련해서는 효성, 코오롱, 한화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전망이지만 수소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현대차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성 지원이고 독점시장을 그대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별도 지원이 필요 없고 기술장벽이 낮은 시장의 경우 사업 전환까지 시간이 단축되지만 그만큼 많은 기업이 날림으로 뛰어들어 산업 전환을 더디게 하고 부문별 과잉경쟁으로 치달아 굉장히 불균형적으로 시장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폐업하는 사업장도 발생한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태양광 패널 공급은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하면서 과잉공급에 몸살을 앓다가 중국업체까지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 격화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진입장벽이 낮았던 발전사업은 1만여 명의 소규모 영세 발전사업자가 난립해 이들 수익의 원천 중 하나인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이 폭락하면서 폐업과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 보조금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차별적인 조건을 만든다고 판단되면 WTO 협정(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 위반이 되어 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 등의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 또 외국 자본이 동종업종의 다른 기업에 투자해 있으면 외국 투자 당사국과 맺은 FTA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 이 경우 동종업종의 모든 민간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산업 전환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조금이 주어진다면 반드시 다른 기업과는 다른 (위기) 상황이 있어야 하고 이를 확인하는 상응 조치가 나타나야 한다. 그 조치가 바로 구조조정이며 주로 인력 구조조정이 있어야 WTO나 FTA 협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경쟁 산업이나 외국투자 자본이 있는 산업의 산업 전환에는 생산 전환 필요성만이 아니라 국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구조조정이 필수로 등장한다.

물론 공기업, 국유기업이 되더라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기업이 되기 전에 먼저 법정관리나 채권단 관리 등을 거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보조금 지급의 정당성이 확인되고 구조조정과 같은 고용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단, 법정관리 등으로 기업에 발생하는 손실은 대주주 또는 주주가 지게 된다는 점에서 민간기업 중심의 산업 전환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시장 중심, 민간자본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산업 전환은 독점, 보조금 등 특혜적 지원에 따라 이후 시장 독점을 야기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곳은 과잉경쟁을 부추겨 공급과잉과 난개발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보조금으로 형성되거나 공급과잉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낮은 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일자리 자체도 불안정하고 새로운 고용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에너지 산업은 자연독점이 발생하는 곳이라 무수한 기업의 경쟁과 파산 과정을 거치고 독점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하청계열 형태의 산업구조가 형성된다. 그나마 정부가 산업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세금으로 진행하고 보조금 등으로 산업 전환 과정의 손실이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었을 때 가능하고 그렇지 않다면 관련 시장은 붕괴하여 산업 전환은 실패한다(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보라).

정의로운 전환과 기간산업 사회화

에너지 전환만을 놓고 볼 때, 최소한 발전시설과 설비 제작, 스마트그리드 기반 송배전 전력망은 모두 국가 소유로 해야 한다. 이 부문이 국가 소유, 사회적 소유로 확실한 기반과 공급을 잡고 있어야 각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및 자동차 등 생활 에너지 전환에 차질을 빚지 않게 된다. 또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 비용 및 그린뉴딜을 통한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보조금 등이 일부 기업의 특혜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 편익 증대로 모을 수 있다.

다른 영역의 산업 전환도 문제는 같다. 당장, 자동차 완성차와 부품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에서 관련 업체들과 대책 포럼을 만들고 산업 전환 논의도 하고 지원도 하겠지만 어쨌든 상당수는 폐업이나 전업을 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은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지역 차원의 대응도 요구된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장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아주 한가한 소리거나 한심한 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책임 따질 때냐.” 그렇다고 민간 기업, 시장 주도로 산업 전환을 할 경우 전환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위에 언급한 많은 문제가 노출된 채 이루어질 것이다. 무엇부터 풀어갈 것인가?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갑작스러운 수요위축 상황에서 모든 항공사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코로나 위기 대응만이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을 꼽혀 왔고 유럽 등지에서는 항공기 탑승 거부 운동까지 일어났다. 기본적으로 항공업계도 탈 탄소 체계를 갖춰야 하고 이는 기술적인 대응뿐 아니라 항공업 자체의 수요 조절 문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에 재벌 가족들의 온갖 갑질 논란과 회사 상속에 따른 갑질한 자들 사이의 경영권 공방 속에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1.2조 원을 지원받았다. 아시아나 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총 3.3조 원의 자금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 인수가 무산된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 2.4조 원까지 합치면 모두 5.7조 원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다. 이는 대한항공 시가총액(약 3.3조 원)의 1.7배 수준이고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약 0.9조 원)의 6배가 넘는다. 차라리 진작 정부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는 편이 훨씬 싸게 먹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이렇게 정부가 채권자 빚을 갚으라며 유동성 지원을 해 주는 사이 두산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까지 수많은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이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났다. 항공업계의 침체가 계속되면 다른 항공사들로 해고 도미노 사태가 번질 것이다.

에너지 및 산업 전환, 산업재편은 국가 주도로 핵심 기업이 사회화(국유화)되어 진행하면서 이 기업이 민주적으로 통제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환방안이다. 심지어 공정하고 정의롭기까지 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각 산업의 전환과 개편 사례는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전환은 산업 전환을 어렵게 하고 불균등하게 만들거나 해서는 안 될 많은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사회화는 정의로운 전환, 고용보장의 필요조건이다. 두산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공기업, 국유기업이 돼야 하는 첫 번째 이유기도 하다.
  • 문경락

    에너지 전환만을 놓고 볼 때, 최소한 발전시설과 설비 제작, 스마트그리드 기반 송배전 전력망은 모두 국가 소유로 해야 한다. 이 부문이 국가 소유, 사회적 소유로 확실한 기반과 공급을 잡고 있어야 각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및 자동차 등 생활 에너지 전환에 차질을 빚지 않게 된다. 또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 비용 및 그린뉴딜을 통한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보조금 등이 일부 기업의 특혜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 편익 증대로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