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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제국주의’와 ‘글로벌 공공재’ 국제주의

[INTERNATIONAL] “코로나19에 모두는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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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수는 3천만 명을 훨씬 넘어섰으며, 사망자수도 백만 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가 언제 꺾일지, 종료시점은 언제일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보급에 온 인류의 관심이 쏠려 있다. 세계 각국의 백신·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을 향한 경쟁도 치열하다. 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강대국들이 앞다퉈 백신의 개발과 치료제의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7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75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데, 이중 임상3상에 진입한 것이 5개라고 한다. 이들 기업은 미국, 영국, 중국 출신이다. 러시아는 가을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라 안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중국도 이미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백신 긴급사용지침을 승인했고, 7월부터 임상시험 중인 백신을 긴급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 책임자가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음에도 올해 11월에 있는 대선을 전후로 백신이 공급가능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강대국들은 백신 개발뿐 아니라 백신 공급 계약도 경쟁적으로 벌이면서, 자국에서 먼저 백신을 우선 사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공급계약은 백신 개발기업과 주요 국가가 맺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 일본, 브라질, 러시아 등의 국가와 사노피,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주요 제약기업이 그 대상이다. 한국도 백신 개발과 확보라는 경쟁에 가세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경쟁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질서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백신과 치료제 시장의 독점권을 획득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백신 제국주의’ 혹은 ‘백신 국가주의’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 결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급이 소수강대국과 국민에게만 독점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국제백신연구소 관계자는 백신 제국주의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의 장애물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거대제약기업에 특혜가 주어지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미국FDA(식품의약안전국)가 렘데시베르라는 의약품을 코로나19치료제로 승인하고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것을 들 수 있다. 렘데시베르는 미국의 제약 회사 길리어드(Giliard Sciences)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로서, 길리어드는 올해 2월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치료제로 다시 만들어 FDA에 승인을 요청한다.

FDA는 한 달 만인 3월 이의 승인을 허가하고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지난 6월 특례 수입(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관계 부처장의 요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를 통해 수입하도록 하는 제도)이 결정됐고, 7월부터 일부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사용을 승인했다. 희귀의약품은 적용대상이 드문 의약품으로 대체가능한 의약품이 없거나, 대체가능한 의약품보다 현저하게 안정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을 말한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으면 임상시험이 면제되고, 정부에서 개발비를 지원해주며, 수년 동안 시장독점권이 보장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길리어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에렘데시베르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100여 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렘데시베르는 희귀의약품이 아니라는 항의서한을 제출하면서 결국 길리어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지 48시간 만에 지정취소를 신청한다. 렘데시베르의 가격은 하루 1회 5일간 투여 받을 경우 미국에서 280만 원에서 375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치료적 효용성을 고려한 가격보다 10배 이상, 실제 제조원가보다는 250배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공재’ 위한 국제주의

그러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공급과정에는 ‘백신 제국주의’적 경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비동맹운동(NAM) 화상회의에서 “적절한 가격과 적정한 시기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확보하도록 함께 싸우자”고 촉구한 것을 주목할 수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의약품, 백신과 관련한 특허권·지식재산권은 인류를 위해 유연하게 적용돼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평등한 접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동맹운동은 제3세계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발전하기 위한 기구로 이 화상회의에는 39개국 정상들이 참여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위 같은 발언은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의약품, 방역용품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가난한 국가들이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의 정치적 연대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가 백신과 치료제의 확보를 위한 지원과 부채 경감 등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이어서 5월에는 국제보건기구(WHO)가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공공재’로 만들고, 공평하게 글로벌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전 세계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풀(pool)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진단, 예방, 통제와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에 관한 모든 권리를 공동관리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특허나 자료독점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한 기술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만이 코로나19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스페인, 뉴질랜드 등 8개국의 정상들은 지난 7월 6일 〈워싱턴포스트〉에 공동기고문을 게재해,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은 각국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급돼야 한다”라고 촉구한 바가 있다. 이 기고문에서 8개국 정상은 “백신 개발 이후가 백신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백신 개발은 한 명의 승자만이 남아 있는 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또 “백신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과학적 논리에 기반을 둔 원칙에 따라 보급될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라며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백신공급을 담당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글로벌 백신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설치를 제안했고, 77개 국가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고소득국이 백신개발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하고, 개발에 참여하는 제약회사와 백신공급 계약을 맺으면 이후 개발 완료 후 참여국 및 저소득국에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각 나라의 정부와 정상들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전 세계 45개국의 연구자, 학자, 공익단체들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공개서한을 보내 지적재산권이 코로나19 대응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다. 백신은 ‘글로벌 공공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가 지원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 성과를 WHO 공동 관리에 맡기겠단 약속을 함으로써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표준을 제시한 경험을 넘어 과학기술 성과를 전 세계 모든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약을 포함한 의약품 물질의 개발과 생산, 공급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같이 변이가 심한 경우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개발의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3상의 시험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용화까지 성공률은 평균 9.6%에 불과하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게 마련이고, 비용이 들더라도 개발의 성공을 자신하기 힘들다. 몇몇 거대제약기업을 제외하고는 신약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 거대제약기업도 독자적으로는 신약개발을 수행하지 못한다. 미국 질병통제기반센터(CDC), 국립보건원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정부 등이 참여하며, 정부재정이 투여된다. 그리고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환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

이는 코로나19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3차 추경을 통해 1936억 원의 예산으로 임상시험 등을 지원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허가 사전상담 및 신속처리 등 규제지원과 생물안전시설 이용 및 효능평가 등 연구개발서비스 지원을 진행 중이다.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백신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백신실증지원센터 등 인프라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 규제개선 및 완치자 혈장 확보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백신과 치료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공공재’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공적으로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의 공급을 통해 제약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반면에 비싼 가격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의 인민들은 백신과 치료제의 혜택에서 배제된다.

‘경쟁과 독점’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공공재’인 백신과 치료제가 특허와 생산의 독점으로 제약기업의 이윤만 늘리고 수많은 사람과 가난한 나라들이 그 혜택에서 배제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방안도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특허발명의 강제실시권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강제실시권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하는 특허권의 예외적인 실시권이다.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는 자국의 국가위기상황에 특허의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으며, 감염병 대유행 같은 공중보건위기는 국가위기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특허법에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브라질 의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 기술 특허의 강제실시를 신속하게 발동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 4월에 처리되기도 했다.

강제실시가 가능하더라도 제약기업은 생산을 꺼릴 수 있으며, 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의약품을 생산할 인프라가 갖추어진 경우가 드물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의 공공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어 나가야 하고,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정을 투여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공공적으로 생산되는 백신과 치료제가 모든 나라와 국민에게 동등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공유와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또한 8개국 정상이 〈워싱턴포스트〉 공동기고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 세계 인류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 지금 세계를 불평등과 팬데믹의 위기에 빠뜨린 ‘경쟁과 독점’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의 국제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 문경락

    코로나19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또한 8개국 정상이 〈워싱턴포스트〉 공동기고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 세계 인류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 지금 세계를 불평등과 팬데믹의 위기에 빠뜨린 ‘경쟁과 독점’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의 국제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