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코로나 2차 팬데믹 우려 속...“전담병원들 대비 못해”

병상, 간호 인력, 의료인 감염 대책 등 부실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인력과 병상, 시설 등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나 국가 차원의 계획이나 매뉴얼도 부재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7월 말부터 2주에 걸쳐 8개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이 2차 팬데믹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대상은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본원, 칠곡), 서울의료원, 동국대병원, 동산계명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충북대병원, 강원대병원 등 8곳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차 팬데믹 예상 감염률 규모에 맞춰 병상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대구시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연대본부는 “다른 지자체의 경우 2차 팬데믹에 대한 예상대책을 아직도 준비하지 않았거나, 있다 하더라도 병원 측에 병상 확보 계획을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8개 병원에서도 어떤 순서로 일반 병동이 코로나 병동으로 지정될지 병원 자체 비상 계획만 가지고 있을 뿐, 지자체·국가 차원에서의 거시적인 계획과 매뉴얼, 시뮬레이션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격리 병상 간호사 인력 계획도 부실하다. 8개 병원 중 경북대병원이 유일하게 ‘코로나 환자에 한정된’, ‘유동적인’ 이라는 조건을 붙여 자체 최소 인력 기준을 만들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2차 팬데믹 인력준비대책을 발표한 대구시는 간호인력 2,416명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를 합친 인력에 불과하다. 노조는 중환자실 235개, 일반병상 707병상 확보 계획에 비해 인력 계획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은 코로나19 1차 팬데믹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코로나 일반 병동의 경우 신규 간호사, 파견 인력, 막 임관을 마친 간호장교가 마구잡이로 투입됐으며, 활력 징후 체크, 물건 정리, 청소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반대로 중환자실에는 대응할 숙련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형산화기), 투석 등의 필수 장비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담 인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인력 감염에 대한 대비책도 여전히 부족하다. 의료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논의 테이블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8개 병원 중 경북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코로나19 대책반(상황실)에 노동조합의 참여 요구를 거절했다. 또한 서울의료원을 제외하고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인력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없고, 동국대병원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인 스크리닝 검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2차 팬데믹 대비를 위해서는 일선 의료노동자에 대한 감염대응 매뉴얼과 감염대비책을 업데이트 하고,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긴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또한 현장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의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모든 대책은 개별 병원 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지역과 국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환자 발생과 병상 운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환자를 관리하고, 장비·보호구를 응급으로 운송하고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