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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깜박이 최대집과 환자 깜박한 의사들

[이슈③] 공공의료 키우고 환자, 시민,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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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정부와 합의하면서 의정 갈등이 의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현직 의사나 전공의들이 어깃장을 놓으면서다. 의사들 사이 갈등은 최대집 의협 회장 탄핵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의사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했으면 최대집은 왜 의협의 문을 두드렸을까?

의협 대의원들은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7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최대집 의협회장과 임원 7명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일방적으로 정부와 의정합의안을 체결한 뒤 맞은 후폭풍이다. 탄핵 사건 자체만 보면 큰일 난 것 같지만, 그 여부가 최대집의 정치 행로에 큰 영향을 입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입장에선 탄핵이 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탄핵되더라도 의사파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큰 상황이었다. 그래서 합의를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지지율만 높아지고 ‘정치’를 꿈꾸는 그에겐 더 불리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최 회장은 의사보단 정치에 뜻을 둔 분이시다. 그는 지난 2018년 의협 회장에 당선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케어를 막으려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고 회장 임기 3년을 마치면 제도 정치권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 위해 시작한 의협 활동

최대집의 극우 이력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2005년 서북청년단의 정신을 계승한다며 ‘자유개척청년단’을 만들어 대표가 됐고, 같은 해 열린 뉴라이트 청년연합 창립대회에서도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이런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치세력화를 본격화한 뉴라이트의 대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 배경으로 2006년에는 한나라당(현 국민의 힘) 참정치운동본부 산하 민심수렴위원회 위원직을 맡기도 했다.

2009년부턴 의협에 비판적인 의사들이 세운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조직국장이 돼 머리띠를 매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 공동대표가 됐고, 출범 9일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를 위해 의혁투를 급조했다는 의혹도 받았지만 말이다. 2016년에는 전의총 상임대표를 맡았고, 이어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뒤에는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그 ‘성과’로 2018년 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최대집은 의협에서 활동하면서도 이외의 정치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7년 박근혜 탄핵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자유통일해방군을 결성해 완장을 찼다.

이 같은 최대집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건 초대 전의총 대표이자 2012년 의협회장을 맡았던 노환규이다. 그는 2014년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방침을 두고 파업을 벌였다가 대의원과 갈등 끝에 의협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최대집이 의협 회장선거에 출마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폭 지원했다. 그러나 노환규는 최대집 같이 우파만 바라봤던 해바라기는 아니었다. 그는 2012년과 2016년 각각 민주당에 입당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3년에는 〈한겨레〉에 ‘노환규의 골든타임’이란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가 2017년까지 소유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닥플’은 의료계 사이버폭력 혐의로도 유명했다. 이런 노환규나 최대집은 모두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벌어진 의사파업 과정에서 우파로 각성한 인물이다. 이들은 당시 의약분업을 추진했던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이들은 청와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의료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

아스팔트 극우 선택한 의사들

최대집이 2018년 5월 의협 회장에 취임한 뒤에는 의협도 극우의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의협은 2018년 8월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진상 보고서 결과를 두고 성명을 내 ‘부적절한 결론’이라 비판했다. 올해 1월 말 한국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면서는 중국인 전수조사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를 주장했다. 또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책 마련에 자문을 해오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가 ‘사회주의자 비선 실세’라고 공격하고 보수언론이 이에 가세하면서 결국 이를 해체시켰다. 지난 총선을 앞둔 3월에는 미래한국당(현 국민의 당)에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을 비례 대표로 선발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가 의사들이 반발하자 철회하기도 했다. 방 상근부회장은 노환규 회장 시절에도 같은 직을 맡은 인물이다.

하지만 최대집은 문케어 저지 공약으로 선거에 승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해 종종 잡음이 새어 나왔다. 특히 문케어 저지를 위한 특별투쟁비로 개원의, 봉직의에겐 300%, 전공의, 공보의, 군의관의 경우엔 400%를 인상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투쟁회비만 계속 걷고 있어 볼멘소리가 잦았다. 또 취임 1년 만에 의협 부회장 선거를 폐지하고 상근이사를 늘려 최대집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꽂아 넣어 반발도 샀다.

그렇다고 의협이 최대집의 정치놀음에 놀아나는 것은 아니다. 최대집이란 ‘아스팔트 극우’를 선택한 것은 바로 의협 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의사들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개원의 여건이 어렵자 의협 의사들 사이에선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막는 데 ‘강성’ 최대집이 적격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낸 개원의 폐업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100곳이 문을 열면 65곳이 닫을 만큼 개원의들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았다. 의협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들은 이 같이 불안한 상황에서 문재인을 강력 반대하는 극우와 동맹을 맺었다.

이런 최대집은 의사뿐 아니라 전공의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지난 7월 24일 열린 총회 때만해도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 및 국회, 복지부 관계자 교섭을 통한 합의점 도출”을 우선했다. 물론 “교섭이 결렬될 경우 더 이상 협상이 아닌 단체행동”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의협 선거운동 시절 때부터 ‘단체행동’을 말해온 최대집과는 크게 달랐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휴진율 70∼80%를 보이며 폐업에 가세했지만, 최대집이 돌연 정부와 합의하는 바람에 된서리를 맞게 됐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는 병원 복귀 결정에 일선 전공의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7일 사퇴했다.

공공의료 키우고 환자, 시민,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여하간 의사들은 똘똘 뭉쳐 정부 정책을 일단 멈추는 데는 성공했다. 물론 의협 내 내분은 이제 시작됐지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처럼 의사들의 반발에 정부가 매번 고꾸라진다면 우리의 건강권이 의사들의 이해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병원 간 격차가 확산하며 우익이 더 활개를 치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러면 과연 대안은 무엇일까?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집단행동의 가장 문제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반동적이었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강력한 불평등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도 백기투항을 했다. 그 동안에는 완전히 시장에 맡겨 왔지만 공공인프라를 확대하고 공공적인 의료 공급을 시작해 민간 주도의 의료 시장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진적으로 할 수 없다면, 약간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며 “더 미루면 의사 몽니에 아무것도 못할 것이고, 이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활동가는 “의사파업을 통해 의사들의 민낯을 본 상황이다. 그에 비해 환자나 시민, 노동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조직돼 있지 않는지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의학적인 면에서는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의료 정책까지 독점하는 남루한 현실 속에서 환자와 시민, 의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구조가 더욱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문경락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집단행동의 가장 문제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반동적이었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강력한 불평등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도 백기투항을 했다. 그 동안에는 완전히 시장에 맡겨 왔지만 공공인프라를 확대하고 공공적인 의료 공급을 시작해 민간 주도의 의료 시장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진적으로 할 수 없다면, 약간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며 “더 미루면 의사 몽니에 아무것도 못할 것이고, 이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모다냐

    이게 몬 기사여? 인물소개하다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