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흩어진 청년 운동 모아 ‘큰 판’ 벌리기

[청년 시선] “‘공정성’ 담론을 넘는 ‘공공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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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선준 비정규직없는서울대공동행동 활동가, 안지완 인천대 페미니즘 모임 ‘젠장’ 활동가, 은혜진 《워커스》 기자, 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연석회의 집행위원장, 이종건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지난해 조국 사태와 최근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을 거치며 ‘공정성’은 주요한 청년 담론이 됐다. 이들은 ‘공정’을 말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했고, ‘돈으로 쌓은 스펙’을 옹호했다. 이러한 청년 세대를 두고, 사람들은 청년들이 ‘보수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스펙이 곧 공정성’이라는 주장은 정말 대다수 청년들의 목소리일까. 자본주의 경쟁 논리를 넘어서는 전망을 찾으려는 목소리는 없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과 사회에서는 불평등한 사회체계를 넘어서고자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이 있다. 학생회, 노동자·학생 연대, 젠트리피케이션,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부문 운동에서 청년들의 요구를 담아내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워커스》가 기획 좌담회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정리. 은혜진 기자
패널. 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연석회의(연석회의)’ 집행위원장)
안지완 (인천대 페미니즘 모임, ‘젠장’ 활동가)
이선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비서공)’ 활동가)
이종건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사진. 윤지연 기자



공정성 vs 공공성

은혜진 청년들은 조국,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이슈에 ‘공정성’으로 대응했다. 청년 담론으로 자리 잡은 ‘공정성 담론’을 어떻게 봤나.

이선준 공정성이 모든 청년의 목소리는 아니다. 사실 공정성 담론은 수도권 상위 대학을 다니는, 이미 어느 정도 기득권에 가까운 일부 청년들의 의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공정성 뒤에는 불평등한 구조가 있다. 자본주의 경쟁체제 안에서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소망이 공정성 담론을 촉발했다.

이종건 이해되는 지점이 있었다. 이전 세대는 스펙을 쌓으면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청년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공정성 담론에 매몰된 청년에게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것이 정규직들과 청년들이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김건수 조국 사태 당시 ‘한신대를 비롯한 지방대학 학생들이 공정성을 말하는 것은 사치’라고 정치적으로 조직했어야 한다. 하지만 조직이 안 됐다. 그럼에도 현장 활동가들은 (공정성 논리나 386세대의 논리와는)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경계선을 어떻게 구축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

  안지완 인천대 페미니즘 모임, ‘젠장’ 활동가

안지완 조국 사태는 자신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가 원인이었다. 운동이 연대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예컨대 여성 운동 진영에서도 노동, 장애인, 트랜스젠더 인권까지도 신경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권리가 나뉘어 있지 않다’라는 원론적 얘기를 했다. 그러나 본인이 겪지 않은 일을, 원론적 얘기로 관철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인천대에서 중년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여성들과 연대하는 운동을 조직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청소노동자 운동을 통해 학생들한테 여러 운동이 함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전도 잘해야겠지만, 운동으로써 보여줄 수 있는 점도 있지 않을까.

은혜진 청년 세대를 두고 사람들은 ‘보수적’이라 말하기도 한다. 청년 활동가들은 지금 청년 세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이종건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이종건 청년 세대는 ‘공공성’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경험이 아주 적다. 공공성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로 야생에서 각자도생하는 방법만 배워왔다. 사회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거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2년에서 4년으로 확대됐다. 청년 세대는 앞으로 2년 안에 집주인에게 ‘2년 더 살게요’라고 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일은 청년들이 ‘공공성의 경험’을 처음으로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계속 거주권’을 얘기할 수 있고, 노동 현장에서도 ‘계속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공공성 측면에서 우리의 운동은 길게 보고 농사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건수 공공성은 전통적으로 사회주의적인 말이다. 하지만 ‘권리’나 ‘공공성’ 담론으로 사회주의까지 얘기하지는 못한다.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공공성이 강화되면 지금보다 좋지 않겠어?’, ‘안정적인 게 좋지 않겠어?’라는 수세적 방식을 취한다. ‘어떤 세상을 만들자’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축적하고 있는 공공성 경험의 의미를 빠르게 규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지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 대중 운동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보수화됐다. 예를 들어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오직 민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운동 단위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잘하고 있지도 않다. 학생 운동 진영에서도 ‘믿어보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식의 수세적인 태도를 보인다. 청년을 두고 ‘버티는 세대’라 부르는데, 그렇다면 해야 할 말을 지금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선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사람들이 잘 모른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에 내 삶을 책임지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안정적 삶이 수능과 공무원 시험을 잘 봐야 주어지는 ‘특권’이 돼 버렸다. 권리가 특권이 됐고, 공공성을 말하지 못하고 공정성을 외치게 됐다.


등록금 반환 요구, 학생은 교육을 사는 소비자?

올해 초,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개강이 연기되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혼란을 겪었다. 이에 학생들은 ‘등록금만큼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76개 대학, 3362명의 학생이 올해 상반기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은혜진 등록금 반환 운동은 학생 사회에 어떤 화두를 던졌나.

  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연석회의 집행위원

김건수 등록금 반환 소송 논리를 보면 ‘수익자 부담 원칙’을 긍정한다. 이걸 보고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육의 상품화를 강화할 게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석회의는 등록금 반환 운동이 교육에 대한 불신과, 높은 등록금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진단을 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운동 진영이 교육 공공성까진 아니더라도 사립대 적립금 환수, 사립대 개혁 등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조차 못하는 것을 보면, 운동 진영이 대중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닐까. 오히려 사립대 개혁 등의 요구는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더 많이 한다. 결국 등록금 반환의 관건은 소송과 금액이 됐다. 공식적인 요구는 20~30%였으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등록금 반환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실제 총학생회들은 강력한 투쟁을 꺼리는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대학이 요구한 수준에서 합의하고 만다.

이종건 학생들은 자신을 소비자라고 한다. 소비자가 맞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권리 주장은 매우 소극적인 방식이다. 소비자로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운동이 학생들에게 지지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등록금 반환 운동은 교육 공공성 운동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는다. 앞서 주거권 등의 권리가 공공성 운동의 토양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어떻게 발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선준 서울대에서는 등록금 환불 운동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대는 발전기금이 가장 많은 대학이지만, 학생들은 딱히 불만이 없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 등록금 반환 운동의 핵심이 된 이유는 실제 교육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을 취업을 위해 졸업장을 사는 행위로 보는 경향마저 있었다.

안지완 정치인들은 자본주의 극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이것을 이용해 대학의 ‘소유권’을 건드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학들이 등록금 반환을 반대했지만, 결국 학교가 돈을 뱉어내지 않았나. 물론 적은 돈이라 ‘소비자 중심주의’로 운동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학 예산이 공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해 알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혜진 《워커스》 기자

은혜진 진보적인 청년 활동가들이 공정성 담론과 등록금 반환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후 운동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안지완 말해야 하는 것을 적재적소에 말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그 흐름을 깨기는 정말 어렵다. 박근혜 퇴진 시기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터져 나왔지만, 대중 운동이 없어진 후로는 부문 운동이 더욱 파편화되고 있다. 비정치화된 학생회 사람들을 어떻게 추동할 거냐는 문제도 있다. 의제 운동이 서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래야 과거 운동권이 해온 얘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주장을 만들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읽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선준 비정규직없는서울대공동행동 활동가

이선준 서울대학교 B교수, C교수 성폭력 관련 집회에서 비서공은 주체적으로 연대했다. 그런데 활동하는 것에 비해 의미화가 덜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노·학연대 단위에서 반성폭력 집회에 나가야 하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의문이 제기된 이유는 연대에 대한 내용적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서다. 우리가 왜 운동을 같이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게 필요하다.

이종건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이 큰 틀에서 같은 얘기라는 점을 공유하고 알려야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단일한 의제는 아니지만,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 교육, 노·학연대, 페미니즘, 철거 운동을 얘기할 때 이게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전제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얼굴을 자주 보고, 사업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요즘은 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정말 중요한 얘기지만 서로 공유되지 않았다. 어떤 학교에 사안이 발생해도 무슨 내용인지, 어떤 운동적 성과가 있는지 와닿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는 것뿐 아니라, 실제 흩어진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건수 ‘큰 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회에서 ‘노•학연대로 노동해방 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 구호는 활동가들의 욕망일 뿐이고 오히려 운동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 운동은 나아가는 구체적 경로가 있어서 단발성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흩어진 학생 운동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접점은 자본주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안에서 우리의 얘기를 풀어내야 한다. 각자 고민은 다르지만, 의견 통일이 아니더라도 같은 주제로 얘기했으면 좋겠다. 운동 단위의 공감대를 묶어내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학생 운동 울타리를 넘어 공공부문 정규직화, 의사 파업 등 정치적 이슈에 정치적으로 붙었으면 한다.
  • 잔뼈 굵은 노동자

    이러한 활동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과 나태하게 사는 사람들의 중간 정도로 보지 않습니까. 가운데 끼여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퉁생이를 맞거나, 트집을 더 잡히는 것은 아닐까요.

  • 틀니와 지팡이

    틀니;니는 마이 배앗나?
    지팡이;그럼 나는 마이 배웠다 아이가!
    틀니; 글나? 배운 사람이 가르치는 것이지 뻑하면 똥꼬집 피우고 깡패인 듯한 말이나 하면서 쪼까내나?
    지팡이;오늘 또 왜 그래? 내가 정말 그랬단 말이가?
    틀니;니도 좀 생각하면서 말해라. 니가 배앗으면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안내도 해주고 잘 해라고 다독여야지 성깔만 내나
    지팡이;아, 피곤하다 안카나. 그 쇠끼들은 머리통에 쑤셔박아줘도 다시 튀어나온다니까. 말로 해서 될 것 같으면 내가 쫓아냈겠어?
    틀니; 그라믄 니가 가르치는 수준이 낮나 보구만.
    지팡이;그런 쇠끼들은! 아, 머리야! 거기, 물 좀 줘바라.
    틀니;자, 냉수 먹고 정신 좀 번쩍 차려라. 니가 학식이 높으면 뭐하냐. 듣는 사람이 이해가 안되고, 알아주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 아니가
    지팡이:그런가!
    틀니;니만 왕되고 싶은 줄 아나. 사내녀석이라면 다 한번쯤 꿈꾸는 것이 왕이다. 가스나라면 다 여왕이고
    지팡이; 뭐? 다 그렇다고?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더만. 그런데 니 오늘도 술 쳐먹나?
    틀니;내는 자시가 후회막급할 일이 없다 아이가. 니 할 일 다 했나? 못했으면 부지런히 살아 쇠끼야!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지팡이;아 정말 답이 없는 새낀지, 내가 니 말을 한번 새겨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 그만 30년 전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