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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은 당신” 칠레 페미니스트 예술집단 지키자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국가는 인권 옹호자를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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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정부가 현지 페미니스트 예술집단 ‘라스 테시스’가 증오와 불복종을 선동했다며 기소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남미 위성통신 <텔레수르>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24일(현지 시각) 칠레 정부에 ‘라스 테시스’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라스 테시스는 칠레 페미니스트 예술집단으로 지난해 <너를 쫓는 강간범(Un violador en tu camino)>이란 퍼포먼스 동영상을 제작해 발표한 뒤 국제적으로 폭발적인 주목을 모은 바 있다.

[출처: https://campaigns.organizefor.org/]

<너를 쫓는 강간범>은 경찰, 사법부 등 공권력의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퍼포먼스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다. 라스 테시스는 이 뮤직비디오를 지난해 11월 25일 유엔이 정한 ‘여성 폭력 국제 추방의 날’을 기념해 출시했고 이후 칠레뿐 아니라 남미와 미국, 유럽, 터키 등지의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선 이 동영상 퍼포먼스를 재연하며 여성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앞서 칠레에선 지난해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경제불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경찰이 여성 시위대를 대상으로 수백 건의 성폭력을 자행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라스 테시스는 이에 항의에 이 퍼포먼스 비디오동영상을 제작했다.

동영상은 특히 ‘강간범은 당신이야. 사법부가 곧 가부장제다’ 등의 구절을 통해 일상 속 여성폭력과 경찰폭력, 사법부의 문제를 지적해 대중적인 호응을 받았고, 이 구절은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이들의 상징적인 구호로 자리 잡았다.

“사법부가 곧 가부장제다. 태어났단 이유로 사법부는 우리를 단죄하고 우리가 받는 형벌은 당신이 보지 않는 폭력이다. 그 폭력은 여성 살해다. 나를 죽인 자에 대한 면죄부다. 여성들의 실종이다. 여성들을 향한 폭력이다. 내가 어디에 있었든, 무엇을 입었든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강간범은 당신이야. 강간범은 경찰들이고, 강간범은 판사들이야. 강간범은 이 국가고, 강간범은 대통령이야. 여성에게 억압적인 국가는 또 하나의 강간범이다. 강간범은 당신이야.” - (스튜디오 알 Studio R 참조)

그러나 지난 6월 칠레 준 군사 경찰조직 카라비네로스가 이 페미니스트 집단이 증오와 불복종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기소해 사회적 논란이 시작됐고 국제사회서도 규탄 목소리가 잦았다. 칠레 카라비네로스는 국방부가 관할하지만 사회 질서 유지 등의 경찰 업무를 수행하며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부터 인권 침해로 악명이 높다.

엘리자베스 브로데릭 유엔 여성차별철폐 워킹그룹 대표는 “칠레는 전 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준 인권 옹호 단체에 대한 범죄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유엔 전문가들은 라스 테시스에 대한 기소가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들에게 소름끼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라스 테시스는 칠레 여성에 대한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국가는 인권 옹호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기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5월 27일 라스 테시스는 소셜네트워크에 피녜라 현 정부가 칠레 시민들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를 규탄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동영상을 통해 “그들(정부)은 최루가스를 투입하고, 구타하고, 고문하고, 강간했으면 파괴하며 우리를 외면했다.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으며 경찰 무기만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너를 쫓는 강간범(Un violador en tu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