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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요?” 그가 헛헛이 되물었다…추석 앞둔 이스타 노동자의 피켓

“오너 이상직의원 및 경영진 처벌 촉구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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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요?” 박이삼 씨가 헛헛이 되물었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이스타항공 사태로 거리로 나온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그는 해고 전 이스타항공에서 하늘을 날던 조종사였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승객들이 그의 계기판을 따라 목적지에 도달했다. 해고 뒤엔 매일 정부와 국회, 국세청과 경찰서를 오간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 사이 아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차도 그가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도 돈이 되면 모두 팔아 치웠다. 이스타항공이 4대보험까지 체납해 대출도 받지 못한다. 추석까지 다가오지만 생계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미 해고되고 희망퇴직 한 노동자 1200명도 모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라면으로 떼우는 끼니가 늘고, 버스비까지 아끼려 걸어 다니는 노동자도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파산은 막아야 한다며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했고, 임금삭감에도 동의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민주당의원을 처벌하고 그가 이스타를 매각하며 부정하게 모은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박이삼 씨는 오늘도 피켓을 놓을 수가 없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사태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그 동안 이 투쟁에 함께 해온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사회변혁노동자당도 그와 함께 플래카드를 들었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가까이 기자회견이 진행됐지만 정부청사는 한산해만 보였다.


이스타항공 사태에 이상직 민주당의원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정부와 170석이 넘는 여당만 꿈쩍 않고 있을 뿐이다. 이상직 의원이 창업주이자 사실상의 오너인 이스타항공은 그 가족에게 수백억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않았다. 한편에선 매각대금을 챙기려다 이스타항공을 결국 파산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 모든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해부터 퇴직충당금을 체납해 왔고, 올해 들어서는 4대보험료까지 횡령하고 체납했다. 2월부턴 1,600명 전직원의 임금을 체불했고, 4월과 5월에 걸쳐 500명을 감축했으며, 8월에는 희망퇴직으로 97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이달 7일에는 605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앞으로도 육아휴직 중인 노동자들이 돌아오거나 운항 항공기를 반납하면 115명을 더 정리해고 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이상직 의원은 책임 회피로 일관해왔으며, 정부나 여당도 뒷짐을 졌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이상직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심정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그 동안 민주당의 비호가 아니었다면 이스타항공과 같은 사태는 일어날 수 없었을 일이었지만, 민주당은 그 책임을 지는 대신 ‘꼬리 자르듯’ 제명으로 이스타 사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에선 민주당을 규탄하고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고용안정쟁취투쟁본부장은 “임금체불을 신청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수사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스타 노동자들의 4대보험까지 횡령해 고발했는데도 이 또한 5개월째 묵묵부답이다. 해당 관청에 공문 하나 보내면 다 알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정기관은 여당의원인 이상직 오너를 감싸며 사태를 은닉하고 회피하며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에 함께 한다고 했으면서도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1200명 이상이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로나는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과 피해 구제를 위해 대처해왔지만, 40조라는 기간산업기금까지 조성해놓고도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항공부문도 일부 항공재벌만 지원하고는 중소사업장은 배제했다. 지금 이 시절에 누가 어디에 취업을 할 수 있겠는가. 이스타 노동자들은 회사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상직 의원 제명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라고 밝혔다.

백종성 사회변혁노동자당 조직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위기는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 사태는 이상직 의원이 증권사를 나와 처음으로 차린 회사 KIC에서도 반복됐다. 이번에도 이스타는 그의 가족회사에 780억을 빌려줬다. 그리곤 결손금 처리했다. 이것은 사기다. 그런데도 이상직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민주당의 비호 때문이다. 이상직 의원이 ‘공정’이라는 정말 기가 막힌 제목의 책을 썼는데, 출판기념회에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총출동해 자리를 빛냈다. 이상직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에 단독 출마까지 했다. 당론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은 그 많은 비리와 부정을 알고도 밀어줬으면서도 문제가 커지니까 윤리위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민주당도 같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는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고 말했다. 그걸 기회로 삼겠다며 그것이 한국형 뉴딜의 본질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기간산업에 있는 항공노동자들의 일자리도 못 지키면서 무슨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노동자들 요구를 수용해 이상직의 수많은 배임횡령을 조사하고 부정수익을 환수해 노동자들 고용보장하고 이스타항공을 제대로 경영정상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열린 오너 이상직의원 및 경영진 처벌 촉구 동시다발 1일 행동은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해, 서울지방국세청, 서울남부지점,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강서경찰서, 전주지검, 전주세무서 앞 등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에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과 사법부 앞 열렸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추석에도 국회 앞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