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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경유해, 경제체제의 적녹보라적 전환을 향한다

[페미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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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5일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적녹보라 현장순환네트워크를 제안하며’라는 소규모의 ‘적녹보라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한국사회 운동과 활동가들에게 ‘적녹보라적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필자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생산-노동-경제의 전환과 적녹보라’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다.

“이번 ‘적녹보라 현장순환네트워크’ 제안은 일차적으로 지금의 경제가 전환이 필요하며 경제를 ‘우리’의 것으로 탈환해 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현재의 생산-노동-경제가 이 지구상 그리고 한국의 사람들과 자연계의 다른 존재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지금과는 다른 생산-노동-경제를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문제 중 생산-노동-경제를 다시 보고 새롭게 구축해 가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현재의 생산시스템과 노동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경제체제도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 시점에 수년 전의 제안을 다시 불러오는 이유는 현재의 세계 상황에 다소 급한 마음이 일어서다. 며칠 전까지 한국의 전 국토는 ‘기후위기’로 해석되는 장마를 경험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불볕더위,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호주가 그랬고 지금 산불이 번지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그렇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 지금 한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구 지역적 노동 통제를 통해 엄청난 생산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존재들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선언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중 세 선언문을 마음에 두게 됐다. 하나는 ‘99%를 위한 페미니즘-선언문’이고, 두 번째는 ‘탈성장 선언문’, 세 번째는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다.

‘99%를 위한 페미니즘-선언’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파산을 선언한다. 지금은 그것을 딛고 일어설 시간이라고 말하며, ‘반자본주의 페미니즘-99%를 위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선언한다. 동시에 이 세계는 총체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의 원인은 자본주의라고 선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젠더 억압이 일어나는 것은 ‘이윤을 위한 생산’에 ‘사회적 재생산’이 종속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이 세계를 뒤집기를 원한다고 선언한다.

올해 5월 13일 발표된 ‘인류의 미래를 위한 탈성장 선언문’은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이후 미래를 위한 사회·생태적 전환의 경로로서 ‘탈성장’을 요구하는 국제적 공개 서한의 형식을 띤다. 이는 탈성장 연구자·활동가 국제 네트워크에서 활동해온 유럽의 젊은 생태경제학자, 사회과학자, 활동가들이 제안한 것으로, 60여 개국 1170여 명의 개인들과 70여 개의 단체가 서명했다. 이번 공개서한은 국내에도 번역된 《탈성장 개념어 사전》의 편집자 페데리코 데마리아(Federico Demaria)와 히오르고스 칼리스(Giorgos Kallis), 그리고 포스트 발전주의’(poSt-developmen-talism), ‘부엔 비비르’(Buen Vivir), ‘가난한 이들의 환경주의’(environmentalism of the poor), ‘생태적 스와라지’(ecological Swaraj) 운동 등이 함께했다. ‘성장’과 ‘발전’에 대한 주류적 인식에 문제를 제기해온 진보적 생태경제학자 조안 마르티네즈-알리에(Joan Martinez-Alier), 발전 인류학 및 라틴아메리카 탈식민 담론 연구로 잘 알려진 아르투로 에스코바르(Arturo Escobar), 인도의 환경운동가 아쉬쉬 코트하리(Ashish Kothari) 등도 서명에 참여했다.

이 공개서한은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체제가 지속되는 한 경기침체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탈성장(Degrowth)’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모두를 위한 경제의 새로운 근간을 위해 △경제체제 중심에 생명을 위치시키기△좋은 삶을 위한 노동의 근본적 재평가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이 핵심적 재화와 서비스 보장 △사회의 민주화, 페미니즘 원칙을 경제체제에 적용 △연대의 원칙에 기초한 정치경제체제 구축 등을 제안한다.

‘동물들의 시국선언’은 지난 8월 21일에 ‘이야기와 동물과 시’ 예술인 그룹이 진행한 퍼포먼스다. 멸절을 맞이한 동물들이 동정이 아닌 공존을 요청하는 행위예술이었다. 이 퍼포먼스는 한국에서 꾸준히 동물권 운동을 해 온 ‘직접행동 DxE’(Direct Action Everywhere-Korea)와도 동물해방이라는 측면에서 맥을 같이 한다. 이 그룹은 세계동물의 날인 2019년 10월 4일 도계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지난 8월 20일 ‘동물 권리장전 재판’을 이끌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적녹보라(마르크스주의-생태주의-페미니즘)적 가치에 입각한 경제는 잉여가치-축적체계-수탈체계를 넘어서는 경제이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전쟁경제, 남성-이성애 중심경제, 인간종 중심경제를 넘어서는 경제를 의미한다. 적녹보라적 경제는 생태적 경제, 비자본주의적=비가부장적=비인간종 중심의 경제를 말한다. 이는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론적 공존경제를 의미한다. 이 경제는 현재 논의되는 ‘탈성장’, ‘탈탄소’, ‘탈육식’과도 연결된다. 성장 중심, 탄소 중심, 육식 중심의 경제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산업과 화석연료 중심의 생산체제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는 출산율을 높여 국가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려는 ‘성장중심주의’적 시도 또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적녹보라적 전환을 제안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의 재앙/팬데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이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버거움을 느끼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행하는 폭력과 폭력성을 계속 목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이 자본주의-가부장체제적 경제에 다다르면 대안적 행동들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근대문명이 구축해 온 인간중심주의적(인본주의적), 성장중심적 상품생산-시장경제는 ‘인류세’와 ‘자본세’라는 개념들까지 만들고 있다. 페미니즘적 사고를 경유해 보자면 이 ‘자본세’와 ‘인류세’는 ‘남성세’이기도 하다. 이 경제체제는 여성의 인간-가사생산과 모성-가사-섹스노동을 시장경제에서 배제하거나 은폐하면서 구축해 온 남성-자본-인간중심의 경제체제다. 현 경제체제의 책임이 인간 중에서도 자본가 그룹과 남성들에게 더 주어져야 하는 이유는 여성과 동물, 자연을 지배하면서 성종계급체계적 경제체제를 구축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자본주의-인간중심주의-가부장제의 얽힌 모순이 현재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이 성종계급적 모순을 해결할 결집된 적녹보라적/지구지역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 통속소설

    틀니;지팡아, 생각을 좀 해봐라. 학문을 딱는 딱새하고 서당개 풍월하고 어떻게 장기 9단인 가스나를 이기것냐.
    지팡이:나 열 채서 죽겠으니까 건들지마. 그래도 서당개 풍월이 나를 가끔씩 밀어주니까 살만 하구만.
    틀니; 더 좀 생각을 해봐라. 아니 영감 상투를 잡고 뿌리치는 가스나를 딱새하고 풍월이가 어떻게 상대하겠냐.
    지팡이; 무슨 말이야! 아, 좀 건들지 말라니까!
    틀니; 세상 안살거냐. 들을 건 듣고 생각 좀 해봐라. 그 가스나가 전교 1등만 하던 가스난데. 딱새하고 풍월이가 상대가 되겠냐고? 어이구. 세상 덜 살았냐?
    지팡이;지금 너 뭐라고 하는거야. 딱새는 누구고, 풍월이는 누구며, 그 가스나는 누군데?
    틀니:어디가 찔렸냐. 매일 만나면서도 모르냐. 아, 피곤하다. 니가 뒤에서 뭐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에서도 잘 해봐라. 그래야 얼굴이 환해진다. 요즘 보니까 1천 명대는 되는구만. 너 그 앞에서 날마다 뭐하냐. 중간은 해야 할 것 아녀. 사람들이 니 어투를 보면 도대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겠다.
    지팡이;조용히 하고 주무셔! 이?
    틀니:크르릉! 크르릉!

  • 통속소설

    틀니:와 귀싸대기를 맞았노
    천상계;다른 곳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볼이 따갑더라고
    틀니:늦었어도 엉까고 봤어야지. 니 큰형님 되더나?
    천상계;아니 만만하게 봤지. 그러다가 볼기짝만 맞고 말았다. 아이구, 나도 창피하더라.
    틀니;나이 헛먹었냐. 그 나이에 귀싸대기를 맞어. 아니 그 물건이 여불위 급이냐 사마의 급이냐. 내가 알기로 거기에 닿지 않는다. 글의 뜻으로 하면 몽상계보다는 니가 형님뻘이구만
    천상계;그러게, 아이, 형님은 못먹더라도 친구는 먹었어야 하는데 볼테기만 맞고 말았다.
    틀니:다음에도 귀싸대기 때릴 때는 무조건 엉까. 알았어? 다음에 지팡이 짚고 올라면 기필코 엉까고 와라 잘 알았지? 10대를 맞더라도 최소 1대는 때리고 와란 말이야. 방에서 나가. 언제 들어왔었노!
    천상계;잘 곳 없는데. 오늘만 자고 가자
    틀니; 나가라면 나가 쇠꺄. 천상계가 몽상계한테 맞는 글이 어디 있냐.
    천상계;갈라니까, 지팡이 줘. 반드시 엉까고 온다.

  • 문경락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버거움을 느끼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행하는 폭력과 폭력성을 계속 목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이 자본주의-가부장체제적 경제에 다다르면 대안적 행동들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근대문명이 구축해 온 인간중심주의적(인본주의적), 성장중심적 상품생산-시장경제는 ‘인류세’와 ‘자본세’라는 개념들까지 만들고 있다. 페미니즘적 사고를 경유해 보자면 이 ‘자본세’와 ‘인류세’는 ‘남성세’이기도 하다. 이 경제체제는 여성의 인간-가사생산과 모성-가사-섹스노동을 시장경제에서 배제하거나 은폐하면서 구축해 온 남성-자본-인간중심의 경제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